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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사
다시 문제는 창작이다 2 - 일본 만화 편집자들과의 대화
 
그들은 어떻게 만화를 만드나  
그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글 | 이재식 기자 (lee@Qcomic.com), 김영진 기자 (innakim@Qcomic.com)
 
<영매거진> 편집부의 전경. 한국의 편집부와 딱히 다른 건 아무 것도 없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편집용의 책상이 너덧 개가 아닌, 수십 개 넘게 줄지어 있다는 것. 오후 2시가 넘었지만 편집부에 사람이 거의 없다. 세키 편집장은 “오후 2시까지는 출근하라.”고 하지만 대개 4시는 돼야 나온다고 한다. 기자들은 작가들의 생활에 맞춰 새벽까지 일한다.
 
 
일본 만화의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일본 만화 시장의 규모나 이를 움직이는 만화 편집부의 강력한 힘에 대해서 자주 듣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잡지-단행본 체제이고, 이를 이끄는 주체로 작가 말고 편집부의 전문 편집자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 우리는 일본 ‘망가’의 전부를 참고해 왔는데, 그 중에는 그들의 창작 시스템도 포함된다. 그 역사는 짧게 잡아도, 지금 나오는 만화잡지 중 제일 오래된 <아이큐 점프>(서울문화사)의 역사에 모자랄 리 없으니 어언 15년을 넘어 섰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거칠게 말해 말짱 도로묵인 처지와 다를 것 없다.  <계간 만화>는 고단샤와 스퀘어에닉스 편집부를 찾아가 베테랑 편집자 10여 명을 만났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두 시간 이상 심층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 작업은 서둘러 어떤 해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 또한 만화가 불황이라고 고민하는 자리에서, 여태껏 말하지 않은 ‘속내’가 있다면, 한마디라도 챙겨서 전하겠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경청했다. 우리가 일본 만화(의 편집자들)와 진솔한 대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던가. 지금까지 그들에게 한 가지 말만 건넨 것 같다. “좋은 작품 있으면 소개해 달라.” 그런데 때마침 일본 만화가 우리한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서두르는 쪽은 “한국 작가들 대단한데 도와 달라.”는 적극적인 구애도 있다. 편집자들보다 더한 갈증을 느낀 우리 작가들과 기획자들이 이룬 성과이다. 어쨌든 이제 서로 대화의 길은 열려가고 있다. 더 이상 우리 말만 하고 말문을 닫지 말길 바라는 심정으로 일본 편집자들과의 대화를 전한다. 이번 취재는 고단샤 국제부의 호리에 아키오 씨와 일본 만화 전문가 이현석 씨(본지 통신원)의 진행과 협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1961년생. <영매거진> 편집부에서 15년째 근무 중.<영매거진> 세키 준지 편집장
“편집자의 역할요? ‘죠, 오른쪽으로 돌아, 왼쪽이 비었어! 그래, 그거야!’ 바로 이런 거죠”
 
고단샤에 처음 입사해 영업부서에서 시작한 세키 씨는 <영매거진>에서만 15년째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혹시 다른 잡지를 맡을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불가능하다. 지금도 어떻게 해서 편집장이 되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풍이 <영매거진>의 캐릭터가 곧 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성·안·될·놈·설’   주요 타깃 연령 30세. 노동자, 블루컬러, 넥타이를 매지 않는 사람들. 100만 부가 넘는 발행부수에도 불구, 내용은 마이너를 지향. <비밥 하이스쿨>, <이나중 탁구부>, <도박묵시록 카이지>, <이니셜 D> 등의 작품 연재.  고단샤의 대표적인 청소년 잡지 <영매거진>의 프로필이다. 그럼 이 잡지의 철학은 도대체 뭘까. “<영매거진>의 노선은 ‘성선설’ 혹은 ‘성악설’과 비슷한 맥락에서 ‘성안될놈설’이다. 인간이란 처음부터 ‘안 될 놈’으로 태어났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영매거진>이 창간되었을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흔히 주인공이라고 하면 멋진 영웅의 이미지가 굳어져 있었는데, <영매거진>은 창간 당시부터 이상하게 ‘비열하고, 힘 없고, 마이너적인’ 주인공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작품들이 독자의 사랑을 얻는 이유는 독자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세키 편집장은 분석한다. 일본 잡지시장에는 잡지마다 확실한 자기의 컬러와 타깃 설정을 통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풍토가 정착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흔히 우리식으로 청소년 잡지라고 하면 고등학생이 주로 보는 잡지로 인식된다. 실제 국내에서는 이런 잡지에 ‘15세 이상 보세요’라는 문구로 심의도 의식하고 독자층도 규정한다. 하지만 <영매거진>을 가장 많이 보는 구체적인 연령대는 30살이라고 한다. 뜻밖이어서 거듭 확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더 충격적이다. “<소년 매거진> 독자 중에는 25살이 제일 많고, <모닝>은 38살이라”는 것. 여기에는 독자 연령대가 다른 출판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고단샤의 특징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잡지의 작품들이 대개 장기 연재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연령대가 높아진다고 해서 마냥 독자층의 폭을 넓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편집 철학이 더 완숙해지는 걸 의미한다. 결국 <영매거진>은 단순히 청소년 잡지라는 분류에 있지 않고, 작품 하나하나에도 분명한 자기 철학이 있는 잡지라는 것이다. 
 
<아키라>의 작가  오토모 가츠히로가 그린 <영매거진> 주간화 기념 포스터. 새로움’을 찾아라   창간 이후 <영매거진>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아 온 것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다. “새로움에는 그림이나, 소재, 연출 등의 새로움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감각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의 표현법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림은 일단 연재 지면을 주면 어떤 식으로든 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작가의 감각이란 다른 문제이다. 따라서 마이너를 지향한다고 해도 보여 주는 방식은 가지가지다. <공각기동대>, <아키라>와 같이 그 시대의 상식을 뛰어넘는 작품을 끌어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도 여기서 비롯된다. 새로운 것을 찾는 끝없는 노력이 다양한 작품으로 빚어지고 이것이 한 데 모인 것이 만화잡지의 진정한 힘이라고 세키 편집장은 말한다.
 
“편집자는 작가의 응원단장”   이 잡지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35명. 연재작의 수보다 많다. 잡지가 잘 팔리는 만큼 회사에서 많은 지원을 해 주는 덕이다. 한 사람의 편집자가 담당하는 작가는 대개 5명 정도. 물론 단편을 준비하고 있는 신인까지 포함한 경우다. 출근 시간은 오후 두 시 정도, 퇴근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대개 새벽까지 작가와 호흡을 맞춰 일한다.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덕목으로는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1순위로 추천한다. 다음은 한참 망설이더니, ‘체력과 인내’라고 대답한다. 그는 편집자란 작가의 응원단장이라고 정의했다. “<내일의 죠>를 보면 링사이드에서 열심히 죠에게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 ‘오른쪽으로 돌아! 왼쪽이 비었어! 그래, 그거야!’ 그것이 바로 편집자의 역할이다.” 세키 씨가 인용한 것은 코치로서의 역할이 아니고, 힘찬 함성으로 작가에게 힘을 북돋는 응원하는 사람이었다. 
 
일본 만화의 미래   일본도 만화시장이 불황이라고 하는데 미래는 어떻게 전망할까?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 당장 더욱 재미있는 만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다소 냉소적이고도 야멸차게 말을 잘라 버린 꼴이다. 한국처럼 전문적인 만화학과도 없다. 딱히 학술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도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만화를 위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이 세키 편집장의 마인드다.
 
 
히로시 쿠리하라
<매거진 Z> 편집기자
“편집자는 독자의 대표”
 
만화 편집자의 교육과정과 같은 것이 있는지.
자체 교육과정 같은 건 없지만, 40년 동안 이어져온, 마치 ‘장인’들의 제자 교육과 마찬가지로 일 속에서 배워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굳이 교육과정과 비슷한 제도를 찾아보자면 ‘지도사원제’라는 것이 있다. 신입사원을 가르치는 선배를 지정해 주는 시스템인데, 그런 틀이 오래 전부터 계속 물려 내려오고 있다. 우수한 선배 편집자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매거진 Z>의 편집인원과 담당하고 있는 작가는.
총 10명이서 잡지를 만들고 있다. 담당 작가가 1명인 편집자도 있고, 5명인 편집자도 있다. 편집자들에게 균등하게 작가를 분배하는 방식이 아니다. 개인의 능력별로 맡게 된다. 나 자신의 경우는 현재 연재를 하고 있는 작가가 5명이며, 준비 중인 사람까지 치면 25명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는 현재 담당하고 있는 <가면라이더 스피리츠>가 있다.
 
만화 편집자에게 필요한 소양이 있다면.
편집자는 독자의 대표다. 때문에 편집자에게는 만화에 대한 센스(어떤 만화가 어째서 재미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소양)가 꼭 필요하다. 만화는 그림과 내용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못 그려도 맛이 있는 작품이 있는 법이다. 그런 작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잦은 밤샘을 견뎌낼 체력, 만화를 좋아하는 마음, 객관적인 시각 등이 필요하다.
 
만화잡지 편집부의 분위기는.
만화잡지는 TV방송국과 비슷하다. 하고 싶은 것을 기획자가 제안해서 만들어 나가는 게 가능하다. 또 다수의 작가에게 다양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할 수 있다. 이것이 일본만화의 강점이라 생각한다.
 
 
프로필 | 1947년생. <소년 매거진>, <영매거진>, <미스터매거진>, <애프터눈>에서 편집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유리 코이치 제7국 편집장
“만화 이론이 정립된다고 재미있는 만화가 만들어지나”
 
 <아키라>, <무한의 주인> 등의 담당 편집자로 일했던 그는 편집부 내에서도 ‘독특한 발상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가 <애프터눈>의 편집장이란 점에서 뭔가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를 하는 편집자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뭔가 의미가 있고, 좋은 만화라는 걸 기획하는 방안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그럴까.  
 
만화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일본에서 만화는 공기처럼 일상화된 존재입니다. ‘좋다’, ‘나쁘다’ 식으로 평가하는 대상의 단계를 이미 지나 버렸다.” 공기와 같이 주변에 흔히 보이는 만화, 그것이 현재 일본 속의 만화다. 70년대부터 만화를 시작한 유리 씨는 당시 일본 만화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던 시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 다른 장르의 창작자들이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운 만화를 찾으면서 본격적으로 성장기가 오게 된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만화는 풍부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화를 보면서 자란 세대가 아닌, 시와 소설, 음악을 접하면서 자란 세대들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굴해내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에게 이보다 앞선 시기의 일본 만화사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더니 세키 씨와 같이 야멸차게 받아친다. 그건 자기도 모르고, 알 필요도 없지 않냐는 거다. ‘이 사람들은 모르는 얘기는 절대 안 하고, 꼭 필요한 것만 알뜰하게 챙기는구나.’는 생각이 스쳤다.
 
오토모 가츠히로의 표현을 빌려 “만화의 문법이란 어디까지 컷을 줄여서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형식”이라고 말했다. <아키라>를 담당했던 유리 씨가 5년에 걸쳐 직접 편집한 일러스트레이션집 <KABA>.작가가 먼저? 편집자가 먼저? 유리 씨가 생각하는 편집자의 역할은 어떨까  “아무리 재능 있는 작가가 있어도 재능 없는 편집자가 담당을 하게 될 경우, 작가를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일도 있다. 담당 작가와는 한 주에 삼사 일 정도는 기본으로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두 사람 사이에는 수많은 대화가 오고가게 된다. 실제로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를 담당했는데, 아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담당이 되었다면 분명히 지금의 <아키라>와는 다른 작품이 나왔을 거다. 그것이 지금보다 더 좋은 작품일지, 나쁜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오토모와 호흡을 맞추며 한 일이라고는 “작가와 술 마시며 이야기한 게 전부”라며 목젖이 보일 만큼 크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아키라>의 탄생 초기 기획에 얽힌 비밀을 들으면서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가 비로소 분명해졌다. 애초에 <아키라>는 A4용지 한 장의 10부작 시놉시스에서 시작되었다. 진행해 나가면서 장편이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만화는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은 것”이라고 정리했다. “만일 다른 편집자와 똑같은 시놉시스를 들고 작업을 했다면 다른 작품이 나왔을 것이다. 좋은 작품은 안목 있는 편집자와 능력 있는 작가가 만났을 때 가능한 것이다.”
 
만화가 예술이든, 아니든 무엇이 문제인가  이제 그에게서 여느 편집자와 다른 점을 찾기 위해 만화의 예술성을 화두로 삼았다. 만화에 대한 예술적 접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한국에서는 많은 만화 대학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평론 등이 생기는 장르는 쇠퇴하는 장르이다. 나 자신은 현장에서 만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농사꾼이 배추를 만들면서 배추의 모양이 어떤지에 대해서 평가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떻게 하면 더욱 새롭고 좋은 배추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할 뿐이다. 그리고 만화는 대중화되어 있으며, 음악으로 치자면 팝에 가까운 장르이지, 클래식이 아니다. 그 폭도 너무 넓고, 깊이도 천차만별 아닌가. 지금 일본의 만화평론을 보자면, 만화평론이 아닌 문학평론의 응용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만화에 대한 이론적인 정립이 없는 상태니까. 혹시 이론이 생긴다 해도, 그 이론으로 재미있는 만화를 만들 수 있겠느냐?”다소 의외였다. 그에게 만화는 평론의 대상이 아니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만화 평론은 있지만, 거기에서 기대할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는 사실상 “평론은 필요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 역시 강조하는 것은 재미있는 만화를 끄집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느냐는 생산성의 문제다.” 우리 작가들이 <애프터눈>을 예로 들며 답을 찾으려는 ‘좋은 만화’, ‘작가들의 개성이 살아 있는 만화’를 직접 만든 사람들은 전혀 다른 접근방법으로 이런 성과를 이루어 온 셈이다. 
 
 
니시지마 마코토 
<소년 매거진> 부편집장

“편집자는 작가와 함께 커가는 관계”
 
<소년 매거진>의 주요 독자층은.
<소년 매거진>은 중학생부터 성인 전반에 이르기까지 넓은 독자층을 타깃으로 삼는다. 여성 독자들의 비율도 20%를 차지한다(단행본의 경우 50%). 이유는 여성 작가가 많아졌기 때문인데, 총 20편 가량의 연재작 중 대여섯이 여성 작가의 것이며 인기가 좋다.
 
편집부의 구성과 편집기자 업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총 50명이 있다. 이 중 연재작을 담당하고 있는 편집자는 30명이다. 편집자마다 담당하는 작가와 작품은 천차만별이며, 주로 추리물 등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만화의 경우에 담당 편집자가 많아진다. 그리고 연재 작품이 없는 20명의 편집자는 새로운 작품을 기획, 구상한다. 신입 편집자의 경우, 입사 이후 작가와 함께 연재에 들어가기까지 약 3~4년 정도가 소요된다. 그 기간 동안 선배들의 옆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자신의 역량을 키운다. 그 결과 연재를 따내게 되면 반대로 선배들은 밀려난다. 이런 끝없는 경쟁 관계 속에서 편집부가 돌아간다. 
<소년 매거진>에서 연재 중인 작품 <The Fighting>. ‘땀 냄새 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싶은 독자들이 이 잡지의 주요 타깃이지만, 의외로 여성이 독자층의 절반을 차지한다. <소년 매거진>의 핵심 테마는.
‘감동을 주고 영혼을 흔드는 것’이 큰 주제다. 그 큰 주제 안에서 장르가 다른 만화들이 각각 포진해 있다. 리얼하고 현실적인 캐릭터가 등장해 ‘땀 냄새 나는 노력’을 보여 주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참고로 개인적 견해로는 <소년 점프>는 판타지, <소년 선데이>는 마니아 취향의 작품이 많다. 이런 경향은 연재돼 온 대표작품을 통해서 전통이 되는 면이 있다.
 
잡지 자체만으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가.
물론 잡지마다 다르겠지만, <소년 매거진>의 경우는 단행본 없이 잡지만으로 수익을 낸다.  잡지 자체의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잡지 자체의 목적이 ‘싸게’, ‘많이’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역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작가와 함께 커가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내 경우 <디어 보이즈>의 작가 야가미 히로키가 데뷔를 준비하던 시절, 담당 편집자로서 함께 작품을 기획했다. 우연하게 작가가 미소녀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취향을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을 준비하도록 격려했으며, 그 결과 발표된 작품이 <우리에게 맡겨봐!>다. 이후 도 그렸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내어 격려하는 것이 편집자의 몫이지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편집 기자로서의 노하우가 있다면.
작가와 2인 3각을 한다는 자세로 조금식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 작가와 함게 작품이란 꽃을 피우는 것이다. 선배들을 훔쳐보며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스퀘어에닉스 <강강YG> 편집장 나카노 타카시 & 한국작가 담당 편집자 하기와라 요시히로
“한일 작가들은 같이 느끼고 동일한 영상언어를 쓰고 있다”
 
나카노 편집장은 수줍은 듯 웃는 모습에서는 순정만화에서 튀어 나온 미소년을 연상시키지만 소매를 찢은 나시티를 보면 액션만화의 폭주족 캐릭터가 오버랩 된다. 책상 위에 놓인 각종 소품들에서 그의 캐릭터와 회사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신주쿠 한복판에 있는 스퀘어에닉스사는 여느 출판사와 달리 벤처기업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게임과 만화 회사가 한 공간에서 시너지를 찾는 콘텐츠 전문회사라는 것을 한껏 과시하는 듯한 무대 세트랄까. 이 회사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만들어 온 스퀘어와 만화잡지 <강강>시리즈를 내는 에닉스가 이태 전에 합병한 회사이다. 합병의 이유는 물론 미디어믹스 전략의 극대화. 이를 단번에 증명해 보인 것이 <강철의 연금술사>로, 합병 회사의 출판과 애니메이션 파트를 거쳐 기획 제작돼,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서 선풍적인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올 가을에는 청소년 잡지 <강강YG> 창간을 발표했다. 이 회사를 찾은 것은 새 잡지에서 우리 작가의 작품을 대거 수용하는 파격적인 기획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강YG>의 편집장 나카노 타카시 씨와 한국 작가를 담당하는 하기와라 요시히로 씨를 차례로 만나 새 잡지의 방향과 준비 과정, 한국 작품에 대한 기획과 평가 등에 대해 캐묻듯 질문을 쏟았다. 먼저 새 잡지의 편집 방향이 궁금했다. “18~24살을 타깃으로 하고, 판타지 작품이 주종을 이룬다. 기획 단계부터 애니메이션, 게임 등과 연계하는 미디어믹스 전략을 적극 도입한다.” 이 회사의 간판 소년한국 작가를 담당하는 하기와라 씨.잡지인 <강강>이 나온 지 13년이 돼 청소년 잡지 창간을 더 늦출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도 만화잡지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부담도 적지 않다. 나카노 씨는 시장 상황에 대해 “잡지 판매가 고전하는 가운데 단행본 판매는 느는 현상도 보이는데, 이는 여성 독자들이 많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잡지가 안 팔리는 건 뭣보다 너무 많은 종이 나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강강YG> 창간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일로, 우리 만화의 일본 진출 바람을 몰고 올 태풍의 진원지가 될지도 모른다. 이 잡지는 전면에 내세울 주력군으로 한국 작가들을 일찌감치 찍어두고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이 제일 선발대로 박성우, 유현, 박중기 씨 등이 있다. 박성우와 박중기 씨는 새 잡지의 창간호에 이름을 올릴 것이 확정적이다. 유현 씨의 경우 지난 4월호부터 <강강윙>에 ‘상자 공주 판도라’를 4회 분량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썩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나카노 씨는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양국 만화의 정서나 수준에서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국 작가들은 세계 무대에서 함께 활동할 상대”
한국 만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기와라 씨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는 한국 작가를 전담하고 있다. 한국 만화를 세밀하게 훑고 있고, 우리 만화에 티끌만큼도 관심 없던 편집자들과는 전혀 다<소년 강강>의 증간호 형식으로 발매된 <강강YG> 창간 준비호에 소개된 박성우의 일러스트. 른 눈을 가지고 있다. “한국 작가들은 세계적 시각에서 보자면, 일본 작가들과 비슷하고, 함께 활동해 나아가야 할 대상”이라는 것. 한국 작가들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데는 별 장애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같은 작품을 보고 자라서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똑같은 영상언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박성우의 그림과 캐릭터를 높이 평가하고, 유현의 감각에 주목하고 있다. 양경일의 파워 넘치는 필력에 대해서는 ‘그림의 달인’이라고 치켜세운다. 예를 들어 박성우의 <나우>나 , 유현의 <선녀강림>은 일본에서 곧바로 내도 3~5만 부는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허영만, 이상세, 양영순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타이거북스’ 이름으로 일본에 소개됐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한 사실도 알고 있었다. 유통과 프로모션에 문제가 있었지만, 잡지를 통하지 않은 방식이었던 게 제일 큰 실패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하기와라 씨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교 시절 미국 유학 중 한국을 경유한 귀국길에 6월 항쟁 시위 모습을 보고 친근감을 느끼면서부터라고 한다. 경력 7년차로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를 지냈고, 온라인 만화사이트와 게임잡지에서 일한 적이 있다.
 
 
 
2005-10-12 12: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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