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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사
다시 문제는 창작이다 - 온라인 만화와 창작환경의 변화

독자와 직접 승부 걸고, 유통 관리까지
떠맡아 창작자 책임 늘어
 
 
글 | 김낙호 (만화연구자, 본지 편집위원 capcold@nownuri.net)
 
 
 
한때 온라인은 출판만화의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이니,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통로이니 하는 근사한 이야기들이 온 주변에 파다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수년간 여러 가지 시도들이 이어져왔고, 현실은 사람들의 시각을 교정해 주었다. 시장유통의 여러 실패담과 희망은 다른 지면으로 미루고, 여기서는 창작이라는 측면에 집중해서 온라인 만화의 현황과 의미를 살펴본다.
18명의 작가가 참여한 ‘PoCom UK 001’프로젝트. www.e-merl.com/pocom.htm우선 온라인 만화가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는 것은 바로 표현적 측면인데, 기존의 종이 만화들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만화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세계적으로 전파한 스콧 맥클루드는 온라인을 통해서 새로운 방식의 만화를 만들어내는 것의 즐거움을 역설하고 있다. 온라인 만화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온라인 만화의 형식으로 직접 제안한 ‘생각이 멈추지 않아요 I can't stop thinking’에서 연결선 위주의 칸 이동 방식, 하이퍼링크의 적극적인 활용 그리고 무엇보다 속칭 ‘무한 캔버스’의 도입 등을 그런 취지에서 제안하고 있다. 만화 특유의 공간적 매력을 살린 시각적 실험은 18명의 작가들이 함께한 프로젝트인 ‘PoCom UK 001’에 이르러서는 전통적 독법에 익숙한 독자들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다시피 한다. 물론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모난돌 스튜디오의 ‘디지털 카툰’을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이 모니터 속에서 놀랄 만큼 효과적인 새로운 표현들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은 다양한 실험과 놀이의 장을 마련해 주는 새로운 창작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은 무한 캔버스의 열린 공간
하지만 표현적 측면이라는 것은 결국 창작자의 상상력과 기술 소화능력의 문제다. 사실 작품의 발표 공간이 종이에서 모니터 화면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이야기를 짜고 그것을 칸 속에 그림과 글의 형태로 치환하여 표현해내는 만화의 본질적인 작업성격에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만화는 가내수공업에 더 가까운 창작 활동이며, 그것이 계속 장점이자 한계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원고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되는 강풀의 <순정만화>는 모니터 친화적 구성을 토대로 온라인에서 실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을 시도한다. 스크롤을 따라 내려가면서 읽는 중에 남녀 주인공을 대비시켜 보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www.daum.net 만화세상. 를 디지털로 스캔해서 전자우편으로 잡지 편집부에 보낼 수 있는 도구적인 효용도 있지만(물론 벽지 또는 해외에서 작가의 창작 활동이 수월해지는 등, 이 자체로서도 상당한 창작환경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의 속성이 창작환경에 미친 영향은 좀 더 미묘하다.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온라인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작품 게재 타이밍을 들 수 있다. 종이지면의 경우 잡지의 발간 시기나, 책의 제작기간 등 다양한 물리적 제한에 따라서 작품의 창작이 이루어졌지만, 온라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그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수시 업데이트’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인 홈페이지 방식으로 운영되는 ‘스노우캣’에서 볼 수 있듯이, 비정기적이지만 충분히 자주 업데이트 되는 것은 작품 성격에 따라서는 대단히 효과적이다. 수익모델 다변화 가능성은 또 어떤가. 라이선스가 아닌 만화 자체의 수익모델이 잡지고료 및 단행본 인세에 한정되었던 것이 전통적 모델이었다면, 기존의 모델에 더하여 사이트 유료 회원제라든지, 클릭 수를 기반으로 한 수익 등 다양한 새로운 발상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코믹플러스 등 대형 온라인 만화포털은 물론, 개인 사이트에서도 소액결제를 통한 유료 서비스를 시도해왔다. 이외에도 독자와 창
작자 간의 직접적이고 동시적 의견교환, 커뮤니티 활성화 등의 기능들이 온라인 만화의 긍정적인 새로운 창작환경으로 인식되고 있다.
 
 
온라인 연재 방식의 다양성과 현실적 한계
하지만 지난 수년간의 경험은, 가능성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하였다. 온라인 만화 연재의 경우, 정기적 마감의 압박이 줄어들었을 때 작가가 결국 스스로 그 페이스를 놓쳐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잡지지면에 익숙하게 활동해온 작가들이 온라인에서 자신의 작품연스콧 맥클루드의 ‘생각이 멈추지 않아요 I can't stop thinking’ 홈페이지에서는 온라인 만화가 캔버스에 얼마나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있다. www.scottmccloud.com재를 의욕적으로 새로 시작한 경우, 이러한 결과를 빚는 경우가 다수 있었는데, 김준범의 ‘Xtaatu’가 좋은 사례다. 덕분에 대개의 온라인 만화들은 짧은 호흡의 에피소드 방식으로 승부하는 쪽으로 진화하였다. 한 화가 그 자체로서 완결적이기 때문에 비정기적인 수시 업데이트를 하더라도 이야기 전체의 페이스를 해치지 않는 장점 때문이다. 한 번에 많은 이야기를 구상하거나, 전체 작품의 커다란 형상을 계속 고민하지 않고, 한 이야기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창작의 부담 자체도 덜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속칭 ‘감성 에세이툰’과 짤막한 ‘개그물’, 혹은 두 가지의 감수성을 엮어 넣은 일기형식의 만화들이 온라인 만화의 절대적인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온라인 만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만화 연재 자체를 통한 직접적 수익은 염두에 두지 않는 개인 홈페이지형 모델과 웹진 연재- 고료 지급형 모델이다. 물론 고정적인 고료를 받는 경우와 클릭수에 기반한 인세를 받는 방식 등 다양한 세부 모델이 가능하지만, 연재 자체가 수익을 낸다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물론 이 경우도 단행본 발간과 라이선싱이라는 선택은 있다. 혹은 두 가지의 장점을 결합시키고자 한 시도도 있다. 장태산, 김진, 김혜린 등 중견 작가들이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둥지를 튼 ‘WE6’의 경우, 작가들이 직접 나서서 웹진 형태로 운영하며 자유로운 창작과 발표(업데이트)를 해, 유료회원을 통한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유료회원을 통한 수익모델 창출은 많은 경우 중도에 좌절하였으며, 현재로서는 광고와 유료 결제를 기반으로 하는 확실한 수익모델을 지니고 있는 포털 사이트(다음, 네이버 등)의 만화코너가 각광받고 있다. 분명히 앞으로의 과제는 개인 홈페이지형의 창작 활동에서도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소액결재 방법들을 개발하는 것이다. 창작 환경이라는 측면에 집중하자면, 작가가 자신의 수익모델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고료를 받고 연재를 하거나, 곧바로 단행본으로 내고 인세를 챙기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던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더욱 다양해진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독자와 늘 정면승부해야 하는 창작환경 도래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것도, 당초에 예상한 만큼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 만화가 창작 환경에 소통과 피드백을 주는 방식은 이전의 팬레터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지닌다. 연재되는 한 화마다 독자들 저마다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쏟아진다. 작가가 독자들과 얼마나 동시대를 호흡하고 있는가가 작품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것은 이전부터도 하나의 진리였지만, 온라인의 소통기능 덕분에 그 명제는 더욱 절실해진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독자들과 매순간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창작환경이 도래한 것이다.
카툰 작가 12명의 디지털 작품집 <굿모닝 디지털, 굿모닝 카툰>. 책에 수록된 카툰 53편을 디지털 카툰으로 제작해 CD에 담고, 2003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에서 디지털 카툰전을 여는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시도를 했다. 황매 발행.여하튼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이미 주어진 조건이다. 유동적인 변화과정에 있는 상태에서 모범답안이 있을 수는 없지만, 최근의 사례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원래 오프라인으로 데뷔했던 ‘파페포포’ 시리즈는 논외로 하자면, 최근 온라인 만화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사례는 단연 강도영의 <순정만화>다. <순정만화>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국내 최대 규모의 포털사이트인 다음에 연재중인 만화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순정만화>는 준비된 온라인 만화다. 자신의 사이트 ‘강풀닷컴’을 비롯해 여러 온라인 만화지면을 통해서 수련된 연출 호흡은 모니터 친화적이며, 동시에 인터넷 독자들의 독서 및 반응 패턴을 정확하게 맞추어 주고 있다. 그 이야기는 결코 지나치게 장황하게 나아가지 않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방식보다는 한 페이지 안에서 마우스를 움직여 ‘스크롤’ 해도 짜증나지 않을 정도의 길이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작가는 연속극 방식의 내용연결로 이야기의 전개를 축적하여 점점 몰입도를 높여나가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온라인 만화 특유의 짧은 호흡을 보완해나가는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좋은 만화작가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그 탁월한 이야기꾼이 자신의 작품이 창작되고 수익을 창출하고 독자들과 소통되는 각 단계에 깊숙히 직접 관여하도록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확인된 것은 창작자의 작품에 대한 책임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점이다.
2005-10-11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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