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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스토리텔링과 만화

상상력의 변화는 어디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는가
디지털 시대,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

글│배주영 (성결대학교 멀티미디어학부 강사 joody915@dreamwiz.com)

 

최근의 광고들은 신기술과 ‘디지털’시대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란

사실 이 글은 제목부터 매우 우스꽝스럽다. ‘만화’라고 하는 장르명과 ‘디지털’이라고 하는 것이 상, 하위 개념도 아닐 뿐더러, 만화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만화’라고 하는 용어도 사용되는 이 시점에, 이 둘을 구분하는 것부터가 시대착오적 발상인지 모른다. 그러나 굳이 이런 제목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만화라는 이름이 내포하는 형식적 특성이, 그리고 ‘상상력’의 특성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만화는 형식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 모두에서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온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만화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면서 형성되어 온 장르적 특성이라면, 우리는 그 특성들을 면밀히 보는 것으로부터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문화에 이 특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디지털(Digital)’ 그리고 ‘디지털 스토리텔링(Digital Storytelling)’이란 말에 대해 생각해보자. 몇 년전에 모 전자 업체의 광고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시장에서 생선을 고르는 남편, 남편은 핸드폰 카메라로 아내에게 생선을 찍어 보여주면서, 이거 어떠냐고 묻는다. 생선가게 할머니 “그게 뭐여?”라고 묻고, 남편은 “디지털 세상이잖아요.”라고 대답한다. 할머니는 “뭐? 돼지털?”이라며 놀란다. 디지털이 무엇인지를 몰라도, 이미 디지털 문화를 즐기고 있는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광고는 디지털에 대해 우리가 가진 감각을 보여주는 아주 특징적인 광고이다. 새로운 기술, 그래서 그 기술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필요한 기술. 이런 막연한 신뢰 말이다.
디지털이란 무엇인가. 0과 1의 두 가지 숫자로 모든 형상을 받아 읽어내는 것. 우리는 보통 이렇게 사전적으로 정의한다. 이런 사전적인 지식을 제외하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규정하는 ‘디지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인식과 이미지를 숫자와 기호로 표시할 수 있다고 해봐야,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별로 중요한 변화가 아니다. 마치 광고 속 할머니처럼 사실 우리에게 디지털이란 돼지털이어도 상관없는 그런 것에 불과하다. 혹은 기술은 디지털이어야 하지만 ‘콘텐츠’여야 말로 돼지털, 즉 변하지 않는 인류의 문화, 원형적 상상력을 담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를 논하는 핵심이다. 기술은 디지털, 내용은 휴머니즘인 광고가 말하는 그 코드야말로 바로 우리들이 디지털 문화를 이해하는 코드인 것이다.
그런데 한술 더 떠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니. 이는 더 생소한 용어이다. 그런데 이 용어가 세상을 떠돌고 있다. 태초의 인류가 문화를 형성했을 때부터 존재해온  ‘이야기(Story)’에도 진정 새로운 변화가 불어오고 있는 것인가?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란 신조어는 199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디지털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을 계기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뒤 이 용어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큰 시장인 게임 산업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용어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용어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그럼에도 이 용어는 이미 새로운 종류의 ‘이야기 기술’이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우선 이 개념은 기존의 ‘이야기’에 ‘기술’이라는 측면을 덧붙인 개념으로 폭넓게 정의된다.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문화와 정신의 측면에서만 다루어지던 이야기의 세계에 기술과 매체라는 것을 부가하여 그 의미를 찾는 것이다. 새로운 표현양식이 새로운 내용(story)을 만들어내는 것,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술과 매체는 단순히 형식과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기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과 만화가 만나는 장면

디지털 기술을 매체 환경 또는 표현 수단으로 수용하여 이루어지는 스토리텔링을 일반적으로 폭넓게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스토리 정신, 인류의 정신문화에 영향을 끼친 ‘새로운 기술’이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보통 ‘상호작용성’, ‘비선형성’,‘복잡성’ 등을 중요한 특성으로 꼽는다. 즉 수용자, 혹은 독자, 혹은 유저, 혹은 플레이어라고 하는 스토리텔링의 소비자가 이제까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스토리에 개입함으로 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특성들이  새로운 시대에 나타나는 스토리텔링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199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이 열렸고, 이후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이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하이퍼미디어는 자신의 콘텍스트로부터 모든 사용가능한 정보 단위를 끌어낸 다음, 어떤 사용자든지 정보의 단위들을 새롭게 조합할 수 있는 연결 도식을 제공하는 매체다. 이러한 하이퍼미디어를 통해 처리되는 것은 데이터 정보뿐 아니라 전체 지식구조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어떻게 단순화 할 것일까? 즉, 복잡성의 관리가 디지털 문화의 키워드다. 이렇게 정보 및 지식은 하이퍼미디어 세계에서 상호작용적, 멀티미디어적 지식처리를 목표로 하게 되며, 이와 같은 지식은 새로운 형태의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정보의 압축과 이미지화.’ 우리는 여기서 우선 ‘만화’라는 장르와 디지털이 만나는 첫 장면을 볼 수 있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장면의 경제성과 선택을 그 특성으로 한다. 물론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대부분의 장르, 이를테면 회화 장르 역시 감정과 주제의 경제적 압축을 그 목표로 한다. 한 컷, 한 장면에 많은 것을 함축해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된다는 이미지 특유의 감성은 ‘디지털 시대’의 핵심이다. 복잡성의 단순화, 경제적 연결, 그리고 효율적인 인터페이스의 설정 등은 디지털 시대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는 도스와 아이콘만 클릭하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윈도우 시스템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기술상 차이는 우리가 알 수 없더라도, 검정 화면에 명령어를 입력해야지만 모든 것이 실행되는 것과 실제 형상과  비슷한 아이콘을 클릭하면 바로 실행되는 것 사이의 차이는 대상을 인식하고 실행하는 우리의 인식 차이와도 비슷하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이미지를 통해서 사고하게 된다.
다시 만화로 돌아가 보자. 만화의 한 장면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략하게 압축하고 간추리는 형식이다. 한편의 작품은 복수의 화면, 즉 화면과 화면의 연결로 구성되어 있다. 이 화면은 작품 밖과 작품 안을 경계 짓는 영역이다. 회화가 고정된 시선으로 특정 순간을 포착한 것이라면, 만화는 동일한 공간을 빌려,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시간을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만화가 가진 압축적 시간성이라고 하는 것, 즉 시간을 공간으로 압축하는 만화의 기본적인 형식은 디지털 시대의 스토리가 가져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특성 중 하나인 것이다.
 다양한 정보는 원래 ‘시간성’을 기초로 조직화되어 있다. 이 조직화된 시간을 동일 공간에 배치하고, 그것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끄집어내게 하는 것은 디지털 문화의 핵심이다. 만드는 사람은 사용자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도록’ 디자인하고 조직화하는 것이 목적이고,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편의에 의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디지털 문화는 우리를 알게 모르게, 정보의 간략화, 상징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만화의 기본인 ‘컷’의 분할과 ‘컷’이 지니는 상징성은 바로 이러한 디지털 정보화가 가진 상징세계의 단초였다.
다음으로 만화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라고 하는 ‘상호작용성’과 만난다. 우리는 상호작용성을 ‘독자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 한다.’는 말로 좀더 쉽게 바꿔 말할 수 있다. 다시 ‘개입’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변형시켜 보자. 역사적으로 독자는 어떤 식으로든 스토리를 읽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스토리에 개입해왔다.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나름대로 상상력을 펴오기도 하고, 결말을 바꾸어 달라며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도 단순하게는 독자의 개입일 것이다. 즉 문자로 된 텍스트를 읽을 때도 독자는 단순히 그것을 받아들인 것만은 아니다. 단지, 문제가 된 것은 그 상상력을 작용하는 범위가 ‘행간의 간극’을 이해하는 데에 불과했다는 점이며, ‘써지지 않은 텍스트’를 머리에 그리는데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화난 모습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그것은 아이콘으로 이루어진 정보들의 집합을 통해 은유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만화 속에 흐르고 있는 시간을 살펴보자. 요코타 이누히코에 의하면 만화 속의 시간은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시간이 아니다. 컷의 그림을 좇는 시간, 말풍선의 위치와 순서를 확인하는 시간, 한 화면 안의 컷을 시선을 따라서 보고 난 뒤 전체를 화면으로써 통할하는 사고의 시간, 빠뜨린 컷 또는 읽지 못한 말풍선으로 되돌아가거나 좋아하는 만큼 반복해서 같은 것 혹은 같은 말풍선에 시선을 멈추기 위한 시간 등 다양한 시간이 만화의 시간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등장인물들이 체험하는 시간과는 차원이 다르다.(요코타 이누히코, <만화원론> 시공사, 2000) 만화 속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다르며, 이것을 체험하는 독자의 시간 또한 다른 맥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건 장면의 실제 시간, 만화 속 시간, 그리고 시간들 사이의 간극을 파악하여 이미지로 이해하는 독자들의 시간, 이 세 층위의 시간은 바로 ‘독자 반응’의 적극성이라는 측면에서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쉽게 말해 컷과 컷 사이의 시간 차이는 ‘독자의 인식 시간’이 되는 것이다. 기존 문화물의 ‘행간에 대한 이해’가 단순한 인식적 격차 메우기, 즉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따라가서 파악하는 것에 불과했다면,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독자 혹은 유저의 스토리에 대한 개입은 만화의 그것처럼 시간적 격차 메우기, 시간의 흐름을 한 공간에 압축하는 행위의 일종이다. 결국 시간을 한 장면, 하나의 공간을 압축하여 그 시간의 흐름을 독자가 다시 풀도록 만드는 이런 만화의 기법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 시대의 스토리텔링 소비자의 새로운 속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만화에서의 ‘독자의 개입’은 소비자 스스로 스토리를 생산하여 그 결과를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전 시대의 스토리텔링이 가진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상호작용성’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본인의 선택의 현실화, 실체화일 것이다. 내가 뜻하는 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혹은 그 결론을 나의 뜻대로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상호작용성의 핵심이다. 그러나 한 공간 속에서 스토리의 시간을 자유롭게 통제하고 즐길 수 있다는 특성에서는 만화를 소비하고 독서하는 행위가 ‘디지털 스토리’를 즐기는 행위와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과 만화가 만나는 또 다른 장면을 살펴보자. 우선 디지털 문화에서의 행간은 문자와 문자 사이의 행간과는 달리 이미지, 곧 형상성을 기반으로 한다. 맥루한이 지적했듯 우리는 지금 아이콘(형상)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다. 플라톤은 인간이 그림자-아이콘만을 보기 때문에, 늘 이데아에 가까이 갈 수 없었다고 파악했지만, 실제로 멀티미디어의 시대, 컴퓨터의 시대에서  아이콘(형상)은 기만의 상징이 아니라 현실의 상징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우리의 사고 행위에 필요한 것은 메타포(은유)이다. 개념을 이해하는 형상적 사고방식,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사고방식이다. ‘이미지’가 가진 은유적 속성은 인간의 사유방식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혁신을 불러일으켜 왔다.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는 도스와 클릭만 하면 실행할 수 있는 윈도우의 차이는 대상을 인식하고 실행하는 오늘날의 우리 인식 차이와도 비슷하다. 이미지를 통해서 스토리를 전개한 역사가 오래된 장르 중 하나가 만화다. 만화가 디지털 문화를 이해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화는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하는가? 만화는 화면을 통한 전달, 즉 ‘한 장면의 이미지가 어떻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것을 통해서 이야기성을 획득 하는가’라는 점이 재미의 요소를 결정짓는다. 종이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문화 장르와 달리 만화의 스토리는 이미지에서 이미지로의 전환을 기초로 삼는다. 컷과 컷의 연결로 생성되는 스토리는 독자에게 이미지의 조합으로 인해 ‘스토리’를 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준 것이다. 따라서 소박한 형태이지만, 독자가 형상을 통해서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이해하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만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화가 보여주는 ‘정보’는 아이콘화 되어 있다. 화난 아이의 분위기를 어떻게 표시하겠는가? 만화는 아이의 눈매, 표정, 그리고 몇 가지 대사를 통해서 화난 아이의 분위기와 아이의 외양을 이미지화 한다. 사람의 감정이나 스토리의 배경은 컷의 크기나 강조점을 통해서 표현된다. 이미지 혹은 형상이 가진 가장 독특한 특성, 그것이 보여주는 은유적 속성을 통해서 만화는 독자에게 자신이 뜻하는 바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몇 가지 가능성

은유란 무엇인가? “내 마음은 호수요.” 즉 ‘A는 B이다.’가 은유다. A와 B라는 대상이 가진 공통된 부분을 통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은유다. 이제까지 문자적 사고방식을 중시했을 때, 우리의 사고는 늘 연쇄관계가 아닌 정확한 대상의 인식, 개념을 중시해 왔다. 그런데 이 은유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비자 혹은 독자의 상상력을 일정 정도 허용,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내 마음은 고요해.”와 “내 마음은 호수야.”는 ‘호수’라는 새로운 이미지의 개입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비슷하면서도 각각 다른 차별된 이미지상을 만들게 한다.
디지털 시대의 우리 사고는 이처럼 형상적으로 구성된다. 형상적 사고를 고려하여 독자의 패턴을 읽고 그 심리를 아는 것이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또 다른 관점일 것이다. 레이코프에 의하면 ‘은유의 본질은 한 가지 것을 다른 것을 통해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두뇌-마음-몸-사회 시스템의 네 가지 요소를 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초로 하여, 은유적 상상력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화와 환경은 서로 협력 관계에 있으며, 인간의 사고는 이미지에 근거하는 것이지 단어에 기초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사고는 신경과학에서 이미지라고 부르는 것에서 발생한다. 즉 대략 의사 소통의 80% 가량이 비언어적인 것이며, 언어는 비언어적 단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뚜렷한 모순이 있을 경우 사람들은 언어적인 것보다 비언어적 단서를 믿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인간의 뇌는 언어적 기능을 발달시키는 대신 비언어적 경로의 의사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뇌에 이르는 대부분의 자극이 비언어적이고 심리적인 이미지들은 시각적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것을 역으로 증명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은유는 사고의 중심이 된다. 즉 은유는 우리가 종종 우리 삶의 특별한 관점을 보거나, 그것에 대해 느끼는 방법에 관하여 표현하는 것을 도와준다. 이러한 은유는 그러므로 인간 마음 작용을 강화한다. 넓게 보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여 해석하는 방식을 돕는 것이 은유이다. 더 나아가 은유는 상상력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만화는 오랜 시간 동안 이미지를 통해 독자와 작가의 은유 체계를 공유하거나 자극하는  매체로 자리잡아왔다. 결국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나아가야 할 부분이, ‘은유’와 ‘이미지’라고 한다면,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점해온 만화의 상상력 구조는 변화의 계기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제공하고 있다. 압축된 시간과 정보의 향유라는 점, 그리고 생략과 강조를 통한 독자의 상상력 개입이라는 점에서의 상호작용성, 이미지화된 스토리,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스토리텔링에 ‘놀이’의 규칙을 넣었다는 점에서도, 만화가 새로운 ‘상상력’의 근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디지털, 그 막연하기만 한 시대적 특성과 스토리가 만나는 접점을 만화가 해주고 있는 것이다.
2005-10-13 16: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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