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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사
크로스오버 작가 릴레이 인터뷰
김태형, 문효섭, 신훈, 이명진, 이태행 
만화&게임의 크로스오버 작가 릴레이 인터뷰
 
같으면서도 다른 작업
다르면서도 같은 미래
 
글 | 김영진 기자 (innakim@Qcomic.com)

이제는 게임 개발자 중에서 만화가의 이름을 발견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글과 그림의 절묘한 만남으로 창작되는 만화라는 장르에서, 특히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한 캐릭터 창조력을 자랑하는 ‘작가’라는 존재는, 게임 개발사 측의 입장에서 군침 도는 대상이 아닐 수가 없다. <계간 만화>는 이번 스페셜 테마를 통해 만화와 게임, 두 장르를 넘나든 다섯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 개발에 대한 꿈을 키워왔던 작가도 있는 반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시작한 작가도 보인다. 다섯 작가 모두 디자인 개발 쪽에서 집중하고 있어 다소 이야기가 겹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 작업에 대한 평가는 작가들마다 제각각인지라 무척 흥미로웠다. 지금은 게임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형편들이지만, 만화에 대한 식지 않은 창작 열정을 보여 주면서 한껏 흥분에 빠져들기도 했다. 더불어 만화와 게임의 OSMU에 관한 냉철한 평가도 들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만족감보다 아쉬움에 가까운 편. 하지만 그 시선의 강도만큼 두 장르가 만족스러운 합방을 이룰 날이 가까워지고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만화와 게임, 두 장르를 즐기고 있으며, 이들의 시너지 효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 게임 개발을 중심에 둔 만화를 준비하고 있거나,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싶은 도전자들에게 현장에서 활동 중인 선배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유용한 자료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게임을 통해 그림을 ‘배우다’ 김태형
1992년 데뷔. <개미맨>, <래드 블러드> 등의 장편과, 스토리 작가 윤인완과 ‘데자부’ 시리즈의 단편 발표. 이후 ‘크리스탈 플릿’ 등 게임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으며, 현재 CCR에서 게임 ‘RF 온라인’ 캐릭터 디자인 담당 원화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아직까지 ‘재미있게 그렸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레드 블러드>를 11권에서 멈춘 이후, 스토리 작가 윤인완과의 공동작업 ‘데자부 - 가을’ 에피소드 를 끝으로 만화 작업을 멈춘 김태형의 첫마디다.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만화계에 데뷔했지만, 십 수 권 이상의 단행본을 그리면서 지쳤고, 결국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사실 저는 유쾌하고 가벼운 만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레드 블러드>는 그렇지가 않았어요. 어린이가 어른처럼 보이고 싶은 허영심이랄까, 너무 무게를 잡았던 작품이었죠. 어시들과의 ‘공동작업’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도 견디기 힘들었구요.” 만화를 ‘쉬게’ 되면서 게임 디자인 외주를 시작했고, 지금은 ‘RF 온라인’의 캐릭터 디자인 원화팀장을 맡고 있다.
 
게임과 만화, 문제는 작화 퀄리티의 차이
게임은 개발 이후로도 끊임없는 페치 및 업그레이드 작업이 필요하다. 그림은 ‘RF 온라인’에 새로 추가된 이더맵의 보스 몬스터 디자인.게임 쪽 일을 통해 ‘그림을 배우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게임 예찬론은 기대 이상이다. “아무래도 게임 쪽 그림이 만화보다 감각도 더 뛰어나고, 시대적 캐릭터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생각되죠. ‘공동작업’으로 객관화된 시선을 얻는 장점도 있고, 또 일단 캐릭터가 완성되면 그 캐릭터가 직접 필드를 뛰어다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최선을 다해야만 하거든요. 만화 작업을 했던 당시는 한 페이지, 혹은 한 화를 기준으로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컷과 아닌 컷을 구분하며, 이른바 ‘최적화’를 생각하곤 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면 어색하더라구요.”
게임이 만화화 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하는데, 작화와 관련해서 게임 회사나 출판사 측이나 아쉬운 점이 많다고 토로한다. “일단 ‘싸게 고른다’는 느낌이 들어요. 게임 쪽 담당자가 만화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출판사측도 좀 더 신중하게 진행해야죠. 대부분 신인 작가들에게 작품을 맡기는데, 아무래도 기성 작가의 경우 작품을 진행하면서 게임 쪽 담당자에게 스토리를 검사받아야 하기 때문에 피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굿모닝 티처> 서영웅 작가가 게임 ‘마비노기’를 만화로 연재한다고 하는데 무척 반갑습니다. 작가 자신이 그 게임의 팬이라는데, 아마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세계관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보여 주는 것
게임을 노리고서 만화를 창작하려는 작가들에게도 충고를 잊지 않았다. “세계관의 설계는 철저히! 하지만 절대 설명하려 들면 안 됩니다.” 열심히 만들어낸 세계관이라고 독자들에게 해설하듯 주입하면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캐릭터들의 이야기 진행을 통해 살며시 독자의 머릿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
언젠가 다시 만화가로 활동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이지만, 한국 지면에서는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4, 5년 정도 후, 공동작업이 불가피한 한국 만화보다 혼자서도 작업이 가능한 미국 만화 시장 쪽에서 작품을 해 보고 싶습니다.” <레드 블러드>의 엔딩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겨야 할 듯하지만, 게임 쪽에서 ‘수련 중인’ 그가 어떤 화풍으로 돌아올지 기대된다.
 
 
짜임새 있는 기획이 필요한 시기 신훈
1991년,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 제작에 참여하며 게임 개발과 관계를 맺기 시작. ‘킹덤언더 파이어’, ‘샤이닝 로어’ 등의 게임에서 프로듀서 담당, 현재 네오위즈의 게임 ‘요쿠르팅’의 아트 디렉터를 담당하고 있다. 만화 쪽은 1997년 순정만화잡지 <나인>에서 <채널 어니언>으로 데뷔, 현재 <월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멋대로 게임기행’을 연재 중이다.
 
신훈은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작가 중 유일하게 게임 쪽에 먼저 입문한 케이스다. 1990년대 초, 대학 시절부터 친구들과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던 그가 만화계의 문을 두드린 건 1997년. 친구인 양영순의 추천으로 순정만화잡지 <나인> 창간호에서 <채널 어니언>으로 데뷔했다. “지금은 게임 잡지    <월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멋대로 게임기행’을 연재 중인데, 비록 짧은 페이지의 연재지만 지병까지 생겼어요.”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결국 스스로 재미를 찾지 못한다면 ‘못할 짓’인 거다.
 
“미디어 믹스, 홍보용이 되어서는 안 되죠”
<월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연재 중인 '멋대로 게임기행'.만화와 게임을 병행하는 작가인 만큼 OSMU(원소스 멀티유스)에 대한 의견을 들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 믹스는 한 번에 ‘팡!’ 터뜨려 줘야 보람도 있고 좋은데, 지금 나오는 것들을 보면 짜임새가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만화가 게임으로 되는 경우를 보면 이름만 따왔을 뿐, 사실상 별개의 창작물로 다뤄지죠. 게임이 만화로 되는 경우는 뒤늦게 홍보용 개념으로 제작되는 게 일반적인 형편이구요. 반면 일본 반다이에서 출시된 게임 ‘닷핵’은 미디어믹스의 전형을 보여 주는데, 비디오를 통해 힌트를 얻어야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죠.” 기획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맞물려 나가야 하며, 특히 만화는 게임의 세계관을 탄탄하게 확립시켜 주는 한 요소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그런 사실을 간과한 채 기획, 진행한다고 평가한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게임 ‘요쿠르팅’을 만화로 만든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까 물어보았다.
“일단 미소녀 캐릭터에 대한 작화를 신경 써야겠죠. 그리고 학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게임인 만큼 캐릭터들의 관계를 발전시킨 러브코미디 장르가 된다면 좋을 것 같네요. 국내에서도 만화 작업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결국 불발된 상태고… 현재 일본으로 수출되어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일본 측에서 진행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감 압박 없이 만화 작업을 즐기는 동료들
만화 시장의 불황으로 만화 인력들이 게임계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의외의 반응이다. “게임도 불황이에요. 다만 온라인 게임의 경우 돈을 내야 게임에 접속할 수 있으니 조금 형편이 나은 정도죠. 국내에 온라인 게임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구요. 사실 유저들에겐 대여점이나 게임방이나 마찬가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여담이지만, 예전에 동료 작가로부터 대여점 이용한다고 혼났던 적도 있거든요, 헛헛.” 업계의 불황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직장 동료 중에는 만화과 출신이 꽤 있다고 한다. “1년에 한 번 정도 코믹월드 등 동인활동까지도 참여도 하더라구요. 아마 마감 압박은 받고 싶지 않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꾸준하니까 그렇게라도 활동을 하는 거겠죠. 저도 조만간 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약 40P 분량의 SF물을 그려 보고 싶다며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는데, 조만간 코믹월드에서 신훈의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내 손과 눈빛이 살아있는 한 그림을 그릴 것이다” 이명진
1992년,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저녁>으로 ‘제1회 챔프 슈퍼만화대상’ 당선과 함께 데뷔, 대표작으로 <라그나로크>(현재 10권 발행, 미완결)가 있다. 현재 <라그나로크>를 게임화 한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게임 개발 및 기획 전반에 참여 중이다. 이명진의 인터뷰는 작가의 작업 일정 관계에 의해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만화와 게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것들을 보다 가까이,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차이점이라면, 만화는 어느 곳이든 최소한의 공간만 마련되면 보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 컷과 컷 사이의 시간차에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뿐더러, 작가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음미할 수도 있다. 반면 게임은 컴퓨터나 게임기가 있어야 한다. 정지된 화상을 뛰어넘은 다양한 연출과 음악을 경험할 수 있고, 직접 주인공이 되어 모험이나 전투 그리고 여행의 기분까지도 낼 수도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게임을 염두에 두고 <라그나로크>를 준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려서부터 판타지와 SF물의 게임들을 즐겨왔고, 게임뿐 아니라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언젠가는 꼭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현실을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도 흥미진진하겠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판타지가 나에겐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은 고등학생 때의 작품이다 보니 당시에 스스로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되었다. <라그나로크>는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판타지 장르 만화에 대해 구상하면서 준비하고 있었고, 게임 개발사인 그라비티와 인연이 되어 온라인 게임으로 창조될 수 있었다. 군대 제대 이후 본격적으로 만화 <라그나로크>를 시작했는데, 북유럽 신화에 대한 자료를 찾기가 힘들어서 당시 애를 많이 먹었다.

작업 중인 게임 ‘라그나로크 2’ 캐릭터 일러스트. 게임 때문에 창작 방법에 특별하게 차이점을 두거나 신경을 쓴 것이 있다면
일단 캐릭터 설정이나 사용하는 스킬, 지역 설정, 배경 등을 게임화가 용이하게 접근하였다. 언젠가는 게임으로도 만들 거라는 생각으로 설정도 따로 짜두었다. <라그나로크>는 판타지물이기에 여러 가지 창의적인 요소를 넣기가 용이했다. 예를 들어 시대적 배경과 장소는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여주인공들은 개량된 섹시한 느낌의 한복과 댕기머리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복을 좋아해서 꼭 작품에 넣어보고 싶었고,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국적인 요소들이 작품 속에 잘 녹아들어 준 것 같다. 모두 판타지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화가 게임으로 되면서 반영된 부분과 사라진 부분이 있다면
만화 <라그나로크>의 주인공 캐릭터들이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는 사라졌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케이아스’, ‘로키’, ‘아이리스’, ‘펜릴’ 등 북유럽 신화의 신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는 서버 이름으로 붙여졌고, 실제 게임 캐릭터로 반영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많은 유저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이다 보니(한 화면 안에 고유 캐릭터들이 몇 십 명씩 몰려다니는 것을 상상해 보라!)…. 유저들이 만화에서 보여 줬던 캐릭터들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직업과 퀘스트를 수행하며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라그나로크 세계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반영된 부분은 실제 게임 내 배경, 지역명, 세계관 등이다. 게임의 무대 룬 미드가츠 대륙과 슈발츠발드 왕국은 만화와 동일하며, 지역 및 설정들은 모두 게임으로 구현된 상태다. 게임 개발 초기에는 완성된 만화를 게임으로 옮기는 작업이었지만, 게임 개발이 진행되면서는 만화와 게임 작업을 동시에 병행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게임에서 완성된 부분이 만화에 반영되는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알케미스트(연금술사)’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라비티 측에서는 만화 <라그나로크>의 어떤 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었는지
아무래도 내가 답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라그나로크> 만화의 세계관이나 설정, 캐릭터 성 등이 게임화에 용이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 작품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게임 내 기본 캐릭터 설정, 몬스터, 의상, 배경, 디자인 등과 기획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포괄적으로 게임 개발 및 기획에 전반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결과물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대해 많은 부분 만족할 것이라 예상이 되는데, 특히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아기자기한 캐릭터 구성과 커뮤니티, 스피디한 전투 타격감! 개인적으로는 ‘파이어 볼트’라는 기술을 가장 좋아한다. 지금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세계 23개국에 진출했는데, 라그나로크가 각 나라에서 온라인 게임, 만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세계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이다.
 
‘라그나로크 2’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간단히 소개를 해 준다면
라그나로크 2’는 풀 3D로 제작 중이며, ‘라그나로크 1’처럼 기본 캐릭터 설정, 원화, 몬스터, 배경 등 게임 초기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 개발 중이라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진 않지만, 1편과는 차별화 된 새로운 시스템과 비주얼로 유저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언젠가 만화계에 복귀할 의향은 없는지
지금 맡고 있는 ‘라그나로크 1, 2’의 작업이 굉장히 방대한 프로젝트가 되어 버렸다. 현재 많은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며 게임 개발 작업에 매진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만화 작업도 이어나갈 수 있을 거란 말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손과 눈빛이 살아있는 한 어디에 있더라도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만화에서 게임으로, 그리고 애니메이션까지 문효섭
1992년 데뷔, <캐치패츠붐붐>,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게임 쪽으로는 위니즈, CCR, NC 소프트 등의 회사에서 여러 타이틀의 개발에 참여했으며, 지금은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개발 회사에서 컨셉 아트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의 단행본을 발간한 문효섭은 공군 이야기를 다루게 될 2부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직업인인 관계로, 만화 작업은 밤이나 돼야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나중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어요. 이외에 또 다른 작품도 준비 중인데, 그 작품은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고 싶어요.” 미야자키 하야오를 마음 속 스승으로 모실 정도로 애니메이션 쪽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학교 시절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생각지 못했던 게임 쪽에 발을 들여놓은 인연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도 최근 들어 만화와 게임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연계가 더욱 가시화 된 것 같아요. 일단 만화 작품을 만들면 그 자체가 하나의 구체적인 기획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아직 OSMU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강력한 원소스의 창조에 대한 믿음은 그를 지탱해 주는 커다란 버팀목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통일성, 게임은 스토리를 요구한다
게임그라프사에서 베타 오픈 예정인 신작 게임의 그래픽 보드. 만화 작업과 게임 작업을 병행하면서 스토리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듯하다. “퍼즐과 같은 간략한 게임도 스토리가 필요하죠. 하지만 국내의 경우, 체계 없이 작업하는 게임 회사들이 많아요. 스토리는 없고 단지 기획만 있어요. 작은 아이콘, 텍스트 하나와 같은 부분까지 통일성을 갖춰야 컨셉이 살아나고, 게임이 유저들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거든요.” 게임 쪽으로 목표가 있다면 역시 게임 프로듀서다.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의 디렉터인데, 굳이 그림에 모든 것을 걸려는 개발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이 그런 꿈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만화 창작에 대한 욕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것’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고민은 곧 기회! 문제 없다!
두 가지 작업으로 인한 고민은 없냐는 질문에 자연스레 화풍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만화로 표현하고픈 그림은 에서 보여 준 부드러운 스타일이죠. 하지만 게임 쪽에서 담당하는 그림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같은 반 사실적인 느낌이에요. 물론 퀄리티는 조금 낮을지도(웃음)….  상반된 형태의 작업이 마이너스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화풍의 스팩트럼이 다양해진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런 고민은 만화 작업 내부로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지금은 연필 데생 상태에서 컬러로 들어가는데, 조만간 펜을 사용하게 될 것 같아요. 한계가 있거든요. 그 동안 동물 위주의 캐릭터로 작품을 이끌어왔는데, 강력한 인간형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 땐 펜이 없으면 힘들 거 같아요.” 끊임없는 자기 탐구를 통한 개발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아직까지 만화가로서나 게임 개발자로서 큰 이름을 날리진 못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하지만, 오히려 천천히 이름을 알려나가면서 오랫동안 성장하고 싶다며 푸근한 미소를 띠운다.
 
 
만화, 구속받지 않는 창작자의 즐거움 이태행
1992년 <아이언 솔저>로 데뷔, <헤비메탈 6>, <바이오솔저 가이> 등의 대표작이 있다. 메커닉 디자인 외주 작업으로 게임 쪽 일을 시작, <채널 조이>에서 정사원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다.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 ‘뮤’의 미국 시장용 만화 작업에 참여 중이다.
 
만화가로서 활동하다가 게임 회사에서 일한다는 건 최소한 금전적인 면에 있어 무척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한 컷 그려서 받는 돈이 수십 페이지, 수백 컷의 고료보다 많으니까요.” <헤비메탈 6>, <타임 시커즈>의 작가 이태행의 말이다.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게임 쪽의 일을 시작했던 것은 다름 아닌 후배의 권유였다. “함께 화실에 있던 문하생 대부분이 군대 제대 이후, 열악한 만화계 상황에 못 이겨 게임 회사에 입사했죠. 회사 휴가 때 제 마감을 도와주러 들락거리면서 저도 게임 회사 일을 해 보라고 부추기더군요. 게임 쪽은 한 달에 400만 원을 받는데, 만화가 하면서는 그만큼 안 까먹으면 다행이었으니까요.”
 
누구를 위한 작업인가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작품 ‘뮤’. 캐릭터 데생과 표지 작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임 회사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시간적으로는 작가 시절보다 더 여유가 있었다. “바쁠 때야 철야도 했지만, 대개 여유 있게 출근해서 여섯 시면 퇴근했죠. 제일 처음 외주 작업으로 맡은 일이 탱크 디자인이었어요. 그동안 작품을 통해서 계속해왔던 작업이라 재미도 있었죠. 캐릭터 디자인은 개발자들이 캐릭터의 특징을 글로 설명해 주면 제가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인데, 제가 만화를 하면서 쌓아왔던 상상력을 반영할 수 있잖아요. 또 전엔 컬러 작업엔 손도 못 댔는데, 게임 쪽 일을 하면서 많이 배웠고요.” 일도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단 점이다. “만화 작업을 할 땐 내가 왕이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내가 나사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주변 사람들과 항상 의견을 맞춰나가야 했죠. 한번은 포스터 작업을 진행하는데, 갑자기 사장이 와서는 좀 더 야하게 해달라는 등 이상한 요구를 하더라구요. 뭐 어쩌겠어요… 해야죠.” 십 수 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다가, 타인과 의견 조율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릴 적에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이야기 속에 빠져 지냈다. 지금이야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그림에는 재능이 없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림은 지금도 자신이 없어요. 데뷔 이후 14년 동안이나 그림을 그려왔는데, 캐릭터 얼굴 하나 그리는 게 힘들어요.”
현재 온라인 게임 ‘뮤’의 미국 만화화 작업에 참여 중인데, 판권은 게임 회사가 가지며, 스토리는 미국의 전문 스토리 작가가 쓰고, 그는 캐릭터 데생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후에는 꼭 개인 스토리로 작품을 진행할 거예요. 내 스토리를 진행한다는 재미도 있지만, 중요한 건 작품에 대한 판권을 갖는 거죠. 같은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는 강찬호의 <메가시티 909>처럼 영화 계약까지 체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게임 일을 고려하는 작가들에게
“게임 쪽이 분명 돈은 많이 받겠지만, 그만큼 만만치 않아요. 맞춰 주고, 양보해야 할 것도 많아 생각보다 까다롭죠. 또 한 컷에 모든 의미를 부여해야 하기에 만화의 한 컷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십 수 년 동안 창작활동을 계속해왔던 이태행의 충고인지라 작가적인 염려가 짙게 베어 있다만,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05-11-16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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