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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창작하는가 - 편집부

과감한 신인의 기용과 끊임없는 기성 작가와의 대화,
편집자는 작가를 서포트 하는 존재
 
글 | 김영진 기자 (innakim@Qcomic.com) 사진 | 조지영
 
<윙크> 창간 당시 제작되었던 홍보 브로슈어. 비주얼적인 면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어필했던 이은혜의 그림을 사용.
 
1993년 7월, 강경옥, 신일숙 등 아직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여 주고 있는 유명 작가들을 필두로 수많은 순정만화 팬들의 기대 속에서 창간된 <윙크>. 10년이란 기간 동안 수많은 경쟁지들의 창간과 폐간 속에서 꿋꿋하게 버티며 지금까지 순정만화잡지의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 힘을 보여 주고 있다. 여러 작품이 모인 잡지라는 매체가 그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화려한 작가의 조합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게 현재 한국 만화계의 사정이다. 작가진, 작품과 더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편집부의 역량이다. 창작 방법의 구체적인 사례로 창작의 일부를 맡고 있는 편집부를 집중 조명하면서 그 대표로 <윙크> 편집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편집부. 최근에는 전화가 아닌 메신저를 이용, 상시 연락이 가능하다.신인 작가들에 대한 끊임없는 믿음
<윙크>의 성공에는 신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윙크>는 93년 창간 당시부터 의도적으로 신인을 과감하게 기용했으며, 그 결과 한국 순정만화계를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대형 작가들을 배출했다. <호텔 아프리카>의 박희정, <마니>의 유시진 그리고 <오디션>의 천계영이 바로 그들이다. 당시는 관행상 신인에게 표지와 부록의 컷을 맡기는 일을 쉽게 생각할 수 없었지만, <윙크> 편집부는 그 관행을 깼고 작가들은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부응해 줬다. “사실 운이 좋은 잡지라고 할 수 있어요. 좋은 작가들이 스스로 찾아와 줬거든요. 예를 들어 천계영 작가의 경우, 저희 신인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지만, 만일 다른 잡지에서 데약 150편 분량의 공모전 응모 원고들. 아쉽게도 단 한 편도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신인 발굴에 대한 고민은 <윙크> 편집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뷔를 했어도 분명히 그 만큼의 역량을 보여 줬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작가들이 한둘이 아니었잖아요?” 오경은 편집장은 겸손하게 말하지만, 신인들의 뛰어난 역량을 발굴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편집부의 역량이다. 지금도 신인들에게 최대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당수의 연재작품을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가가 맡고 있으며, 매호 최소한 1명 이상의 신인에게 단편 지면을 할애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연재를 준비하고 있는 신인 중 한 명은 지난 2003년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작가 엄정현. 수상작 외에 단편 한 작품만을 선보였으며, 데뷔 8개월 만에 연재에 투입되는 셈이다.
공모전에 출품되는 작품은 약 150여 개 정도, 그 외 수시로 원고를 상담하러 오는 신인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눈에 띄는 신인을 집어내는 일은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이번 7월 1일자 <윙크>에 실린 2004년 공모전 결과 발표에는 당선작이 없었다. 오경은 팀장은 이번 응모작들에 대해 “자신의 실제 생활을 투영해서 함몰된 원고들이 이번에도 꽤 많이 나왔다. 대중을 작가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작가만의 특별함을 보여달라.”고 평가했다. <윙크>는 신인 작가에게 ‘다른 작지난해 공모전 출신 신인작가 엄정현이 콘티를 두고 편집부와 상의하고 있다. 이 작품은 8월 1일자부터 연재에 들어갈 예정이다.가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을 요구한다. 자신만의 색이 있는 작품이 필요한 것이다. 신인작가 Lilith의 <얌생이>의 경우, 1쪽 만화라는 특성상 페이지의 증가와 축소가 용이한, 흔히 말하는  ‘땜빵용’ 작품으로 연재가 시작됐다. 하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시니컬한 내용들이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성원을 받았고, 그 인기는 단행본의 출시로 이어졌다. 현재 만화잡지 상황에서는 찾아보기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신인 배려 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성작가들의 힘이다. 기성작가들은 신인을 키우기 위한 버팀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창간 당시에는 강경옥, 신일숙, 이은혜가 이러한 몫을 다해 주었고 지금은 박희정, 이빈, 천계영, 김은희 등이 있다. 기성작가들이 지속적으로 독자를 잡아주지 않으면 신인들은 발을 디딜 공간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신인과 기성의 균형을 맞추는 일 또한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특별히 넓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다. 어느 편집부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환경 속에서 <윙크> 편집부도 일하고 있다.
넓은 독자층 그리고 편집부의 고민
<윙크>는 독자층이 꽤 넓은 편이다. 최초 여중고생을 대상으로 창간되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는 준성인지라고 평가할 만큼 대학생 이상의 독자층도 상당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 <윙크>를 읽는다는 40대의 어머니도 있지만, 역시 현실적인 소비층은 10대들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순 없다. 오히려 독자층이 넓다는 것은 <윙크> 편집부에게 하나의 고민거리다. 모든 독자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작가와 작품을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윙크>는 그 해답을 장르의 다양화에서 찾고 있다. 요즘 잘 나가는, 소위 학원물 위주의 편성이 되지 않도록 작가들에게 요구하며, 독자들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작품들을 배열한다. “혹시나 연령대가 높은 독자들이 <윙크>를 선택하는 이유가 ‘재미있어서’가 아닌, ‘딱히 다른 볼 자체 회의자료. 좋은 작품을 기획하기 위해, 편집부 내부에서 작품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고 돌려본다.게 없어서’라면 그건 저희들로서도 부끄러운 일이죠. 그래서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모자란 부분은 없는지 항상 고민이 됩니다. 그리고 항상 각 장르별로 최고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요.”
<윙크>가 독자의 연령대를 폭넓게 상정하는 것이 그렇게 오래 된 일은 아니다. 지난 90년대 말부터 <나인>과 <화이트> 등이 성인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시도였다. “차라리 여성 성인지 시장이 따로 있었던 때가 편했어요. 그 당시는 <윙크>가 담당해야 할 독자층이 확실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들이 단기간의 성공은 거두었을지언정 결과적으로 시장상황의 악화에 따른 판매부진이라는 이유로 폐간을 맞이했다. 그리고 지금 그 독자들에 대한 편집기자의 역할은 단순하게 작가와의 소통만이 아니다. 마감이 끝나면 단행본 작업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잡다한 기사들이 편집부의 발목을 잡는다.책임은 다시 <윙크>로 돌아왔다. 최근 25세 이상의 여성을 타깃으로 한 <허브>의 창간소식이 들려온다. 그렇다면 이제 <윙크>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 하나? “저희도 그 점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해 봤지만, 타깃이 <윙크>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해요. <허브>의 경우 전체적인 참여 작가진의 구성을 통해서 봤을 때 상당 부분 20대 중후반의 마니아 팬들을 타깃으로 한 잡지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실하게 갖춘 간판작가들이 모였다는 느낌이 들죠. 그에 비해 <윙크>는 모든 독자들이 부담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윙크>는 ‘보고 생각할 거리를 만드는’, ‘어떠한 여운이 깊게 남는’ 그런 만화를 원하지 않는다. <윙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 쉬운 즐거움’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성격의 잡지를 표방한다. 이런 만화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통한다는 것이 <윙크>의 철학이다. “사람들이 만화를 보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그 시작은 결국 ‘만화를 읽으면 즐거우니까!’라고 생각해요.”
 
작가와 함께 호흡하는 편집자
콘티를 잘 볼 수 있는 것 또한 편집자의 능력이다. 작가의 스타일을 고려하며 간결한 대사와 선 속에 숨어 있는 작품을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만화 편집기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와의 소통이다. 이것은 어느 편집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품에 대해 콘티를 놓고서 치열하게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고, 마감일정을 무사히 소화하기 위해 작가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하지만 <윙크> 편집부는 좀 유별나다. 오죽하면 다른 잡지에서 활동하던 작가가 <윙크> 편집부를 만나고서, ‘너무나 각별한 관계’를 가지려는 <윙크> 편집부에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 <윙크>의 편집부와 작가는 이른바 정으로 얽혀 있는 관계라고 하는데, 작가들의 웬만한 가족사는 이미 다 꿰고 있을 정도로 작가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한 믿음이 성립하지 않고서는 작가들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작가들은 어느 정도의 역량이 되면 편집부와 콘티를 들고 상의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궁>의 박소희 씨의 경우, 정말 잘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콘티를 저희한테 보여 주죠. 그리고 저희가 뭔가를 이야기해 주지 못하면 오히려 섭섭하다고 해요. 그만큼 편집부의 의견을 믿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작가들이 다수 있답니다.”
한국의 상황에서 한 명의 작가에게 다수의 편집기자가 달라붙어 기획의 묘미가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편집기자 한 명당 최소한 대여섯 이상의 연재작가는 기본, 그 외에 다수의 신인작가를 담당한다. 또 물리적인 업무량을 봤을 때 식자작업, 취재기사, 선물기사 작성, 단행본 작업 등 작품담당 이외의 부분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윙크> 편집부는 작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가장 큰 힘을 기울인다. 격주간이라는 짧은 주기 내에서 언제나 작가와 함께 이야기하며, 짧은 마감기간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운이 빠진 작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윙크>의 가장 큰 힘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윙크>의 경쟁상대
국내에서 잡지시장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오후>와 <비쥬>의 폐간은 아직도 축소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윙크>도 예전에 비해서 판매부수가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딱히 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만화에서 위안을 찾던 사람들이 이제 다른 다양한 콘텐츠들로 위안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만화가 없어질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더욱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윙크>는 자신의 경쟁상대를 만화계 내부에서는 찾지 않는다. “솔직히 이 좁은 시장에서 우리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것보다 좀 더 넓은 시장의 매체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필요로 하는 거죠.” 기성 작가들을 통한 폭넓은 독자들과의 교류, 그리고 신인 작가들을 통한 새로운 시도. 이것이 불황에 빠진 한국 잡지만화계에 <윙크>가 제안하는 해답이다.
 
 
Interview / 오경은 <윙크> 편집장. 95년 입사, 9년차. 좌우명 : “그럼에도 불구하고….”
 
95년 입사, 9년차. 좌우명 : “그럼에도 불구하고….”“한국 만화의 진정성은 ‘위안’ 남은 독자, 새로운 독자 위해 최선을 다한다”
 
편집자가 된 계기는?
창간 이래로 줄곧 <윙크>를 봐 왔으며, 95년 대학 졸업 후에 우연히 채용공고를 보고 재미삼아 응시했다. 서류전형 합격 이후 필기시험과 면접을 봤는데, 합격 후 들은 바로는 필기시험 결과가 무척 안 좋았다고 한다. 자기 소개서를 재밌게 썼던 것이 면접관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 합격했다고 한다. 이후로 후배들을 뽑을 때 자기 소개서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자기 소개서는 ‘만화적인 필이 통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혹시 편집자를 지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해 주기 바란다.
 
<윙크> 편집장으로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윙크>를 보는 독자들이 ‘<윙크>를 보는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 그런 만화가 <윙크> 안에 많이 있기를, 작가들이 그려 주기를, 우리는 그런 작가를 서포트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자가 되고서 얻은 게 있다면?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다고 믿어왔던, 일종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단순한 예로 전에는 고양이를 정말 싫어했다.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가진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화가들의 화실에 가면 고양이들이 너무 많아 무서웠다. 어느 날부터는 고양이에 대해서 거부감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거부감이 사라졌다. 이런 일을 비롯해 만화계에서 있으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어떤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폭이 넓어졌다.
 
편집장으로서 자신에 대해서 평가하자면?
편집장이던 선배의 자리가 비게 되어 이 자리에 앉은 거지, 그다지 이 자리에 앉고 싶지는 않았다. 편집장이라는 자리에 앉게 되면 어느 정도 일선에서는 물러나게 된다. 담당도 많이 덜어야만 했기 때문에 작가들과 함께 마감하는 재미가 적어진다. 사람 욕심이 많은데 너무 아쉬운 일이었다. 만화기자를 즐기려면 평기자로 있을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편집장은 돈벌이가 될 만한 뭔가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인데, 그런 부분에 약한 면이 있다.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10년 후의 내 모습은 뭘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건 체질상 잘 떠오르지 않는다. 차라리 10년 후 내가 지금의 나를 평가할 때 덜 쪽팔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현재를 부끄럼 없이 잘 살고 싶다. 다른 시각에서 봤을 때, 만화계에 있는 후배들 중 10년 후에도 만화계에 있는 후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윙크>를 만드는 기자들의 선배로서 겪는 가장 큰 슬픔과 괴로움이 ‘선배로서 비전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다.’는 부분이다. 
축소되고 있는 만화잡지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를 돌이키면서 “그땐 그랬지.”라고 하는 건 그다지 발전적이지 못하다. 10년 전과 비교한다면 놀이문화가 많이 다양해졌다. 그땐 오락실과 만화방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국 만화의 진정한 의미는 ‘위안’이라고 본다. 만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숨어서 만화를 보며 위안을 받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만화가 아니어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많다. 그렇다고 만화가 완전히 없어질 장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판매율이 떨어지는 문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하지만 남은 독자, 앞으로 만들어낼 독자를 위해서 항상 신경을 쓰고 만들어야 한다.
2005-11-15 15: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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