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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사
<도깨비 신부>의 작가 말리

“한국적이란  평가 부담돼, 우리 샤머니즘에 대한 관심일 뿐”

 
글|김영진 기자 (innakim@Qcomic.com)  사진|조지영
 
말리  1972년 생. <도깨비 신부>로 데뷔.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데뷔를 준비, <도깨비 신부>로 만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던 첫 작품이 연재로 이어지면서 제2의 데뷔를 맞이하고 있다.


<도깨비 신부>를 알고 있는지? 퇴마, 심령에 관한 수많은 일본의 단행본들이 한국 독자들의 마음을 독점하던 지난 2002년, <도깨비 신부>라는 특이한 제목의 단행본이 조용히 발간되었다. 천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던 <도깨비 신부>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화인들의 입에서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 <도깨비 신부>의 작가 말리. 지금 그녀가 숨겨진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다.

 
늦깎이 작가 “언젠가는 꼭 만화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진 못한 채, 만화계의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었죠. 그러던 중 ‘아, 더 늦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원고를 시작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경험하고… 그러다 본격적으로 만화판에 뛰어들게 되었을 땐 이미 주변 대부분이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더욱 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공모전 포기 “처음에는 공모전을 노렸어요. 아무래도 나이란 게 강박관념으로 다가왔던 거 같아요. 평범한 데뷔보다는 공모전 데뷔의 화려함을 원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그다지 만족할 만한 결과는 없었어요. 혼자 습작하던 수준이라 요령도 없었고 미숙한 부분도 있었거든요. 낙선을 확인하고 원고를 찾으러 갔다가 쓴 소리도 많이 들었죠.” 오기가 생겨서 더욱 열심히 공모전에 전념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부터 오로지 공모전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됐죠. ‘어떻게 하면 당선이 될 수 있을지’, ‘편집부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더라구요.” 공모전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욕심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푹 놓였다. 이후 새롭게 준비한 것이 <도깨비 신부>였다.
 
도깨비에 대한 새로운 해석 “우연히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됐는데, 현재 우리가 흔히 접하는 뿔이 돋고 가시 방망이를 든 도깨비의 모습은 전통적인 도깨비가 아닌 일본의 오니(鬼)의 모습이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전통적인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자료를 찾기 시작했고, 어느새 도깨비라는 캐릭터에 강한 매력을 느끼게 된 거죠.” 이후 도깨비의 성격은 문헌이나 설화들을 통해 공통적인 상이 잡히기 시작했다. “작품 속에서 도깨비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존재로 표현됩니다. 도깨비의 유래에 관한 여러 이야기 중에서 가장 친근하게 받아들였던 도깨비의 존재는, 사람의 사혼(死魂)과는 다른, 사람의 주변에서 탄생해 숲이나 바다 등 낡고 습한 곳에서 살면서 종종 사람을 골탕먹이는 걸 좋아하는,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관계 맺고 싶어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 도깨비의 “모습’은 구전과 변색에 의해 수많은 설들이 난립했다. 결국 처음의 질문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중 자신에게 가장 다가오는 이미지에 상상을 넣어 형상화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의미에서 <도깨비 신부>는 그녀가 생각하는 도깨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적’이라는 말의  부담감 “제 만화를 보는 많은 분들이 작품에 대해 ‘한국적’이라는 말을 하시는데, 그 말들이 엄청 부담스러웠어요. 물론 평소 샤머니즘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무속적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그런 뉘앙스를 넣었긴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환경에 속한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대한 것이었으니까요.” 호기심에서 출발한 작품치고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 상황들을 묘사하고 있어 혹시나 자전적 경험이 바탕이 되진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 건 아니에요. 가족들의 이미지나 성격적인 부분에 있어서 조금은 자전적인 경험이 들어간 게 있죠. 그러나 작품의 배경이나 도깨비의 모습 같은 부분에 있어서 자전적인 경험은 없어요. 다만 평소 무속을 비롯한 민속적인 것에 대한 애정과 흥미로 자연스럽게 찾아보곤 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주인공과 함께 성장 “작가들 중에는 전체 이야기의 플롯과 대사까지 구체적으로 설정해 놓고 진행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다 보면 가닥이 잡히거든요. 때문에 스토리가 계속 전복 되고 바뀌는 것 같아요.” 처음 작품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작가 자신의 관점이 달라진 부분도 있고, 또 새로운 요소들도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작품에 대한 작가의 공부가 더욱 깊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작가로서 이런 점은 불안하기도 하지만, 주인공 선비와 제가 같이 커나간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스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첫 연재의 두려움 “현재 창간 준비 중인 모 잡지에서 <도깨비 신부>를 연재할 예정이에요. 일단 새로운 출판사에서 기존에 2권까지 나왔던 단행본과 함께 3권이 발행될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내용이 연재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처음으로 해 보는 연재인지라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한 달에 최소 35페이지 이상은 그려야 할 것 같은데,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벅찰 거 같아요. 제가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또 그 동안의 단행본 스타일과는 달리 매 호마다 어느 정도의 맺고 끊음을 생각해서 진행해야 하니까 작품 전개상에 있어서도 조금 고민이 되고요.”
 
무조건 열심히 “기분은 좋아요. 사실 힘든 시기잖아요. 그런데 연재를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렇다, 힘든 시기. 실제로 그녀 자신도 데뷔하기까지 여러 경험을 했었다고 한다. “저 같은 경우는 퇴짜 맞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는 출판사라는 입소문만 믿고 출판사를 찾아갔었죠.” 하지만 일단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밀어붙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신인들이 가지는 데뷔하기 전의 두려움은 많은 것 같아요. 소문이 무성하거든요. ‘판타지는 하지 마라’, ‘먹히는 그림을 그려라’, ‘어느 출판사에서 이런 얘길 했다더라’ 등의 이야기. 하지만 결국 자신이 재미있고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잡지사의 문을 두드렸을 때, 결과가 어떻든 후회가 남지 않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담당기자가 망설이긴 했지만 결국 우여곡절을 겪고서 데뷔를 했으니까요. 사실 운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웃음)” 하지만 대부분의 신인들과는 조금 다른 사정이 있기도 하다. “사실 저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버는 직업을 따로 갖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면 뭣 때문에 만화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헝그리 정신이란 건,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요구할 수 있는 자질이지, 결코 타인이 작가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자질은 아니거든요. 만일 제가 이런 시기에 만화로만 먹고 살아야 한다면 과연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배짱을 부릴 수 있을까 하는 가정을 종종 해요.” 여담이지만 자신의 그림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단다. “사실 데생력이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열심히’ 그렸던 거죠. 예를 들어서 용의 비늘을 죽어라 파대면서 ‘적어도 이런 걸로는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하도록 만들겠어.’라는 다짐도 하고 말이죠.(웃음) 이것도 시간이 허락하니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도깨비 신부>, 그 이후… 아직까지 새로운 작품에 대한 구상은 없다. “제가 부러워하는 사람 중의 하나가 스토리를 쟁여놨다고 말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그런 게 없거든요. 데뷔를 하면서 제일 무서웠던 게 ‘과연 내게 스토리가 샘솟을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도깨비 신부>의 연재에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 벅차죠. 그래도 연재가 끝나면…한 권짜리 단행본 위주의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그 정도 분량의 스토리로 구성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분량이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을 만큼 작품의 퀄리티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은 결국 눈에 띄는 법. <도깨비 신부>가 겪은 발간 중단의 아픔도 잠시, 잡지 연재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들뜬 모습과 함께 긴장감도 엿볼 수 있었다. 그녀가 앞으로 보여 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작품 활동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2005-10-12 18: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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