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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사
그들은 어떻게 창작하는가 - 윤인완
 
지치지 않는 끈기, 최고의 파트너 그리고 ‘새로움’
 
글 | 김영진 기자 (innakim@Qcomic.com)
 
윤인완 | 1976년생. 94년부터 작가 이태행의 문하생으로 만화계 입문. 양경일과 함께 작업한  ‘데자부 - 봄편’으로 데뷔. 이후 양경일과 장편 <아일랜드>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00년 1월, 일본의 만화잡지 <영선데이> 증간호에 단편 ‘THE FOOLS’를 소개하며 데뷔, 현재 <신암행어사>가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신암행어사>가 일본의 <선데이GX>에 단편을 처음으로 선보인 건 2000년 10월이었으며, 당시 잡지 내부 인기투표에서 연재작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2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4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후로는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일본 현지 단행본 총 8권 발매, 누적 판매부수 150만 부, 올 가을 애니메이션 개봉 예정. 이것이 <신암행어사>의 일본 성적이다.
 
‘꿈’을 향한 치열한 노력
일본 데뷔작 ‘THE FOOLS’는 담당 편집자로부터 일본의 독자들에게 어려운 소재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잡지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한국 만화가들이 일본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신문 매체 등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고단샤의 <영매거진>에 3부작 미니시리즈 ‘그녀는 전교 꼴등’을 선보인 이유정, 스퀘어 에닉스의 <강강윙>에 ‘상자공주 판도라’를 선보인 유현, 그리고 창간을 목전에 둔 잡지 <강강YG>에서 연재를 준비하는 박성우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배경에는 윤인완, 양경일 콤비의 <신암행어사>의 성공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 동안 해외 만화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던 일본 만화계가 처음으로 한국 만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일본 진출은 ‘꿈’이었어요.” 흔히 일본 편집자들은 “일본에서 만화란 공기와 같은 것.”’이라 말한다. 나날이 축소되는 국내 시장을 볼 때, 윤인완의 말대로 국내 작가들에게 일본진출은 꿈으로 생각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최초의 한 발을 위해 치열하게 접근을 시도했던 작가는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일본의 3대 메이저 출판사 중의 하나인 쇼가쿠칸의 문을 두드린 건 1998년, <아일랜드>를 연재하던 중이었다. 일본의 출판사와 안면이 있던 국내의 관계자를 섭외, 쇼가쿠칸에 <아일랜드> 1, 2권을 일어로 번역해서 보냈다. 이 작품을 쇼가쿠칸의 여러 편집자들이 돌려가며 읽었으며, 지금의 담당 편집자 나츠메 아키노부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준 것이다.
그러나 담당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는 수많은 잡지가 뚜렷하게 자신들의 색을 가지고 있다. 그 스타일에 맞추지 않으면 그 잡지에 속하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 콤비의 경우는 한국에서 단행본까지 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뒤늦게 <영선데이>의 스타일에 맞추기가 쉽지 않았으며, 한국의 인기 작가라는 점 때문에 일본에서도 부담스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때 그들은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사실 그림이나 내용에 대한 평가에 앞서 우리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인처럼 대해 달라고 말한 점이죠. 이건 일본에 진출하려는 대부분의 작가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윤인완의 첫 번째 장편 <아일랜드>. 국내에서 보기 힘든 소재인 퇴마물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직접 자료를 모으는데 어려움이 많은 국내의 상황에서 스케일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스토리 작가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완성기간 1년, 데뷔작 ‘THE FOOLS’
일본 데뷔는 쇼가쿠칸의 <영선데이> 증간호에서 이뤄졌다. 담당이 생기고 1년이 더 지난 후의 일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아일랜드>를 연재하고 있었으며, 더군다나 공익근무요원으로 지내던 시기였기 때문에 작업 시간은 넉넉치 못했다. 또 일본과의 소통도 문제였다. 한국에서 팩스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번역가를 통해야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총 70페이지 분량의 단편을 진행하는데 7번이나 되풀이하는 과정을 거친 탄생한 첫 번째 단편이 바로 ‘THE FOOLS’로, 독자 투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일본의 신인들처럼 3, 4부작 미니 시리즈를 거쳐 연재에 들어가려 했으나,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한다. 담당 편집자가 <선데이GX>로 옮긴다는 것. 겨우 적응되었다고 생각했던 담당을 떠나 새로운 편집자와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결국 담당과 함께 <선데이GX>로 무대를 옮겼으며, <신암행어사>를 기획하게 된다. 
 
윤인완&양경일 콤비, 일본 출두!!
한국의 전통 설화와 역사 속의 실화를 재구성하여 탄생시킨 작품 <신암행어사>는 현재 일본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본 만화계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이 이렇게까지 선전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재미있으니까!”
<신암행어사>를 구상하는 단계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소재가 고갈된 일본 만화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움이다. 특히 스토리를 담당하는 윤인완으로서는 더욱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국과 관련된 스토리를 생각했다. 첫 번째로 구상했던 것은 남북한 사이를 오가는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너무 무거운 소재를 다룬다는 이유로 편집장 선에서 거절당했다. 이후 두 번째 시도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작품으로 옮겨지지 못했으며, 세 번째 작품에서야 비로소 편집장의 승낙을 받았다. 일본인들이 알지 못하는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 다루면서, 독자들이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내용, 바로 <신암행어사>다.
등장인물 구성을 보면 파격적이다. 암행어사 문수는 실제로 조선시대에 활약했던 어사 박문수가 그 모델이다. 그리고 문수의 상대역인 아지태를 비롯, 성춘향과 이몽룡,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논개 등 각기 다른 설화와 시대의 인물들을 한 무대에 모았다.
일본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신암행어사>는 이번 가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에 힘입어 현지에서는 단행본 판매율 또한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이야기를 스토리에 맞춰 각색했다는 것. “실제로 한국 역사에서 어떠한 사람들이었는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그렇게 해서는 스토리의 앞뒤가 맞을 리도 없죠. 다만 이들을 차용함으로써 만화를 읽은 일본 독자들이 이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정도였죠. 실제로 일본 독자들로부터 한국의 <춘향전>을 직접 구해 읽었다는 메일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신암행어사>는 그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콘티를 짤 줄 아는 스토리 작가
직접 콘티를 짤 수 있는 능력은 일본의 담당 편집자와의 소통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어 주었다. 윤인완은 직접 콘티까지 담당하는 스토리 작가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일본 진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스토리 단계부터 편집자와 끊임없는 조율을 거쳐야 하는 일본 사정을 생각할 때, 통역을 두고 이야기할 경우 작가의 미묘한 심리를 표현하기 힘들다. 하지만 직접 콘티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굳이 글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윤인완이 콘티로 스토리작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직접 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실제로 문하생 생활을 통해 작가수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경우는 시나리오 형식으로 작업하기가 오히려 힘이 든다. 실제로 시나리오로 작업했던 경우, 눈으로 보여 줘야 하는 부분까지 대사 혹은 지문으로 풀어 버려 몰입도가 떨어진다. 반면 콘티로 작업을 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 속에서 최적화된 구도와 이미지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작업이 능률적이다. 또 칸 사이의 호흡과 구도 등도 더욱 잘 전달할 수가 있다.
 
최상의 동업자, 양경일
사실 콘티까지 직접 담당하게 된 건 자신이 콘티를 책임질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작화를 담당하고 있는 양경일의 이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콘티는 그림의 연출과 구도 등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작화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식의 구분이 암묵적으로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양경일의 경우는 윤인완을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해 주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진행하고 있다. 윤인완 또한 양경일이 자신의 콘티에서 벗어나 한 번 더 생각하고, 좀 더 잘 표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작화가와 스토리 작가가 공동 작업할 경우는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유지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양경일의 작화력은 일본의 어느 편집부를 가 봐도 칭찬일색이다. 부드러운 그림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힘은 일본의 많은 작가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고 한다. 스퀘어 에닉스의 편집자 하기와라는 양경일의 그림에 대해 ‘그림의 달인’이라 불릴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한국 작가의 경우,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부분은 그림이다. 물론 윤인완은 자신만의 참신한 기획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그러나 양경일의 작화가 주는 매력 또한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토리 작가에게 있어서 자신의 스토리를 최고의 작화로 표현해 주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새로운 기획을 꿈꾸며
지금 일본에서 하고 있는 작업만으로도 벅찬 게 사실이다. 전체 15권으로 예정된 분량 중에서 8권까지, 약 절반 정도 진행이 된 <신암행어사>의 스토리는 물론이거니와, 벌써 2~3년 후를 생각하며 주간지 <소년 선데이>에서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또 한국에서는  데뷔작인 <데자부> 시리즈를 비롯, 양경일, 이빈, 변병준, 윤승기, 이태행 등의 작가와 함께 작업한 단편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예정이다. 스토리 작가의 단편집은 국내에서 최초가 아닐까 싶다. 더욱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한국의 기획자들과 스토리 작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2005-11-15 14: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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