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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제는 창작이다 2 - 프랑스 만화의 창작 시스템

전통’과 ‘독립’이 원활하게 살아 숨 쉬는 무대
 
글 | 한상정 (파리 1대학 미학과 박사과정 만화미학전공 hsj870@empal.com)  사진 | JAY’S STUDIO, 한상정
 
“흐음… 정말 우리와는 다르구나.” 프랑스 만화를 둘러본 사람들의 가장 빈번하고도 당연한 반응이다. 이러한 차이에 대한 기초적인 인지만이 이해로 다가가는 발걸음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몇몇 눈에 띄는 현상을 지적해 보려고 한다. 올 컬러 잡지 <보도이(Bodoi>를 제외하고 나면, 만화 연재물을 싣는 잡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거의 모든 경우 만화책으로 직접 출간된다. 전통적인 프랑스 만화책이란 두꺼운 커버와 올 컬러(한국에 번역된 <샹브르>같은 만화를 떠올리면 된다.)이며, 텍스트는 대문자로, 손으로 쓴 글씨체를 선호해 왔고, 평균적인 제작 기간은 1년이다. 대다수의 독자와 작가가 남성이며, 여성 작가를 헤아려 보면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프랑스-벨기에 만화, 또는 불어권 만화라는 말도 왕왕 쓰이는 이유는, 그만큼 시작에서나 또 현재에 있어서나 두 나라의 출판사, 작가들을 완전히 분리시켜서 다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와 작화를 함께 하는 만화가 역시 흔하지 않으며, 글씨체를 넣는 사람, 채색을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경우도 많으며, 작품 한 권을 완성하는데 1년이 기본이다. 약한 산수 실력을 억지로 동원하면, 2003년 한 해 발간된 만화책 종수는 2,600권, 총 판매는 3,500만 권으로 기록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만화 시장이 8년째 계속 3~8%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며, 물론 이 속엔 망가 시장의 급속한 확대 역시 이 기여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만날 수 있는 만화는 네 종류이다. 위에 설명했던 전통적 만화, 90년대 이후 활약이 두드러진 독립 출판사의 만화(대다수가 흑백), 그리고 미국의 코믹스와 일본의 망가. 코믹스와 망가는 수입물이므로 제외. 창작과 관련된 두 종의 만화현장을 정확히 그려내기 위해선 전통적인 만화를 출판하는 출판사와 작가, 독립 출판사와 작가, 이런 4가지 축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 가장 원칙적일 것이다. 출판사와 작가는 동지이자 때로는 적, 한 쪽의 말만을 받아들이는 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이 요구하는 시간과 지면을 감당할 수 없는 필자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지형도를 추출하려는 방만한 자세로, 전통적인 출판사와 독립 작가라는 두 축만을 뽑아내었다. 전자로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출판사 중 6번째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델쿠르(Delcourt) 출판사의 티에리 주르(Thierry Joor) 편집자와, 후자로는 이제 내년에 작품을 출간하기로 막 계약을 끝낸 신진작가인 필립 포샤르(Philippe Pochard)에게 각각 인터뷰를 요청했다. 비록 짧지만, 기본적인 정보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
 
델쿠르 출판사의 티에리 주르 편집자와 함께
 
편집실에서의 티에리 주르.◆ 음, 너무 상식적인 질문이지만, 어떤 기준으로 작가나 작품을 선정하는지?
(웃음)물론 훌륭한 데생력이 깃들여진 훌륭한 이야기를 선호한다. (그런 경우는 흔치 않으므로) 우리는 그럭저럭 이야기를 전개하는 훌륭한 그림체보다는 보통의 그림체라도 탁월한 이야기를 진행하는 작품에 더 관심이 있다. 전자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보통 그 작가에게 다른 시나리오를 찾아 주는 경향이 짙은 편이다.
 
◆ 편집자 회의에서 출판 여부를 결정하는가?
현재 우리는 4명의 편집자가 있는데, 각자마다 맡은 프로젝트가 있다. 편집회의의 만장일치만이 출판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두 사람만이 찬성하더라도 그들이 확신과 신념으로 밀어붙인다면 출판이 가능하다. 즉, 편집장이 총괄하긴 하지만, 나머지 3명의 의견도 충분히 현실화되는 것이다.
 
◆ 언제부터 만화에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 물어도 될까? 
7~8살 때부터이다. 물론 그 당시엔 단지 만화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성장하고 나서도 계속 만화 관련 일을 해왔다. 만화전문서점에서도 오랫동안 일했었고, 델쿠르에서 일하게 된 건 ‘기 델쿠르(Guy Delcourt)’와의 만남 덕분이다.
 
◆ 기 델쿠르가 이 출판사의 편집장이자 설립인이라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그를 비롯하여 델쿠르의 모든 편집자는 모두 당신처럼 만화의 광적인 팬이었는지?
(웃음) 그렇다. 글레나(Glenat) 출판사 역시 우리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글레나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출판사이다). 타 출판사들이 커다란 일반 출판 모기업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같은 독자적인 출판사는 만화에 대한 오랜 기간의 애정과 그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단지 전문적인 출판인들이 주를 이루는 다르고(Dargaud)와는 아주 다르다고 본다.
 
◆ 20여 년을 현장에서 일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편집자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최소한 4가지 정도일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며, 고유의 취미와 관점이 필요하며, 경제적인 부분도 추산할 수 있어야 하며, 타 장르의 문화에도 관심을 항상 기울여야 한다.
 
◆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특정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또한 외국 작가들에게도 문이 열려있는지? 
물론 아주 단순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델쿠르 출판사의 가장 유명한 점의 하나는, 신진 작가들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점이다. 우편을 통해서건, 인터넷을 통해서건, 또는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직접 만나기도 한다. 한 주에 최소한 20편 정도의 지원작들을 받고 있다. 유럽의 다양한 나라에서, 최근엔 동구권에서의 응모작들도 두드러진다. 물론 한국에서의 지원작은 아직 없었다(웃음).
 
◆ 편집자들이 어느 정도로 작품에 간섭하는가?
편집자란, 작품의 최초 독자로서 작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작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찬스를 가진 사람들이다. 편집자들의 역할은 작품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업을 만화로써 더 나은 평가를 받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
 
◆ 독립 출판사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만화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으며, 사실 우리 같은 전통적인 출판사들도 아소시아시옹(Association) 같은 출판사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본다.  
◆ 한 작품을 출간할 때 계약서를 작성할 텐데, 프랑스의 경우는 어떠한가? 통일된 계약서 양식이 존재하는가? 혹시 그것이 존재한다면 보여 줄 수 있는지? 저자에게는 어느 정도로 이윤이 돌아가는지?
그런 양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특정 기초적인 사항이 명시되어야 한다는 정도는 존재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원체 계약서를 작가마다, 작품마다, 또는 한 시리즈라도 각 권마다 따로 작성하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편이다. 다음 권이 출간될 경우, 보통은 저작권의 경우 그 비율이 더 올라간다. 결코 떨어지지는 않는다. 같은 작가라도 작품마다 다르다. 8%에서 12% 사이가 일반적으로 작가에게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 시리즈물로 시작되었다가 시장에서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시리즈가 중단되는 경우도 생기는가? 그렇다면 얼마간 그 결과를 관찰하는가?
비록, 잘 팔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중간에 시리즈를 그만두게 하는 경우는 없다. 물론 너무나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작가의 에너지를 더 고갈시키지 않기 위해서 또 우리가 너무나 과도한 실패를 감당하지 않기 위해서 시리즈를 더 빨리 끝내도록 요구하는 일은 있지만…. 물론 작가들이 중간에 독자들의 반응과 무관하게 시리즈를 멈추겠다고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 그럴 경우는 어떻게 하는가? 일단 계속하도록 유도하지만, 작가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할 경우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작가가 동의할 경우 다른 시나리오 작가나 만화가를 찾아서 시리즈를 이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 역시 동의하지 않을 경우는 방법이 없다.
 
◆ 90년대에 그 출판사가 만들어진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기존의 전통적인 출판사들이 젊은 작가들에게 출판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풍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다. 루이스 트롱하임(Louis Trondheim) 역시, 처음엔 5권도 팔기 힘들었다. 즉, 그것은 단지 기존의 출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작품들을 읽을 독자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들의 발전이나, 망가의 재빠른 전염속도를 생각해 본다면, 전통적인 포맷을 가진 만화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는 걱정은 되지 않는지?
언제나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가 모든 프랑스 영화를 대신하진 못 했듯이, 문화적인 저력이나 선호도는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희망하고 있다.
 
신인 만화가 필립 포샤르와 함께
30이 넘은 그는 현재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면서, 틈틈이 만화를 그려 왔다. 자신이 꾸민 <pmpb(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무료 무크지를 만들어서 친우들에게 돌리고 있었고, 내년에 세띠엠 쇼크(Septieme choc)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뻬뻬(PEPE)>라는 대사가 없는 무성만화를 내기로 계약한 진짜 ‘신진’ 작가이다.
 
신인 작가 필립. ◆ <pmpb>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혼자서 작업을 모두 하는지? 사진이나 데생, 포토몽타주, 만화 등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구성은 내가 하고, 친구들의 글이나 그림을 내 방식대로 이용하기도 한다. 시간이 없으면 기간이 좀 늘어나기도 하고… 현재 6번째 무크지를 만들고 있다.
 
◆ 출판은 어떻게 결정되었는가?
본인이 직접 출판사로 찾아갔는지? 이래저래 내 작품을 본 사람이 나를 찾아와서 하게 된 거지, 이리도 게으른 내가 어찌 그런 시도를. 여하간 발표된 모든 건… 누군가 와서 강제를 한 결과…. (웃음)
 
◆ 흠, 묵묵히 하고 있으니 누군가 와서 찾더라… 라는 거지만, 사실은 무크지를 만들 정도라면 그렇게 게으른 건 아닌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좋아서 하는 거고…. (웃음)
 
◆ 출판사에 자기의 프로젝트를 보내기 이전에 그 작품의 저작권을 등록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 등록을 했는지?
아… ‘SACEM’을 말하는 거다. 그곳에 일정 정도의 돈을 내고 권리를 등록하는 제도인데… 나는 하지 않았다. 물론 게을러서, 하하하.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그다지 못 느꼈다.
 
◆ 계약은 어떤 식으로 했는지 물어 봐도 될까?
흠, 굉장히 복잡해서… 뭐,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10%의 인세가 해당된다는 거고, 발행부수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출판사에서 만화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얼마 정도 팔릴 수 있을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인 것 같다.
 
◆ 프랑스에서 만화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두 당신처럼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가?
그럴 것이다. 만화를 그려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흔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들은 모두 아르바이트건 뭐건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꽤나 행복한 편이다. 여유시간이 많은 편이니까 말이다.
 
출간을 앞두고 있는 작품 <뻬뻬>.◆ 출판사가 자신의 작품에 간섭한다고 보는가?
글쎄, 뭐 그다지…. 사실 나 같은 초보 작가에게는 필요한 충고들이 아닐까 하는데… 여하간 지금까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결국은 뉘앙스의 문제일까? 어떨 경우에 간섭이라고 보는가?
 
◆ 글쎄, 아마도 그 제안들이 강제성을 띨 때가 아닐까?
거대 자본 영화랑 독립 영화를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지는 않지 않을까? 예컨대 아소시아시옹 같은 곳에서는 전혀 터치를 하지 않을 거다. 원래 작가들의 모임이었으니까. 상업적 성격이 강한 곳에서야 아무래도 그런 경향들이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 프랑스에서의 전통적인 거대 출판사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는가?
뭐, 잘하고 있다고 본다. 솔레이으(Soleil)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 출판사는 정말 유행에 너무 민감해서 항상 똑같은 것들만 쏟아져 나온다. 아, 이 출판사가 아까 이야기한 강제적인 간섭이 심하다고 한다. 이곳만 제외하면 다른 출판사들은 계속 진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항상 다양한 것들을 내어놓는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물론 이런 탄력성은 90년대 이후, 즉, 독립 출판사들의 약진 이후 더 강해진 것 같다.
 
◆ 실제로 독립 출판사군들이 결국은 전통적인 출판사들과 함께 상호 약진적인 자극을 주고받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본다. 사실 아소시아시옹의 작품들이 처음에 나왔을 때는 꽤나 읽기 힘들었지만….
 
◆ 호오? 그런가? 외국인이 보기엔 아소시아시옹의 작품들이 훨씬 읽기도 이해하기도 쉬웠고 그림체도 거부감이 없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금이야 완전히 유명해진 트롱하임의 라피노(Lapino) 조차도 그 당시엔 굉장히 눈에 거슬렸었다. 그 그림체에 익숙해질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었다. 지금이야 그런 그림체들이 흔해졌지만 말이다.
 
◆ 장시간 고마웠다. 좋은 작품과 좋은 결과가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겠다(악수, 기타 등등).
2005-10-18 18: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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