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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사
일본 번안만화의 미디어경제학적 접근
 최고의 기능성과  최악의 역기능의  아찔한 동거
 
글│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htank@chollian.net)
사진 │JAY’S STUDIO
 
일본 번안만화의 개념 및 역사적 기능
일본에서 수입되는 번안만화는 한국 만화시장에 기능적인가, 혹은 역기능적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논리적 근거를 확인하며 결론에 도달해가기는 물리적으로 어렵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어렵게 보이지 않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일본 번안만화의 시장견인력은 아직까지도 주류시장의 구조를 대변한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 극화만화의 국내 유입은 실제 시장을 형성하는 주체로서 도구화되기 시작한다. 시장의 생산구조, 배급구조, 소비구조라는 가치사슬의 일관된 틀을 유지하며, 일본 극화만화는 국내 작가들에 의해 모사되고, 복제되는 모방의 초기단계를 거치게 된다. 만화의 형태와 캐릭터의 형태, 만화적 내러티브의 구성 등 만화상품 자체를 구성하는 텍스트(text)적 요소뿐만 아니라, 만화를 소비하는 시장의 구조와 만화를 생산하는 만화가의 도제시스템까지 만화창작환경의 콘텍스트(context) 또한 주된 영향권 내에 포함된다.
만화방으로 대표되는 초기 만화 소비시장은 철저하게 일본식 형태의 배급망을 기반으로 전국에 형성되기 시작했고, 국내 작가들 또한 유일한 시장창출 창구로서, 배급의 가능성을 유지해 주고 있는 만화방에 대해 자신의 작가생명을 직접적으로 연계시키게 된다. 만화방을 통한 배급의 독점권은 만화시장을 통한 새로운 지배권력을 만들어내게 되었고, 이러한 지배권력을 중심으로 도제시스템은 구심력을 강화시키게 된다. 결국 국내 만화시장의 초기역사는 일본 번안만화의 1세대 기능인 ‘시장형성기능’이 주된 방향성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만화방 모델의 소비시장은 소비규모의 확대, 일반 독자층의 확장, 만화 소비시장이 임대시장에서 구매시장으로 전환되면서 본격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소비규모가 확대되고, 경제적 수위가 상향평준화되면서 구매시장은 임대시장을 위협하게 된다. 이 주된 시장전환기능을 만화잡지가 담당하게 되었으며, 만화잡지 또한 일본 번안만화의 주요한 시장 테스팅베드(market testing-bed)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스타시스템을 통해 수입된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는 <아이큐 점프>와 <소년 챔프>가 <보물섬>을 제치는데 선봉장의 역할을 해냈으며, 아직까지도 애장판을 선보이며 식지 않는 영향력을 선보이고 있다. <어깨동무>라는 잡지에서 특화된 만화전문잡지 <보물섬>은 국내작가의 새로운 시도들을 실험적으로 보여 주며, 일본 만화 등의 수입만화를 잡지시장에 진입시키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현지의 출판사들은 불법복제만화의 통제가 어려웠던 한국 시장의 관리를 위해서도 거대 출판사들과의 정식 저작권 계약을 시도하게 된다. 이 때 이러한 시장 메커니즘 내에서 등장한 잡지가 <아이큐 점프>와 <소년 챔프>다. <아이큐 점프>는 초기시장의 불확실성을 일본 현지의 스타시스템으로 전략화시킨 시장진입 성공사례이다. <보물섬>이라는 막강한 시장의 ‘지배제품(dominant product)’에 대항하여, 정식 계약 일본 번안만화를 스타선수로 기용함으로써(국내 신설 프로축구팀이 해외 스타선수의 영입으로 단번에 상위권 진입하는 사례처럼) 당시 일본 만화주간지 시장에서 200만 부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보이고 있던 <드래곤볼>을 독점 수입하면서 주간지 판매 12만 부의 기록을 <아이큐 점프>가 실현시킨다.  
한 제품군에서의 ‘지배제품’이란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으로서, 경쟁기업이나 혁신기업들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갖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기본적인 디자인을 말한다. 지배제품은 이전에 있었던 다양한 제품들에서 개별적으로 도입된 기술적 혁신들을 종합한 새로운 신제품(혹은 특징들의 집합)으로 나타난다. 지배제품은 주문제품(customized product)처럼 특정 사용자들의 요구를 맞추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사용자층의 요구를 반영한다. 그러나 지배 제품에 반드시 최고의 기술적 성과가 요구되지는 않는다. 기술적 가능성과 시장요구들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다수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혁신을 통한 지배제품의 역전현상은 또 다른 유사사례를 잉태한다. 뒤이어 창간한 <소년 챔프>는 <아이큐 점프>의 기획진을 영입하면서 모방을 통한 경쟁을 시도한다. 당시 또 다른 스타였던 <슬램덩크>를 정식 수입하면서, <보물섬>이라는 독점시장에서 3파전 양상을 넘어 2강 1약의 역전된 시장구조로 급변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일본 번안만화는 2세대 기능인 ‘시장확장기능’을 한 것이다.
1990년대 만화잡지시장의 활성화와 만화구매시장의 확대는 ‘빌려 보는 만화’에서 ‘사서 보는 만화’라는 개념으로 진보된 만화의 사회적 개념을 형성하게 되었고, 국내 만화작품들도 시장에서 직접 구매되는 차별적 판매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당시 국내 스타 만화가들은 만화방 때부터의 수많은 원작들을 고급스럽게 재출간하여 역세권 및 휴게소, 유흥단지 등을 대상으로 독특한 마케팅을 시도한다. 출판사 고유의 서가를 만들고, 그러한 판매대를 통해 시중에서 쉽게 만화를 구입할 수 있도록 구매동선을 현실화한다. 이러한 상황적 결론만을 본다면, 일본 번안만화의 2세대 기능인 ‘시장확장기능’은 우리에게 기능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1990년 말, 기존 소비시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해 가던 <드래곤볼>과 <슬램덩크>가 종결되고, 함께 닥쳐온 IMF여파와 함께 국내 만화소비시장에는 소비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약하고 얕은 국내 만화구매소비시장의 기반(fundamental)에 인위적으로 소비를 견인하던 스타 상품의 시장 이탈은 국내 소비력의 공황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단계적으로 소비력이 자생적인 성장을 통해 강하고 깊은 기반을 형성하였다면, 국내 만화작품의 기반소비를 바탕으로 일본 번안만화의 2차 구매가 일반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 시스템을 적용한 일본 번안만화의 인위적 시장 확장 기능은 3세대 기능인 ‘시장공동화기능’을 자초한 것이다. 
소비시장의 약화는 시장기반을 지켜내려는 시장의 자생적 관리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임대시장의 역설적 확대를 가져온다. 90년 말부터 시작되어 2000년대 초까지 확대된 도서대여점은 구매시장의 축소와 함께 임대시장의 새로운 모델로 전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였고, 기존의 임대시장(만화방)이 국내만화의 기반 소비영역이었다면, 도서대여점은 일본 번안만화의 최소 판매규모를 보장해 주는 MG(minimum guarantee)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임대시장의 확대와 기반 소비영역까지도 일본 번안만화에게 넘겨주는 2중적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2005년 현재, 일본 번안만화는 4세대 기능인 ‘시장유지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번안만화가 존재하지 않으면, 국내 만화시장의 유지가 어렵다는 시장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의 소비규모가 필요하다. 최소의 소비규모는 최소의 생산구조와 배급구조를 보장해낸다. 결국 일본 만화는 국내 만화시장에 최고의 기능성과 최악의 역기능을 동시에 내재한 다면적 기능을 보여 주고 있다.
 
일본 번안만화의 시장규모
현재 국내 만화시장에서 일본 번안만화가 차지하는 시장규모는 대략 75-80%로 평가된다. 출판사별 일본 수입만화의 출간 비율은 대형 출판사일수록 더욱 높은 비율을 보여 준다.
 
 
(표1 : 출판사별 일본 번안만화 출간비율 - 5월 30일 기준) 
 
표1을 참조하면, 국내 대형 만화출판사들이 대개 80-90% 수준의 일본작품 편향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일본 만화의 평균적인 계약사례를 살펴보면, 인세는 일반적으로 7-8%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 타이틀의 작품에 대해 속권을 출간하게 되면 최초 계약된 최소부수의 출간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일본 출판사와 계약하게 되는데, 일본측의 입장에서는 단행본 출간만을 계약하는 사례보다 잡지연재와 단행본 출간을 동시에 계약하는 것을 선호한다.
최초 계약조건에 따라 발간부수는 차별적이지만, 대개 5-7천 부 수준으로 계약하며, 인기작의 경우, 출판사간 경쟁에서 계약을 따내기 위해 계약부수를 대량으로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국내 시장을 고려하여 실제 초판은 계약부수보다 축소된 물량으로 시장에 배포하기도 한다. 비인기작의 경우 계약부수가 3-4천 부 선에서 계약되기도 하며, 특별 인기작의 경우가 잡지연재를 옵션으로 진행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초기 계약부수에 따라 인세를 선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일정기간마다 판매량과 인세를 보고하게 된다.
일본 번안만화의 경우, 인세 8%에 단행본 가격 3,500원 기준으로 5,000부를 제작했을 경우, 작가고료는 약 1,400,000원이 된다. 책자의 순수 제작비용은 6,000부 기준으로 권당 700원 선에서 결정되며, 1만 부 기준 권당 600원 수준이 된다(국내 대형출판사의 최저비용 기준으로, 진행인건비를 제외한 순 제작실비 기준).
일본 번안만화와 국내 만화의 시장판매현황을 살펴보면 표2와 같다.
 
(표2 : 일본 번안만화와 국내만화의 시장판매 현황) 
 
표2에서와 같이 실제 판매량을 비교해 보면, 일본 작품과 국내 작품의 현실적 판매량에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일본 작품의 최고 히트작은 <데스노트>, <강철의 연금술사> 등이며, 국내 작품의 최고 히트작은 <궁>, <열혈강호> 등을 들 수 있다.
일본 번안만화의 출간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일본 현지출판사의 작품을 선정하고 오퍼를 제시하면, 협상을 통해 계약이 이루어진다. 계약이 완료되면, 일본 단행본을 입수하여 전문 번역가가 번역을 진행하고, 번역본에 따라 일본 그림글자가 수정된다. 이후 번역대사의 사식작업이 이어지고, 편집기자의 교정을 거쳐 제작이 완료된다. 전문 번역가의 번역비는 통상 권당 15만 원 선이며, 그림글자 수정 및 교정은 권당 평균 40만 원 선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일본 번안만화의 작품선정기준은 일본 현지의 인기도가 최선의 기준이 된다. 대개 최신 인기작이 우선협상작품이며, 이러한 작품을 계약하기 위해 비인기작을 한 그룹으로 포함하여 선정, 일본 출판사의 입장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계약방식도 존재한다.
국내 작가의 잡지 원고료는 신인의 경우, 순정만화의 최저 기준으로 2만 5천 원(장당)에서 3만 5천 원 수준이며, 데뷔 2-4년차의 경력작가는 3만 5천 원에서 5만 원 선이다. 중견작가는 5~6만 원대, 스타작가는 7~10만 원대에서 결정된다. 원고료 이외에도 단행본 출간 시 인세를 받게 되는데, 단행본 판매량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최저 3천 부 이하 판매 시에는 250만 원-350만 원 선, 일반적 기준인 5천 부 수준의 판매 시에는 400~600만 원, 인기 및 기획 작품의 1만 부 선 판매 시에는 600~1,000만 원 수준의 인세가 지급된다. 이러한 국내 작가가 일본 현지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신인작가의 경우 장당 8천 엔, 중견작가(강담사 연재 예정인 국내 작가의 사례)의 경우 1만 5천 엔 선까지 원고료가 수직상승한다. 스타작가의 경우에는 2만 5천 엔 수준까지 보장받게 된다. 일본 스타작가의 경우 장당 10만 엔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받고 작품에 참여하기도 한다. 결국 작가의 원고료와 인세 등 양국의 차별적 수준이 더욱 일본 편향적 시장진출을 확대시키고 있으며, 국내 젊은 작가들의 시장유지 기능이 더욱 국내시장에서 축소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일본 번안만화의 시장행위 분석 및 대안
일본 번안만화의 강력한 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의 장점을 살린 젊은 실험적 만화를 통해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요구된다.일본 번안만화는 국내 시장구조상에서 기능성과 역기능성을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 마치 국내 중견작가가 일본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현상을 국내만화시장에 기능적일 것이다, 혹은 역기능적일 것이다, 논쟁하는 것과 동일한 설명구조를 갖는다.
국내에 수입되는 일본 번안만화는 국내작가의 해외 교두보 역할을 통해 국제시장에서 국내 만화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안기능으로 평가된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시장을 왜곡하고 독점기능을 강화하여 국내만화의 자생력을 제한한다는 의견과 국내작가의 해외유출을 통해 국내 만화의 독립적인 시장유지기능을 저해한다는 반대의견도 있다.
일본 번안만화와 국내만화의 시장 점유율은 서점 내에 비치된 작품의 광고의 형태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광고를 할 수 있는 만화작품의 출간 종수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이는 결국, 일본 번안만화가 국내 만화시장에서 강력한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본 번안만화는 국제 만화시장의 새로운 문화주의적 경향을 비의도적인 의도적 결과로 파생시킨다. 문화주의론은 문화의 올바른 자리매김, 고급문화의 집적화 및 발전의 도모를 위해 소수의 문화엘리트가 문화를 선도하고 심의해 나가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하여 대중문화의 심의제도가 보편화된 것이다. 일본 만화의 엘리트주의는 이제 세계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시장에서의 협상력이 기능과 역기능의 논쟁지대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문화의 엘리트주의를 경계하기 위해서도 일본 만화가 지니고 있는 시장의 헤게모니를 전환시켜야 한다. 시장의 헤게모니는 강력한 이데올로기 창출력을 내재한다. 일본 번안만화의 국내 시장 침투기재는 지속적인 스타작품의 중독성을 통한 차별적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이다. 일본 번안만화가 스토리상에서 끊임없이 보여 주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생산성이 국내 소비자의 마니아층을 확대하고 심화시킨다.
이에 대한 정책적 고민과 대안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시장의 기능에만 맡겨둘 상황이 아니다. 신속하게 디지털화되는 최근 문화 인프라 내에서, 젊은 실험적 만화의 디지털적 변신이 국내 만화의 실질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일본만화의 이데올로기를 제한하고, 새로운 헤게모니를 창출하기 위해 웹진 등의 차별화된 시도가 적극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DMB 콘텐츠시장을 겨냥한 모바일 만화의 특성화와 그에 맞는 시나리오 개발도 필요하다. 국내 만화시장의 헤게모니는 기존의 일본 만화식 엘리트주의와 편향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시장을 선도하고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시킬 수 있는 형태와 장르의 디지털만화 개발이다. 그러한 콘텐츠의 형태적 혁신만이 일본 번안만화의 시장점유현상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2005-11-18 11: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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