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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제는 창작이다 2 - 미국 만화의 창작 시스템

미국 만화가 맞은 두 가지 도전, 저작권의 반란과 동양권 만화의 침공
 
글 | 에디 유 (시공사 ICE 스튜디오 편집장 eddieyu@sigongsa.com)
 
작화와 스토리 모두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를 가진 미국 만화는 창작 시스템 또한 적지 않은 차이점이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저작권과 관련된 창작 주도자의 위치 관계,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최근에 유입된 동양권 만화 출판사의 제작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스튜디오 주도형 시스템 VS 작가 주도형 시스템
미국의 창작 시스템을 말할 때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저작권 운영이다. 미국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작품의 세계관과 캐릭터의 구성을 스튜디오(한국의 출판사와 같은 역할)에서 맡아 왔다. 이는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기 위해서다.
영화로도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을 거둔 <엑스맨>. 수많은 시리즈를 양산해내며 마블 코믹스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다.출판사가 만든 세계관과 플롯을 스토리 작가에게 주면, 스토리 작가는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키는데, 이 작업은 컷작업(한국의 경우 콘티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포함된 스토리보드로 마무리된다. 이후 작화가에게 스토리보드가 넘어가게 되는데, 작화가는 스토리보드를 임의로 수정할 수 없으며, 다만 연출을 바꾸고 싶을 경우 편집자와 상의해서 진행한다. 작화는 여러 사람이 나누어 담당한다. 원화를 담당하는 ‘penciler’, 펜터치를 담당하는 ‘inker’, 인물 컬러를 담당하는 사람, 배경 컬러를 담당하는 사람, 대사와 효과음을 넣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나뉜다. 작업 공정에 따라 배열해 보자면 시나리오 구성(writing), 원화 제작(penciling), 펜터치(inking), 컬러(coloring), 사식(lettering)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자 자기 분야에서는 전문적인 기술자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
이렇게 스토리와 여러 명의 작화 담당이 함께 작품을 진행해서 작품이 완성되지만, 막상 작품이 성공하게 되면 작가보다 타이틀 자체의 저작권을 가진 스튜디오가 더욱 많은 이득을 본다. <슈퍼맨>, <엑스맨> 등의 성공작들을 보면 초기에 작품을 담당했던 스토리 작가나 작화 담당자들이 끝까지 타이틀의 시리즈를 마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작품을 통해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의 권리는 스튜디오에 있는 것이다.
미국에 직접 진출을 시도한 강찬호, 서승원이 작화를 담당한 <디파이언스>. 이미지 스튜디오에서 독립한 침대디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튜디오 중심의 저작권 시스템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스튜디오가 저작권을 가지는 것에 반발한 젊은 작가들이 대규모 스튜디오인 마블 코믹스를 박차고 나와 이미지 코믹스를 설립한다. 이미지 코믹스의 모토는 모든 저작권을 작가에게 주겠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당시 상당수의 유능한 젊은 작가들이 이미지 출판사로 모여들었고, 이후 약 5~6년간의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더불어 이에 영향을 받아 많은 독립출판사들이 생겨나며 그 구도의 안정화가 오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미지 스튜디오의 발행인인 짐 발렌티노와 젊은 작가들 사이에 저작권과 관련된 마찰이 생겨나 작가들이 이미지 코믹스를 떠나는 일이 생기게 되었으며, 반면 마블 코믹스는 일부 작가들에게 저작권을 인정한 작품을 출판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독점 계약을 맺는 사례도 있다.물론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아직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작가의 인지도보다 타이틀의 힘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며, 작가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성공한 타이틀의 작업을 따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 마침 미국 만화계는 일본 만화의 대대적인 ‘공습’으로 적지 않은 변화를 겪고 있어 당분간 시장의 일부 확대와 창작 방식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망가의 유입과 함께 느껴지는 미국 만화시장의 부활 조짐
현재 미국 만화의 동향은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마블 코믹스, 디시 코믹스, 이미지 코믹스, 다크호스 코믹스, 크로스 잰, 드림웨이브 프로덕션, 데빌스 듀 출판사, 우동 엔터테이먼트 등에서 출판하는 ‘메인스트림 컬러 만화’와 도쿄팝, CPM, ADV FILMS, COMICZONE, VIZ 등이 주도하여 일본의 망가와 한국의 만화를 수입 번역 출판하는 ‘동양권 만화’로 나눌 수 있다. 이미 몇 이미지 스튜디오에서 발간된 작품 <스톤>. 표지의 안쪽에는 원화부터 식자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담당자 이름이 소개되어 있다.년 전, 다크호스 코믹스에서 일본 망가를 수입하여 미국 판형에 맞게 출판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새로운 유통망 개척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를 확보한 동양권 만화 전문 출판사들은 짧은 기간 안에 다시 활성화되어 메인스트림 시장에 상응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메인스트림 컬러 만화는 독과점인 다이아몬드 도매상을 통해 만화 전문 서점에 공급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도매상에서는 <프리뷰>라는 잡지를 만들어 신간을 소개하며, 인쇄하기 2달 전부터 소매상으로부터 주문을 받는다. 소매상에서 작성된 주문부수를 도매상이 출판사에 통보하면 인쇄에 들어간다. 이러한 선주문 제도는 재고의 부담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희귀본이 생기게 되어 수집광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었다.  90년 중반까지는 다이아몬드와 더불어 캐피털 시티라는 도매상이 있었으며, 둘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였다. 그러나 캐피털 시티는 결국 부도를 맞이하게 되었고, 그 결과 다이아몬드 도매상의 독과점 체제에 들어서게 되었지만, 그 시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컬러 만화의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 원인의 일부는 대결 상대가 없어진 다이아몬드 도매상의 느슨한 경영에서 찾기도 하지만, 시기적으로 봤을 때 비디오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가 발달하여 다른 매체들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메인스트림 시장은 점차적으로 줄어들었으며 갈수록 전문적으로 되어 갔다. 과거에는 상위권 만화가 100여 만 권씩 팔렸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약 15만 권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계층도 10대 소년으로 한정되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도쿄팝을 통해서 미국시장에 소개된 형민우의 <프리스트>는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표지에서 작가의 이름이 발견되지 않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런 끝없는 불경기에서 허덕이던 미국 만화 시장이 2003년부터 유입된 망가 등의 영향으로 다시 한번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이와 더불어 컬러 만화의 유행이 다시 오고 있다.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구매력과 시장 참여 강도가 높아져 최근 뉴욕 타임즈가 발표한 베스트셀러 20위에는 닐 게이먼의 <샌드맨>이 올라와 있었다. 메인스트림 컬러 만화로서는 처음이라 한다. 예상 외로 미국의 망가시장이 황금기를 가져오자 일본 출판사들은 직판에 뛰어들었고, 일본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얻지 못하던 망가출판사들은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연출력이나 작품면에서 일본 작품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한국 만화들은 미국 내에서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이명진의 <라그나로크>를 비롯, 여러 작품들이 수출되고 좋은 성적을 내었으며, 형민우의 <프리스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을 정도다. 미국 만화시장은 지난해부터 계속 확장되고 있다. 컬러 만화 시장의 경우는 비디오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인지도 있는 캐릭터를 라이선스하여 만화로 제작, 성공을 거두면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창작 만화의 침체된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하지만 동양권 만화 출판사들은 라이선스의 한계를 예측하고 있고, 발 빠른 출판사들은 망가 형식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미국 만화시장에서도 동양권 특유의 흑백만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굳혔으며 흑백 만화를 창작하는 젊은 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 개최되었던 코미콘 행사 기간 중의 일이다. 도쿄팝 신인 공모전 당선 작가들을 위한 저녁식사에 초대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데빌스 캔디’란 닉네임으로 당선된 작가의 노트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의 그림과 대사는 마치 작가가 일본 하라주쿠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혹시 일본이나 한국에 가 본 적 있느냐고 물었지만 한 번도 가 본 적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와 같은 독자와 작가들이 계속해서 미국 내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다.
 
최근 미국 만화 출판계 현황
 
마블 코믹스
현재 컬러 만화 시장에서 약 24%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마블 코믹스는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엑스맨’ 시리즈 - <언케니 엑스맨>, <엘티메잇 엑스맨>, <울버린>,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등의 작품에서 파생된 캐릭터들을 이용한 기획 작품들에 주력을 하고 있다. 한 동안은 <언캐니 액스맨>에 키아 아사미아(<사일런트 뫼비우스> 작가), 니헤이 츠토무(<브레임> 작가) 등의 동양권 작가들과 함께 ‘우동 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멘인블랙>, <블레이드>, <엑스맨>, <스파이더맨>, <데어데블>, <헐크> 등 영화 라이선스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상위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마블 엔터프라이즈는 약 4,700여 개의 캐릭터를 소유, 세계 굴지의 캐릭터 회사로 자리 잡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 ‘라이선스’, ‘코믹스’, ‘토이즈’(토이 비즈니스)로 이루어진 4개의 사업 부서를 가지고 있으며, 마블 엔터프라이즈의 2000년 매출 약 2천 5백억 원 중에서 만화 출판의 매출 비중이 20%에 이르고, 80%는 영화, 저작권, 토이, 머천다이징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수익구조의 기초단계는 항상 만화에서 시작되고 있다. 
 
디시 코믹스
1935년에 설립된 디시 코믹스는 현재 매월 8종 이상, 매년 1,000여 권의 타이틀을 출판하고 있다. 디시 코믹스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는 1,000여 개에 이르는데, 유명한 캐릭터로는 <슈퍼맨>, <배트맨>, <플래쉬>, <원더우먼>, <그린 랜턴>, <플라스틱맨> 등이 있다.
디시 코믹스 안에는 ‘디시 다이렉트’, ‘와일드 스톰’, ‘버티고’ 등 독자적인 스튜디오가 존재한다. ‘디시 다이렉트’에서는 <배트맨>, <JLA>와 크로스 오버된 작품들이 주력 상품이며, ‘와일드 스톰’은 <선더캣> 등의 작품이 나오고 있다. ‘버티고’는 파인 아트 형태의 작품성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유명한 작품으로 <샌드맨>이 있다. 디시 코믹스의 주요 사업으로는 영화, DVD/비디오 게임, TV 시리즈, 토이즈, 잡지, 포스터, 머천다이징 등이 있다.
 
이미지 코믹스
1992년 마블 코믹스에서 독립한 7인의 작가들에 의해 설립된 회사. 짐 발렌티노가 이미지 코믹스의 경영을 맡았으나, 최근 경영부실 등의 이유로 에릭 넬슨으로 교체되었다. 이미지를 설립한 작가 마크 실베스트리, 토드 맥팔레인, 짐리는 각각 ‘탑카우 프로덕션’, ‘토드 맥팔레인 프로덕션’, ‘와일드 스톰’을 독자적으로 운영했으며, 이미지 코믹스를 통해 출판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짐리의 와일드 스톰은 워너브라더스에 매각된 후, 현재 디시 코믹스로 옮겨서 운영되고 있다. 그 외 20여 개의 독립 스튜디오가 이미지 코믹스를 통해 출판물을 내고 있다. 주력 작품으로는 <J.I JOE>, <스트리트 파이트>, <파워스>, <KABUKI>, <워랜드> 등이 있었는데, 최근 1~2년 사이에  이 작품들을 소유한 스튜디오들이 모두 독립을 선언했다. <워랜즈>의 주인인 펫리의 드림 웨이브는 80년대의 애니메이션 <트랜스 포머스>를 라이선스하여 만화로 제작, 히트시키면서 독립 출판사로의 자리를 굳혔다. 최근엔 게임회사인 캡콤의 <데빌 메이 크라이 2>, <메가맨> 등을 라이선스하여 만화로 제작하고 있다. <J.I JOE>의 데빌스 듀와 <스트리트 파이트>를 선보였던 우동 엔터테이먼트는 ‘DDP’라는 독립 출판사를 만들게 되었고, 드림웨이브에 이어 2004년 기대되는 독립 출판사의 대열에 있다. 탑카우는 1992년에 설립되었으며 18개 언어와 55개의 나라로 수출되는 성과를 얻은 <위치 블레이드>라는 작품으로 입지를 구축하게 된다. 또한 2000년도에는 TNT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되어 500여 만 명이 이 프로를 시청하였고, 케이블 TV 주간 시청률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추진 중이며, 인형, 옷, 포스터, 머그컵 등 2차적인 사업에도 활발하게 손을 뻗치고 있다.
도쿄팝
도쿄팝은 현재 약 126 종류의 작품을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라이선스하여 공급받고 있다. 도쿄팝의 성공요인은 제작비보다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과 유통시장 개척이 가장 핵심 포인트다. 도쿄팝은 컬러 만화가 들어가지 않는 일반 서점의 유통망을 개척하였다. 일반 서점은 만화 전문점보다 넓은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형 일반 서점 중 ‘Barnes & Noble’이라는 서점은 2,000여 개의 지점을, ‘Borders’ 서점은 1,600여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세븐일레븐, 선 코스트, 뮤직랜드, 샘 구디, 아마존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새로운 유통 개발을 통해 기존의 10대 청소년도 포함한 새로운 독자, 즉 10대 여성이나 어린 층의 독자들까지 독자층을 확대하게 되었다. 또한 가판대 형태의 빌보드를 무상으로 서점에 제공을 하였으며 여러 가지 기획력 있는 포장 또한 매출 증대를 극대화했다.
2005-10-18 18: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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