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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제는 창작이다 - 만화 창작환경과 시스템에 대한 지형도

잡지-단행본시스템의 위기 속에
기획력 강조되는 시스템 부각
  
 
글 | 박관형 (웹진 ‘두고보자’ 편집위원 halim@hitel.net)
 
 
우리 만화가 어렵다, 혹은 만화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런 인식은 최근 몇 년간(실은 90년대 들어서 계속) 만화계를 지배하고 있는 듯 보인다. 무엇이 어떻게 어렵고 하는 세세한 근거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제쳐 두더라도 이러한 인식이 어디로부터 온 것이냐를 지적할 필요가 있겠는데, 이는 아마도 90년대 초반 이후 본격화된 ‘잡지-단행본시스템’을 한국 만화의 전부 혹은 거의 대부분으로 보는 관점에서 온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만화판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일본만화의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온 ‘잡지-단행본 시스템’이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만화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위축되는 분야가 있는 만큼 다른 쪽에는 새롭게 재인식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영역들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만화판을 구성하고 있는 각 영역들을 창작시스템의 차이 위주로 살펴 보고자 한다. 각 영역들의 기준은 최소한의 산업적인 가치를 가지고, 일정 수준 이상 제도화 되었으며, 자체적으로 하나의 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준으로 일곱 개의 영역으로 다룰 것이다.
우선 표를 보자. 일곱 개의 영역을 아홉 가지 항목에 걸쳐서 비교하였다. 기존에 이와 같은 작업이 이뤄진 적이 없었으므로 낯선 용법이나 구분이 있을 것이고, 논란의 여지도 있다. 약간의 보충설명을 하자면 ‘작가성’이란 작가가 창작의 전반적인 과정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우를 말하며, 예술적 성취 혹은 사조로서의 작가주의와는 무관하다. ‘저작권’ 항목은 작품의 저작권이 누구에게로 귀속되는지를 보여준다. 프로덕션 시스템의 경우는 프로덕션으로 귀속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다. 학습, 아동만화에서는 아직 일반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성공적인 학습, 아동만화의 대부분은 출판사(혹은 기획사)에서 제안하여 기획, 내용구성, 제작, 최종적인 결과물의 완성도까지 책임지고, 작가에게는 필요한 부분에 대한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이 경우는 출판사가 저작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제작규모에서 ‘소규모’는 작가를 중심으로 몇 명의 문하생과 어시스턴트로 소규모의 스튜디오를 구성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참여인력의 규모에 대해 일반화하여 이야기한다면, 스튜디오 창작의 경우 대개 3~5명 선, 즉 한 방 안에서 작업의 전 과정이 이뤄지는 수준이며, ‘대규모’ 즉 프로덕션 시스템에는 10명 이상 수십 명이 팀을 이뤄서 필요에 따라 작품제작의 각 단계에 투입된다.
유통경로에서 신문만화와 온라인만화의 경우 단행본 출간시의 유통경로는 일반 서점용 단행본과 동일하다. 학습, 아동만화도 기본적으로는 일반 단행본과 동일한 유통망을 거치지만 할인점, 편의점과 같은 몇 가지의 유통경로가 추가된다. 현재 만화유통망은 일반서적 유통망과 분리되어 있으며 다시 코믹스(소설류 포함)총판, 잡지(만화 및 일반잡지 포함)총판, 대본소용 일일만화 총판이 독립적으로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유통경로의 비일관성이 만화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일만화와 프로덕션 체제
일일만화와 프로덕션 시스템이 언제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만화방 문화가 50년대부터 존재했던 만큼, 만화방과 함께 대량생산하는 만화들도 공존해왔을 것이지만 시대별로 그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공장’으로서 프로덕션 체제가 자리 잡은 것은 80년대 들어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시장이 크게 확대되어 개별 프로덕션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일 것이다. 각 프로덕션들은 휘하에 팀제로 구성된 수십 명 혹은 백 명 이상의 제작진을 운용하면서 신문만화, 잡지만화, 대본소만화 등에 걸쳐 연간 수백 권을 내놓기에 이른다. 일일만화와 프로덕션 시스템은 80년대 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되어 왔으며 현재는 전체 10여 개 프로덕션, 대본소 2천여 개 수준으로 위축된 상태이다. 여기서 더 축소되면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는 하한선에 못 미쳐, 향후 1~2년 안에 전통적인 포맷의 일일만화(갱지, 적은 분량, 단 2주 만에 전질 완결 등)은 사라지고 대여점과 대본소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성인용 단행본 등으로 재편될 것이고 중국 등 해외진출에서 장기적으로 활로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신문의 한 바닥만화는 일상적 소재, 컬러, 생활만화 형식을 띤다. 양영순의 <아색기가>는 대중신문에서 표현할 수 있는 섹스어필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면서 인기를 끈 끝에 스포츠신문 만화의 한 전형을 만들고  많은 아류를 낳았다.신문만화
한국만화의 각 영역 중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고, 가장 폭넓은 대중을 소구하고 있는 분야이다. 신문만화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첫째는 한 바닥 이내의 분량(일반적으로 한 칸 혹은 네 칸)으로 만들어지는 1인 창작의 시사, 풍자만화이다. 시사만화의 신문 게재는 한국만화역사의 가장 앞선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상당 기간 동안 만화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두 번째는 오락성을 강조한 극화만화들이다. 극화만화의 신문게재는 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을 전후하여 각 스포츠신문들이 만화면 확장경쟁을 펼치면서부터이다. 단행본 기준 4~6쪽의 극화만화를 일간 연재하기 위해서 프로덕션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였고, 이를 통해 스포츠신문 만화면의 상업성과 오락성은 더욱 강화되었다(두 차례 만화사냥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은 덤).
세 번째는 1인 혹은 스튜디오 창작을 통해서 만들어지며 한 바닥 혹은 그 이상의 분량, 캐릭터성의 강화, 컬러 사용, 일상성과 시사성의 결합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일련의 생활만화들이다. 김진태의 <시민쾌걸>은 이 분야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1인 창작이며 그로 인한 생산성의 한계에 대해서는 단순한 선, 면 채우기식 컬러링, 주2회 연재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시사풍자의 역할을 상당부분 기존 시사풍자만화로부터 뺏어왔으며, 오락만화로서는 기존 극화연재물보다 더 넓은 독자층을 소구하고 있다.
 
 
서점용 단행본
서점에서 유통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행본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온라인 및 각종 지면에 연재된 후 단행본화 되는 경우도 같이 고려할 수 있다. 그 외에 잡지-단행본 시스템의 그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 출간되며 단지 ‘잡지 게재’의 단계만 제외된 대여점용 코믹스판형 단행본들도 있으나 이는 넓게 보아 잡지-단행본 시스템에 포함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전 검증 없이 서점에서 바로 독자들과 승부하기 위해 출간되는 단행본의 비율은 좀 더 낮을 것이다. 서점용 단행본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은 기존의 만화메이저가 아닌 신생 만화전문출판사 또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아 들어온 일반 출판분야의 대형 출판사들이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작품성뿐 아니라 책으로서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좋은) 작품에 대해서는 높은 판매고가 나타나는 피드백의 기본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후 점진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잡지-단행본 시스템
만화잡지에 연재하고 연재분량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방식이 대두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 1988년 최초의 만화주간지인 아이큐점프가 등장한 이후이다. 그 이전에 전문만화잡지나 만화게재 지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연재진행에 맞추어 바로바로 단행본으로 내놓는다든가 하는 식의 전략적인 마인드가 없었으며, 애초에 연재만화 중 아주 일부만이 단행본화의 행운을 누릴 수 있었으므로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는 것과 그것이 이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잡지-단행본 시스템이 최근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다분히 ‘제 발등을 찍은’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종수를 밀어낸 것이 화근이었던 것이다. 잡지에서 미처 소화하지 못한 수천 종의 작품이 대여점 수요만을 노리고 매년 쏟아져 나왔으며 이로 인해 잡지-단행본 시스템의 한 축인 잡지의 입지가 취약해졌다. 반대로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서 잡지에 의존할 수 없는 단행본은 이전만큼의 종당 판매고를 기할 수 없게 되었고 그에 대한 출판사들의 대답은 ‘출간 종수를 더욱 늘리는 것’ 이었다. 그리하여 악순환 시작.
 
 
아마추어·동인 만화
80년대 초반 이래 동호회 별로 각개 약진하던 아마추어 만화가 서서히 자체적인 틀거리를 갖추게 된 것은 만화동호회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ACA(아마추어 만화연합)가 생겨나면서부터이다. ACA는 매년 2~3회 자체적인 만화페스티벌과 판매전을 주최했으며 이를 통해 서서히 ‘데뷔를 위한 중간단계’로서뿐 아니라 자체로 목적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아마추어 만화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9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2차 창작물의 비중 확대, 프로작가의 동인활동 지속, 좀 더 본격적으로 사업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아마추어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한 코믹월드의 등장 등 여러 가지 변화가 계속 된다.
장르를 막론하고 아마추어 창작은 보통 뚜렷한 흐름을 감지할 수 없는 파편화된 상태로 머물러 있거나 혹은 상업화, 제도화와 무관한 지점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만화와 같이 아마추어 창작의 영역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오버그라운드가 부럽지 않을 만큼 활성화, 상업화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마추어, 동인만화에서 좀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마추어, 동인만화판의 활동이 창작과 소비의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차 창작의 부분이 매우 강조된 결과로, 만화를 창작하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원전을 소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는 것으로서 ‘표현 언어로서 만화’가 이후에 전체 문화예술지형도 상에서 어떤 입지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단서가 될 것이다.
 
 
학습만화· 아동만화
학습만화 시장의 규모를 폭발적으로 증대시킨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가나출판사 발행.70년대 이전의 아동, 학습만화는 아마도 가장 먼저 해외만화의 세례를 받은 분야였을 것이다. 일본에서 수입, 번역된 컬러판 과학만화, 미국에서 들어온 성서, 역사만화들이 고급스런 장정으로 소개되었으며 나름대로의 입지를 확보하였으나, 기본적으로 한국만화계의 당시 흐름과 유리되어 있었으므로 큰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아동, 학습만화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원복이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선보이면서부터 일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대학교수라는 작가의 신분과 맞물려 상당히 오랫동안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는 만화의 오락성, 저급성, 유해성에 관한 문제 제기에 대한 강력한 반례 중 하나였다.
박흥용, 신동우 등 알 만한 작가들을 기용하여 제작된 10권, 20권 분량의 만화한국사 등 몇 가지의 전집물, 은근히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한자학습만화들, 교과서를 만화로 보는 것을 내세운 만화교과서 등 아동, 학습만화의 맥은 꾸준히 이어져왔으나, 현재와 같은 규모로 확장된 것은 ‘공전의 히트’라는 표현이 걸맞는 홍은영의 ‘그리스로마신화’ 이후이다. 현재 이 영역에서 출간되는 만화단행본들은 외형상 학습만화의 체제를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오락거리로서 만화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 학부모들에게 거부감 없이 선택되기 위하여 그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을 뿐 내용면에서는 아동만화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온라인만화
우선 출판만화를 스캔하여 온라인에 올린다고 해서 온라인만화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온라인에 게재할 목적으로 온라인의 환경에 맞추어 제작된 만화의 첫걸음은 1997년 권윤주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하기 시작한 <스노우캣>이다. 제작비 절감, 게재 공간 확보, 배포비용 최소화, 창작의 자유 극대화 등 ‘고료’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면 창작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온라인 만화는 순조롭게 그 폭을 확장해왔고 2002년 들어 대폭 확장된다. 2002년 말 출간된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성공 이후- 물론 온라인만화의 단행본화는 <스노우캣>이 먼저였고 꽤 주목을 받았었지만, 새로운 시장을 열지는 못했다- 온라인만화는 출판만화와 긍정적인 결합을 하게 된다. 작가입장에서는 출판사의 눈치를 볼 것 없이 독자와 직접 상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온라인에서 선보이고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까지가 작가의 몫이며 출판사는 온라인에 선보이고 있는 무수한 만화들 중 반응이 좋은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되므로 나쁠 것이 없었다. 물론 출판사에서 먼저 작가를 설득하여 온라인상에 선보이도록 한 후 인지도를 제고하면서 단행본 출간을 준비하는 좀 더 전략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영역들
경제논리를 들이대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기타’가 되어 버린 몇 가지 영역들이 있다.
카툰 만화 분야 중 가장 국제화 된 분야가 카툰일 것이다. 상업만화가 미국, 프랑스, 일본의 3대 만화문화권을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는 반면, 카툰전시회에서는 아프리카, 동유럽, 러시아, 인도, 남아메리카 작가들의 작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시회나 작품집의 형태로 선보이지만 순수미술이 그렇듯이 돈 문제와는 촌수가 좀 멀다.
인디만화 적어도 동아시아 만화문화권에서는 인디만화와 아마추어, 동인만화가 구분된다. 인디만화는 상업화와 대중적인 저변확대를 꾀하고 있는 아마추어, 동인만화와는 확실히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비록 배는 고플지라도 다수의 재능 있는 작가와 좋은 작품을 배출하고 있다. 화끈(Hottoon), 악진(AKzine), 바카스, 파마헤드(pamahead), 코믹스(comix)와 같은 이름들을 기억해두도록 하자.
실용만화 오락성과 학습성이 혼재되어 있는 일반적인 학습, 아동만화와 달리 만화언어를 채용하였지만 오락성을 가급적 배제하고 실용성을 강조한 책들도 있다. 생명공학, 의학, 건축학, 수학, 회계, 경영의 제 분야에서 간간히 보이는 ‘만화의 포맷을 취한 실용서’들은 신기함과 반가움을 제공해주긴 하지만 굳이 ‘장르만화’의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직 논란의 여지는 많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여기서 더 나아가 만화의 미래에 관한 생산적인 논의를 끌어내기 위해 만화 창작시스템과 관련된 몇 가지 화두를 던져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대신하기로 하자.
 
Q ‘집단창작’ 혹은 ‘프로덕션 시스템을 통한 제작’의 결과물에 대한 비평적 잣대를 어떻게 들이댈 것인가, 또 거기에서 얻어지는 비평적인 평가는 어디로 귀속될 수 있는가?
예컨대 영화라면 수백 수천 명이 참여하더라도 ‘작품성에 대한 평가’의 대부분은 감독[=연출자]가 가져가게 된다. 만화의 경우는 어떤가? 프로덕션 시스템을 통해 도출된 걸작-만약 있다면-에 대해 우리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그 찬사를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
Q 1인 창작의 미명하에 한 사람이 스토리, 연출, 작화의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현재의 제작방식을 고수하면서 상업적, 산업적, 예술적인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까?
실제로 작가가 혼자서 이 모든 것을 다 하고자 한다면 그는 자신의 모든 인적자본과 시간을 온전히 창작[=문자 그대로의 노동]에 투입하여야 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작가의 창조력을 고갈시키고 작품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반면 충분한 완성도와 재충전의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이 모든 것을 다하고자 한다면 지나치게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전업작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만화판 블록버스터로 볼 수 있는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최초이자 마지막이라고도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시도는 뜻하지 않은 심의 문제로 파행을 겪다 2년 전부터 스포츠신문에 연재되고 있다. Q 현재의 만화제작시스템에서 블록버스터 전략은 가능한가? 힘들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상업만화에서 블록버스터 전략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는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일 것이다. 원래 계획의 1/3로 축소되어 있는 지금의 <천국의 신화> 말고, 프로덕션 시스템의 가장 뛰어난 제작진을 투입하여 전질 100권으로 기획하고, 3억원에 이르는 선인세 계약과 서점용의 고급스런 장정, 일간신문광고를 포함한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1997년 이전의 ‘천국의 신화’ 말이다. 그러나 한국만화 블록버스터의 첫 번째(그리고 마지막) 시도는 유감스럽게도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요인(1997년의 만화탄압)으로 중단되었다.
 
2005-10-11 14: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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