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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제는 창작이다 - 문화산업시대의 만화 : 새로운 창작과 수용시스템을 위하여

위기의 만화산업, 마케팅 철학이
변해야 새로운 소비시장이 열린다
 
글 | 박석환 (만화평론가 comicspam@naver.com) 사진 | JAY’S STUDIO
 
만화산업론이 출판만화를 흥행 사업의 시발점으로 인식한 것에 비해 원작산업론은 만화가 다른 매체의 흥행 사업을 위한 강력한 원재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데 그쳤다. 만화의 위상이 문화콘텐츠 시대의 리딩 콘텐츠 계발 임무에서 다른 매체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수동적인 역할로 바뀐 것이다. 사진은 만화와 음반의 만남으로 기획된 ‘J-Woo’ 전시회.
 
 
2003년 하반기 ‘문화콘텐츠산업 경기 지수’인 CT-BSI 실적은 69.0(100 이상이면 호전, 미만이면 악화, 문화콘텐츠진흥원, 2003년)으로 상반기에 이어 장기악화 국면이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2004년 상반기 CT-BSI 지수를 115.9로 전망했다. 게임과 영화 분야의 호전 폭이 커서 문화콘텐츠산업 전체의 평균 전망이 밝아진 것이다. 이른바 웰메이드 영화(잘 만든 상업영화)로 불리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전망보다 훨씬 큰 폭의 실적을 올리며 국내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태극기~>가 다양한 부대사업을 연계한 ‘멀티유즈 마케팅’의 첫 성공사례라고 분석하면서 경제파급효과를 5천억 원으로 집계했다. 5천억 원은 국내 출판시장의 캐시카우로 평가받고 있는 학습지 시장의 한 해 매출액이다. 또 출판만화 소비시장의 한 해 매출 규모인 6천 33억 원(문화콘텐츠진흥원, 2003년)에 견줄 만한 규모이다.
 
위기의 만화산업론
만화 소비자들은 구매할 의사가 있어도 만화책을 구입하기 어렵다. 전문 매장이 손꼽을 정도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특히 지방 소비자들은 온라인 주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대표적인 만화전문서점인 한양문고. 문화콘텐츠산업은 독립적인 매체에서 상품가치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 상품으로 전환되는 특성을 지닌다. 영화의 경우 극장→비디오→VOD→TV 등으로 창구를 바꿔가며 유통(Window effect)되고 캐릭터 출판 게임 음반 등의 관련 상품(One Source Multi Use)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 같은 논의는 90년대 중반 ‘출판만화-캐릭터-애니메이션-테마파크’를 연계한 ‘만화산업론’이 등장, 한 해 시장규모를 4조원으로 분석해서 만화계를 들뜨게 했다. 문민정부는 ‘돈 되는 만화’를 문화산업의 한 축으로 삼았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만화산업 유치를 위한 육성정책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만화계는 정부의 지원을 뚜렷한 성과나 구체적인 성공사례로 이끄는데 실패한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2003년 조사에 의하면 영화를 제외한 5대 문화콘텐츠산업(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의 전체 시장규모는 5조 5천억 원이었다. 이중 만화 점유율은 2.8%에 불과하다. 참여정부로 넘어오면서 ‘만화 +산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아지자 관련 학계는 정부의 지원과 산업계의 투자를 집중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출판만화 원작산업론’을 제시했다. 만화가 스토리산업임과 동시에 저작권산업임을 강조하면서 여타 문화콘텐츠산업을 통한 부가가치와 효용성을 주목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만화산업론이 출판만화를 흥행 사업의 시발점으로 인식했던데 비해 원작산업론은 만화가 다른 매체의 흥행 사업을 위한 강력한 원재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데 그쳤다. 만화의 위상이 문화콘텐츠 시대의 리딩 콘텐츠 계발 임무에서 다른 매체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수동적인 역할로 바뀐 것이다.
 
 
만화 소비시장 환경과 만화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실태조사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만화산업의 애로 요인으로 내수부진(57.1%)에 따른 자금부족(35.7%)과 판로개척 및 마케팅 부족(35.7%)을 꼽았다. 판매위축으로 업계에 자금이 돌지 않고 신규 투자나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소비시장 개척과 판매촉진을 위한 마케팅 따위의 내부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만화계에는 크게 네 가지 형태의 소비시장과 출판형식이 존재한다. 첫째가 전통적인 독과점 생산과 유통 방식을 취했던 ‘대본계 만화(이른바 일일만화)’이고, 둘째가 일본식 잡지만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대본계 만화의 장벽을 뛰어넘었던 ‘코믹스계 만화(잡지만화 시스템)’, 셋째가 최근 뚜렷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서점계 만화’, 넷째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계 만화’이다.
대본계 만화의 생산 지향성 먼저 60년대부터 최근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본계 만화는 유통라인 독점을 통한 대량생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문화마케팅 패러다임의 역사 중 첫 단계인 19세기 산업화시대의 생산 지향성 마케팅 전략과 동일하다. 한때 전국적으로 2만 여개에 육박했던 대본소(만화방)는 ‘물건만 있으면 팔린다’는 논리가 통용될 정도로 탄탄한 만화계 최대의 소비시장이었다. 우리만화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화공장’ ‘다작작가’ ‘시리즈만화’ 등이 이 시장을 통해 등장했다.
코믹스계 만화의 제품 지향성 반면 코믹스계 만화는 90년대 초 제품 지향성 마케팅철학으로 대본계 만화의 견고한 울타리를 넘어서는데 성공한다. 타성에 젖어있던 기존 만화계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기존 만화계 외부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다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양질의 제품 생산에 집중한다. <드래곤볼> <슬램덩크>로 대표되는 일본만화를 직수입하는 한편 만화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던 아마추어 만화계에서 <열혈강호>의 양재현, <팔용신전설>의 박성우 등을 발견했고, 만화잡지 시스템의 공모전을 통해 <라그나로크>의 이명진, <오디션>의 천계영 등을 등용시켰다. 몇몇 작가에 의해 독점됐던 만화창작의 벽도 무너뜨렸다. 이들 작가진이 가장 열성적인 만화소비자였던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일종의 소비자 중심 문화마케팅이고 인력양성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사회 지향적 마케팅이었다.
코믹스계 만화는 시장 진입기에 매우 급진적 형태의 마케팅과 경영철학으로 만화계에 신선한 충격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곧이어 시장 장악기에 접어들면서 일본만화를 독점 유통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대본계 만화 제작 형식의 코믹스판 전작단행본’을 발행하는 등 대본계 만화의 생산 지향성 마케팅을 답습한다. 이런 와중에도 <짱>의 임재원, <힙합>의 김수용, <용비불패>의 문정후 등이 등장해 시장을 리드하는 듯했으나 시장 진입기의 경영 철학을 저버린 상술은 이내 소비시장으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일본만화의 출판이 급증했던 2000년(62%) 이후 만화산업은 곤두박질친다. 경기 침체기에 물동량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정책을 펴면서 전체 상품의 가치를 덤핑가 이하로 떨어뜨린 데 따른 소비시장의 반격이었다.
서점의 만화 판매대. 최근 서점용 기획단행본이 쏟아지면서, 중소 규모의 서점에서도 만화 전용코너가 생기고 있다. 사진은 신대방동 골드북서점으로 지난해 가을, 만화 코너를 새로 열었다.  서점계 만화의 판매 지향성 서점계 만화는 2000년대에 본격화됐다. 초기 형태의 서점계 만화는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로 대표되는 이른바 학습·교양만화였다. <만화로 읽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열풍도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곧이어 코믹스계 만화에서 출발한 다양한 유형의 장르만화가 속속 등장한다. 서점계 만화는 코믹스계 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장정과 고급용지, 기획 부록(작품평론, 작가 인터뷰, 일러스트 엽서 등)의 다양화, 언론을 통한 광고와 홍보 활동 등으로 판매 지향성 마케팅을 구사했다. 바다그림판, 길찾기, 애니북스 등이 주도한 ‘복간만화’ 열풍은 만화의 최대 소비 장소인 대본소와 책대여점에서 멀어진 소비자를 서점과 통신판매를 중심으로 다시 끌어 모으는데 성공한다. 코믹스계 만화도 곧이어 ‘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흉내 냈고, 대본계 만화에서는 제목을 바꾼 ‘재판’을 발행했다. 이는 다품종 생산 철학과 시스템에 익숙한 쪽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이다. 이들의 애장판과 재판 발행은 우리 만화산업의 성숙도를 알린 것이 아니라 ‘끝물 장사의 시작’을 예고하는 느낌이었다.
온라인계 만화의 마케팅 지향성 온라인계 만화는 출판만화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형식의 온라인(스캔)만화와 인터넷에 수록할 목적으로 그렸다가 출판만화로 출간하는 형식의 인터넷만화(웹툰)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출판 불황의 장기화를 뚫고 놀라운 판매부수를 기록한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마린블루스> 등의 인터넷만화는 새로운 창작형식→유통구조→소비방식 등을 고안해낸 만화 마케팅의 개척자라 할 만하다. 예비독자와 작가가 책의 제작은 물론 유통에 깊숙이 참여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자신의 웹사이트를 이용해서 고객접촉 마케팅을 펼친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가 직접 판매 전후 관리에 임하고 게시판 등을 통해 고객접촉 마케팅을 일상화하는 한편, 충성도 있는 고객을 타깃으로 온오프라인 연계 이벤트 등도 전개한다. 기존 출판만화마케팅이 작가의 손을 떠나 출판사의 관리에 의존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코믹스계 만화의 경제 파급효과
코믹스계 만화는 국내 출판만화 제작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대본계 만화가 30%를 점유하고 있어서 상호 견제해야 하는 처지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격전지인 대여 소비시장의 규모에서는 70 : 30으로 코믹스계 만화가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다. 코믹스계만화가 그 육중한 시장 점유율과 리딩 컴퍼니로서의 책임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전환 국면마다 눈앞의 실익을 좇는 정책 판단을 거듭하며 시장 성장을 스스로 둔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믹스계 만화의 제작시장 점유율과 소비시장 점유율은 그나마 우리 만화산업의 희망 중 하나이다.
90년대 중후반 잡지 연재 후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명진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과 지상월·소주완의 <붉은매>, 이충호의 <마이러브>가 최초로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곧이어 박산하의 <진짜 사나이>가 200만 부 판매 기록을 세웠고, 급기야 양재현·전극진의 <열혈강호>는 단행본 300만 부 발행 시대의 첫 단추를 끼웠다. 이 작품들의 판매 성과는 각종 캐릭터 상품과 PC게임, TV드라마와 영화, 각종 형식의 애니메이션 등으로 이어졌다. 이중 <열혈강호>는 격주간지에 260호 분량으로 연재됐고 3백만 부의 단행본을 팔아치웠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잡지 판매효과<열혈강호> 최신간인 33권 표지. 만화계 대표 스타상품인 <열혈강호>는 1000억 원이 넘는 경제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출판사는 이번 권 발행으로 300만 부를 넘어섰다고 발표하고, 단행본 부록으로 노트를 붙였다.에 단행본 발행가를 더해 약 150억 원이다. 판매시장에 비해 대여 소비시장이 4배에 육박하는 국내 현실상 실제 매출가치는 600억 원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본, 대만 등의 만화잡지에 연재됐고,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 단행본 수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완결까지 이어진다면 환율 등을 감안하더라도 순판매액만 이 규모의 2~3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일러스트집과 각종 캐릭터 상품이 등장했고, 라디오 방송과 플래시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온라인게임이 개발되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고 모바일게임 등도 제작됐다. 온라인게임의 수출가는 15억 원 선이고, 20% 수준의 러닝 개런티를 받게 된다. 내수 규모는 연 40억 원 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희망적인 수치를 제하더라도 <열혈강호>의 직간접적 경제효과는 1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사전 기획단계부터 시작해서 잡지 연재 중 아이템 관리, 단행본 발간시의 홍보활동, 연계사업 계발 등 시장에 역행하지 않는 콘텐츠 경영철학과 전방위적 마케팅이 적용된 코믹스계 만화라면 결코 영화산업이 부럽지 않다. 물론 10여 년간의 연재기간을 통해 구축한 1천억 원의 경제효과는 3년의 제작기간을 거친 <태극기~>의 5천억 원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숫자로 장난 할 일은 아니지만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자. 극단적인 평을 즐기는 한 논자는 “일본만화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로 인해 국내에 코믹스계 만화 시장이 열리고 책대여점 중심의 대여시스템이 안착됐다. 연 3천 6백억 원에 이르는 대여점 시장의 최소 3년 정도 규모는 두 만화의 경제적 파급효과로 봐도 무리가 없다.”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5대 문화콘텐츠 매체의 리더가 만화 작품에서 등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만화마케팅 철학의 재정립과 자기극복
만화마케팅 패러다임 변화의 키워드는 ‘대중화’와 ‘시장개척’이다. 대본계 만화의 황금기는 창작→제작→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작가→출판사→총판→대본소가 독점 체제를 구축하며 이뤄낸 것이다. 대중문화상품이었으나 그 생산과정은 대중적이지 못했다. 이후 코믹스계 만화의 시장 장악은 생산 주체인 작가입문 과정의 대중화를 통해 주도됐다. 서점계 만화의 등장은 유통과정의 대중화에 의한 것이고, 온라인 만화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아예 전 과정을 대중화한다. 마케팅 철학의 변화는 곧 시장개척 의지와 맞물리며 새로운 소비시장을 구축해낸다. 문제는 독점체제의 권위가 사라지면서 판매 가능 시장의 규모가 커졌지만 실판매지수는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순정만화, 교양학습만화, 인터넷만화 등 소수시장의 활성은 만화산업의 다양성 차원에서 분명 응원해야 할 일이지만, 소수시장이 대중시장을 장악하는 형국은 곧 시장 축소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시장의 규모와 판매지수의 접점이 만나는 부분에 위치한 코믹스계 만화가 내부 개혁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것만이 안정 속에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현재 코믹스계 만화는 앞서 논한 것과 같이 과거 대본계 만화의 위치에 놓여있다. 과거의 희망이 새로운 희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짓밟아야 한다. 당시 총판의 유통구조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본계 만화의 장벽을 넘어선 것과 같이 굳건한 경영철학과 변화하는 마케팅 트랜드를 읽어내서 새로운 소비환경을 구축해내야 한다. 철저한 기획력과 소품종 대량생산의 집중력을 통해 스스로가 쌓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일일만화 창작시스템의 붕괴와 영향
1년 ‘한시적 생명’ 전망 속 인력이동 부작용 나타나  
글 | 주재국 (만화평론가 jjk8646@hanmail.net)
 
‘일일배본 출판만화(=대본소만화)’는 작가 화실과 출판사, 총판 유통과 만화방이 하나의 틀로 구성되어 만화방에서만 보도록 출판되는 시리즈 만화이다. 만화방의 호황으로 많을 때는 33명의 대본 작가가 참여했던 이 구조는 만화의 제작, 공급과 판매 이득이 독립적으로 순환됐다. 일일만화는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시장 규모와 오랜 역사로 우리 만화가의 데뷔 경로 중 하나였다. 문정후, 권가야, 조운학, 이현세, 허영만 등 많은 작가들이 이 경로를 통해 데뷔하거나 성장했다.
만화방은 현재 전국에 1800여 업소로 추산되는데, 감소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만화방의 폐업으로 매장에 있던 책들이 실려 나가고 있다. 그러나 2004년 1월, 총판 유통의 집계에 따르면 독점 구매처인 만화방이 전국 1,800여 곳으로 축소되면서 최소 출판부수를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만화방은 90년 초까지만 해도 전국에 1만 업소가 넘었고, 70~80년대 전성기에는 2만 군데가 성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결과로 일일만화의 신간 창작은 야설록, 사마달, 하승남, 박봉성, 황성, 고행석, 이재학 프로덕션만 남았다. 조명훈 작가의 경우 올해 3월 11일에 1995년 출간된 <제 10계명>의 재판인 <암흑가의 잔혹사>를 내면서 재판 작가로 물러섰다. 이로써 재판 출판은 조명운, 오일룡, 김철호, 강촌, 황재로 늘었으며 김현, 조운학도 재판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승남 씨는 “신간 출판을 중단하면서 화실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혀 일일만화 업계가 정리 단계임을 인정하고 있다. 만화총판장 김진천 씨에 따르면 “3개의 일일만화 총판이 2004년 2월까지 단일 총판으로 통합되고, 그 과정에 ‘외무’(총판 영업자)의 정리도 진행됐다.”고 한다. 그러나 출판사와 작가 간의 채무관계, 유통단계의 보증금 회수가 아직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일일만화 업계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스토리를 창작하고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 화실에서 싼 인건비로 그림 작업을 하는 이원화체제로 제작비를 낮추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800여 명에 이르는 국내 인력들이 구조조정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창작 방식과 유사한 성인만화와 비교적 수월하게 그릴 수 있는 학습만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마달 프로덕션 관계자에 따르면 “일거리를 잃은 화실은 성인만화를 그리기 위해 다른 출판사로 이전했는데, 실제로 성인만화 <야화도>로 데뷔한 구달의 경우 이전의 조명훈팀이 재결성돼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국내의 실력 있는 화실은 성인만화를 담당하고 일일만화는 전량 해외 제작될 상황”이라고 귀띔한다. 앞으로 일일만화 신간 창작은 황성, 박봉성 작가 등에 의해 1년 남짓 유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러한 일일만화 붕괴의 심각성은 기존의 창작환경 중 하나가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물론 작가의 데뷔 경로로 작용하던 일일만화 분야의 전통적인 순기능은 퇴색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당장 데뷔하지 못하는 예비 만화가들이 그나마 만화계에 발붙일 곳이 없어진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리고 산업적인 붕괴로 전체 한국 만화의 점유율에도 악영향을 준다. 문화관광부의 ‘2003년 한국만화산업 기초조사’에 따르면 만화제작 시장 중 470억 원 규모를 일일만화 출판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만화로 분류되는 이 시장의 상실은 전체 만화시장에서 번역만화의 점유율을 상승시키는 급격한 요인이 된다. 또한 일일만화 인력이 주변 만화계로 유입되는 것이 우리 만화 창작의 질적 성장을 담보하기보다는 인력 과잉으로 동반 하락을 발생시킨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실제로 학습만화 시장으로 이 인력이 유입되면서 원고료 저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일만화가 문화적 정서로 만화계에서 지탄을 받는 것과 별개로, 산업적으로 연관되는 파급효과와 창작 환경의 급속한 상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공장’이란 비난을 받았지만, 만화의 젖줄로 만화가 인력 확보 및 양성에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2005-10-11 15: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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