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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공모전 당선자 신춘방담 - 공종철, 변기현, 이장희

“내겐 공모전이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글|이대연 (한국만화문화연구원 기획실장 antizine@hanmail.net)

참석자
공종철
<바램>으로 2004년 제2회 대한민국창작만화 공모전 대상. 1972년생. 이재학 화실 문하생.
이장희 으로 2004 경향신문 신춘문예 만화부문 대상. 1976년생. 2004년 LG동아 국제만화전 극화부문 대상 수상. 박흥용 문하에서 수업 중.
변기현 <살인계획>으로 2004년 서울창작만화공모전 출판만화 단편부문 대상. 1978년생. 상명대 만화과 졸업. 2003년 한일만화전 호프상 수상. 2003년 <짜장면> 출간. 2004년 LG동아 국제만화전 극화부문 특별상 수상.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계절은 단연 봄이다. 봄은 시작을 의미하기에 언제나 새롭고 설렌다. 2004년에 굵직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신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봄엔 따뜻함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있기 마련인지, 누구보다 뜨거울 신인만화가의 열정도 침체된 만화시장 앞에선 조금 주저되는 모양이다. 가벼운 질문으로 수다를 시작했다.
 
이대연 : 공모전 상금, 어디에 쓰셨습니까?
이장희 : 빚 갚고 생활비하고. 진작 다 쓰고 없다 아잉교. 상금이 쪼매 더 많아야 하는 긴데.
진한 사투리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백번 동감하는, 혹은 다소 씁쓸한 웃음. 공모전마다 다르지만 대상 상금은 평균 5백만 원 선. 이유야 많겠지만 신인작가에게 공모전 출시는 경제적인 이유도 적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공종철이대연 : 작년 한해 큰 상을 받았는데 어떻게 지내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변기현 : 그동안 작업했던 단편들을 모아 단편집을 낼 예정입니다. 지금은 그 작업만으로도 정신없네요.
공종철 : 아직까지 제 이름의 작품이 많지 않아서 다른 공모전 준비하면서 착실하게 단편을 쌓아 놓으려고요. 단편집도 염두에 두려면….
이장희 : 또 공모전 해야죠. 안 그럼 생활도 안 됩니다.
이대연 : 이장희 씨만 보더라도 2004년에만 LG동아와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휩쓴 2관왕인데 또 공모전을 준비하시는군요. 특별히 공모전을 또 준비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이장희 : 솔직히 경제적인 이유를 무시 못하죠. 선배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로 힘들었습니다. 살 길은 공모전뿐이었죠. 항간엔 문하생 출신이면 당선이 힘들다는 루머도 있었는데 그 때문에 더욱 노력했습니다.
공종철 : 적지 않은 나이라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4년 가까이 만화 일을 했지만 화실에만 있다보니, 남에게 내 작품이라고 보여줄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 이름으로 된 포트폴리오 만든다는 기분으로 단편을 그리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공모전 안내를 보고 응모하게 됐습니다.
변기현 : 졸업 후에 <짜장면>이라는 단행본 준비로 바빴습니다. 장차 장편을 하고 싶긴 하지만 갑자기 장편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단편으로 조금 더 연습을 하고 싶었지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공모전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덜도 말고 만화로 살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

이대연 : 공모전 주최 측에서 상금 말고 연재 약속은 있나요?
변기현이장희 : 상금 이외의 지원은 없습니다. 수상 작품집 말고도 후속 작품 활동이 담보되면 더 바랄 것이 없죠. 사실 경향신문은 가능했는데 만화 지면을 없애는 바람에 아쉽게도 유명무실화됐습니다. 다만, LG동아 경우엔 그간 노하우가 쌓여서 인지, 해외시찰지원이나 작업 알선을 해주곤 하더군요.
이대연 : 그럼 공모전이 효용성이 있긴 한가요?
변기현 : 학생들에겐 당락의 부담이 없으니까 많이 준비합니다. 아무래도 이름을 알리기엔 공모전이 좋지요.
이장희 : 공모전은 지금의 젊은 작가들에게 유일한 탈출구죠. 상금이 있기도 하지만, 작가가 그리고 싶은 작품을 그릴 수 있는 곳이 공모전입니다. 잡지는 이른바 ‘작가 길들이기’가 너무 심해 작품에 대해 열의를 다하기 힘들어요. 무조건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작품만을 바라지요. 잡지에선 안 되지만, 공모전에선 작가적인 욕심을 낼 수 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공모전이 없으면 우리 같은 작품을 실을 데가 없어요.
공종철 : 인터넷이 숨통이 될 수도 있겠지요. 초기 짧은 개그만화에 머물렀던 인터넷 만화가 점차 장편까지 소화해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오프라인에만 기대기보다는 온라인에서 작업하는 것이 수월할 수도 있습니다.
이대연 : 공모전 수상작들을 보면 대체로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변기현 : 주제의식이 뚜렷하다는 점이겠지요. 대체로 현실에 대한 가벼운 위트를 담고 있지요.
이대연 : ‘공모전용 작품’이랄까, 공모전이 원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요?
공종철 : 저는 공모전을 위해 그림체를 완전히 바꾸려 노력했습니다. 기존의 그림체로는 수상하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신인공모전은 만연한 일본 코믹스 풍의 그림과는 다른 신선한 그림을 원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이장희 : 공모전에 응모하는 건 거의 단편이 될 테고, 심사위원들은 단편으로서의 완성도를 요구합니다. 칼싸움을 하자니 적은 지면이 액션으로만 채워질 테고, SF를 하자니 시대적인 설정을 설명할 지면이 없습니다.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선 짧은 지면에서 드라마를 다루어야 하고, 현실을 반영한 시사적인 주제가 자주 다뤄지게 마련이지요.
이대연 : 끝으로 공모전에 바라는 것이 있으면 해주시지요.
이장희변기현 : 만화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영화를 아직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공모전이 더욱 다양해져서 만화의 발전을 이끌어내기를 바랍니다. 또 작가들의 가능성까지 발굴해낼 수 있는 공모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종철 : 공모전 이후에 작품 활동을 보장해줬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연재를 보장할 수 있는 매체가 없습니다. 잡지 공모전이 그나마 연재가 가능하겠지만 대상이 뽑히는 경우를 잘 보지 못했습니다. 잡지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이 ‘상업적’ 공모전이라면, 기관이나 단체에서 진행하는 ‘비상업’ 공모전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연재는 기대도 안 하니까 재단 당하지 않고 그릴 수 있도록 말이지요. 작품에 온힘을 다 쏟을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장희 : 공모전 공지를 빨리 띄워서 넉넉히 작품을 준비할 수 있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물론 상금도 더 많으면 좋겠지요.
 
‘공모전, 이렇게 하면 수상한다’랄지, ‘이런 작품이 뽑힌다’랄지, 대상 수상자들에게 듣는 공모전 준비하는 노하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노하우라는 게 있을 리 만무. 대신 만화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창작의욕은 만발했다. 이들 신인만화가들이 얼어붙은 만화시장을 녹는 것을 알리는 봄의 전령이길 바란다.
 
진행 김영진 본지 기자 
일시 2005년 2월 15일 오후 3시
장소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애니웨이
2005-10-13 11: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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