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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엔진으로서의 만화잡지, 한일 편집시스템 분석
일본 베끼기 한계 위에
새로운 엔진 탑재해야 한다
 
글│이현석 (일본 통신원 warmania@hitel.net) 사진│JAY’S STUDIO
 
현재 한국 만화 산업은 외형적인 화려한 이미지를 통해 많은 사회 구성원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갈수록 심각한 위기론이 확산되어 가는 중이다. 이러한 위기론은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 만화 산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던 잡지만화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데서 비롯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한국 만화잡지들은 약 1만 부 안팎의 인쇄 부수를 기록하는 중이며, 실제 판매량은 이보다 저조하다. 이는 잡지가 수행하는 기본적인 기능인 독자와 작가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촉매로서의 기능과 대중매체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위기는 인적 자원 순환이라는 측면에 심각한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단행본 판매 부수의 감소와 함께 인세도 줄어 작가들은 정상적인 생계유지가 힘들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잡지만화를 그만두는 인력이 속출하는 것은 물론, 차기 한국 만화를 짊어질 인적 자원들도 잡지만화 체제의 일원이 되길 거부한다. 더욱이 각 대학의 만화학과나 전문학교들이 만화 교육을 받은 인력을 쏟아내지만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사라져 버려, 만화 실업자로 재생산되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만화 불황에 대한 논의나 진단은 ‘대본소 논쟁’이나, ‘심의 관련 논의’, ‘총판 등의 유통체제에 대한 논의’와 같이 지엽적인 데 그치고 있으며, 현재의 주류 만화인 잡지만화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전무하다. 필자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시스템 내부에서 물러선 외부 시각으로 전체 시스템의 관찰과 연구를 제안하며, 그 방법으로서 현재 한국과 가장 비슷한 시스템 그리고 규모를 갖춘 일본 만화 시스템과의 ‘비교연구’를 시도할 것이다.

끊임없는 신인의 발굴과 박리다매 구조
일본의 길거리를 거닐면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만화잡지들을 만날 수 있다. 이는 박리다매 시스템 때문인데,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의 정기적, 대량 투입을 필요로 한다.최초 일본의 만화 시스템은 <모험왕>, <만화 구락부> 등의 월간 만화잡지(텍스트와 만화가 반반씩 혼재한, 이른바 ‘소년잡지’)와 오사카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한 대본소 체제(아카혼 만화)가 존재하였다. 그러던 중 1959년 <소년 매거진>(고단샤)과 <소년 선데이>(쇼가쿠칸) 등 만화잡지가 창간되기 시작, 1960년대 <소년 매거진>이 ‘내일의 죠’ 등의 히트작을 내놓으며 만화잡지 100만 부 시대를 열게 되었다. 이후 1968년 쇼가쿠칸의 자회사인 슈에이샤에서 창간한 만화잡지인 <소년 점프>는 당시의 인기 작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신인 작가를 모집하여, 이들에게 잡지가 요구하는 아키텍처를 주입하여 자사가 원하는 만화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나가이 고’(<마징가 제트>의 작가), ‘모토미야 히로시’(<샐러리맨 김태랑>의 작가) 등의 신인 작가를 발굴하며 잡지의 위치를 공고히 하였다. 이런 방식은 인기 작가 중심의 잡지에 비해 저렴한 비용이 소모되며, 자사가 원하는 대중성이 강한 만화를 제작할 수 있어, 잡지의 의도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소년 점프>의 정책이 성공하자 각 출판사는 속속 이 체제를 받아들여 오늘날까지 일본 잡지만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출발은 일본에 주간잡지 체제가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 사진은 1959년 창간되어 현재까지 일본 잡지 만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소년 매거진>의 증간호. 현재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만화잡지는 20여 페이지 안팎의 연재만화 약 20여 종, 총 400페이지 전후로 구성된다. 발간 시기는 주간, 격주간, 월간이 일반적이다. 가격대는 200~300엔대로, 영화 관람비용 1,800엔, 비디오 대여료 400엔 등과 비교해 대단히 싼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저가격 박리다매 구조는 주간 잡지 초기부터 이어진 특징으로, 창간 당시의 어린이 세대에 크게 어필하여 만화잡지가 정착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박리다매 이윤구조의 특성상 잡지 자체로는 거의 이윤을 내지 못하며, 실질적인 수익은 연재된 만화를 묶은 단행본 판매로 얻게 되어 있다. 이윤 추구를 위한 단행본 체제가 각 주요 잡지사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1966년의 일로써, 이는 주간 잡지 시스템이 정착된 후 유년시절부터 만화를 보던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구매력을 갖추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 : 대규모 인원의 순차 투입 구조
일본의 잡지만화를 연구하기 위해 필자는 2002년에서 2004년의 3년 간, 약 15명가량의 주요 잡지 편집장과 현장 편집자를 대상으로 인터뷰 조사를 실시하였다. 대상자의 선정은 최저 5년 이상의 편집 업무를 경험하며 현재 잡지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편집자를 우선적으로 골랐다. 인터뷰 분석 결과 중 크게 눈을 끄는 것은 ‘편집 프로듀싱’이 작품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만화잡지가 생산한 ‘잠재적인 작가 예비군’과 편집자가 육성하는 ‘작가 예비군’의 규모 그리고 이들을 잡지에 정기적으로 투입하는 대량/순차 투입구조였다.
편집자가 실시하는 대표적인 업무는 작품을 기획하고 작가에게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독자에 대한 설득력을 갖춘 원고 제작인데,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명인 주간 잡지     <영 매거진>의 편집장 세키 준지는 “우리는 복싱에서 세컨드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잡지의 철학, 이른바 편집방향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 재미는 주 독자층인 블루컬러와 육체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라고 대답해, 연재만화의 선정에 있어서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필터링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주간지 <영매거진> 편집부 전경. 건물 한 층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데, 자잘하게 붙은 편집자들의 자리는 어림잡아 40석은 훌쩍 넘어 보인다.작가와 편집자의 관계가 굉장히 친밀하며, 편집자의 의견이 잡지 연재만화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었다. <소년 선데이>의 편집자인 쿠마가이 타카시는 “작가와 아주 긴 시간 동안, 가령 10시간이나 12시간 정도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작품 제작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며, 가급적 독자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하게 된다.”고 대답하였다. 보통 이들 편집자는 1~2개 정도의 연재만화를 담당하여 관리하며, 이 이상의 만화를 담당하는 것은 업무의 특성상 무리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동시에 각 편집자들은 ‘작가 인력에 대한 선발’을 또 한 가지 중요한 업무로 언급하였다. 선발은 주로 신인 작가 콘테스트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각 잡지에 연간 응모되는 신인 작가 후보생의 원고는 1,000여 편으로 추산되었다. 한 편의 원고를 20페이지로 계산하자면 총 2만여 페이지, 단행본 200권에 달하는 분량이다. 콘테스트를 통과하여 편집자의 관리 하에 연재를 준비하는 작가 예비군의 숫자는 각 잡지 당 약 2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각 잡지의 평균 편집인원  20여명이 각각 10여명의 작가 예비군을 관리하고 있다는 수치이다. 편집자로서의 성공은 관리하는 신인 작가의 작품이 출판사에 얼마만큼 공헌하는가를 통해 판단한다.
주간 잡지를 기준으로 각 잡지에 배정되는 편집 인력의 숫자는 최대 58명(주간 <소년 매거진>의 경우)에서 최저 23명(주간 <소년 선데이>의 경우)으로 나타났으나, 평균적으로는 약 23~25명 선으로 구성된다. 비교적 업무량이 적은 월간지의 경우는 10여명 선이다. 편집진의 경우 특별한 교육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신인 편집자는 배정된 고참 편집자의 곁에서 6개월에서 1년 간 기본적인 업무를 교육받은 후 작가를 할당받아 본격적으로 활동한다. 한국에 알려진 것처럼 매뉴얼이나 프로그램에 의한 업무 교육은 일체 실시되지는 않는다.
 
한국 : 편집 인원의 부족과 작가 육성의 실패
한국의 경우를 보면 먼저 물량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한국은 주간 잡지마저 평균 3~4명의 편집진으로 구성된다. 잡지 체제 초기부터 이 수준으로 구성되었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근무 형태도 매우 다르다. 일본의 만화잡지는 출퇴근 시간이 특별하게 정해지지 않고, 작가의 원고제작 스케줄에 맞춰 유연한 대응한국 서울문화사의 5층 만화편집부 전경. 소년 단행본팀, 순정 단행본팀, <아이큐 점프> 팀, 국제부가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그 중 <아이큐 점프> 팀은 4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능한 플렉스 타임제를 유지하는 회사가 많다. 반면 한국은 일반적인 회사와 같이 오전 출근, 저녁 퇴근이 당연시되고 있다. 또 최근 편집부에 제출되는 신인 원고의 숫자를 보면, 최근 한국은 출판사 통합 콘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100여 편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원고의 질도 크게 떨어져, 뒤처리가 되어 있지 않거나, 심지어 펜터치가 절반만 된 원고까지 출품된다. 편집 업무의 노하우도 크게 차이를 보인다. 일본의 경우 고참 편집자로부터 40여 년 간 전승된 것임에 비해, 한국의 그것은 겨우 10여 년을 헤아린다. 소수 인원으로 구성되면서도 일본과 같은 잡지 포맷을 갖추다 보니 각 편집자에게 과중한 노동을 강요하게 되고, 실제로 일본과 같은 업무 내용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일본으로부터 유입되는 번안 만화와 경쟁해야 한다. 한국의 각 잡지 편집자들은 자신을 흔히 ‘마감기계’로 자조하는데, 보통 한 사람의 편집자가 3~4개의 연재작을 떠안고 이 업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벅차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한국 잡지만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작가 육성과 교육, 작품 프로듀싱을 실시할 편집 체제의 부족함을 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은 잡지 지면에 항시 투입 가능한 대규모 작가 예비군의 생산에 결정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만화잡지 시스템이 초기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추어 동호회 시스템을 통해, 일본식 잡지만화 문법을 습득한 인원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즉, 한국 만화잡지는 직접 인원을 생산한 것이 아닌, 이전의 시스템이 축적해둔 인력을 흡수, 소모한 것뿐이다.

그들의 편집시스템 노하우를 훔쳐라
따라서 현재의 한국 만화잡지 체제(특히 편집시스템)를 일본과 경쟁 가능하게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새롭게 훈련된 인원을 중심으로 한 편집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는 편집자의 일본 파견이나 일본 편집인원의 초빙, 재교육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는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실재로 일본의 문화청 등은 한국과의 문화 교류 차원에서의 인재교류를 환영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대단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며, 작가들이 속속 잡지계를 떠나는 급박한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들과 작가 예비군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이미 한국의 만화잡지 시장은 축소 일로라, 이 정도의 인원을 투자함으로서 생기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
최근 늘어나는 한국 작가의 일본 진출은 현재 침체된 한국 잡지에 한 가지 중요한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은 일본의 고단샤가 주최한 치바 데츠야 상 수상식 당시의 이유정. 상을 시상한 치바 데츠야 씨와 같이 했다. 필자는 그에 대한 대체 안으로서, 일본 편집부에 작품의 기획과 연재 노하우의 제공을 부탁하는 일종의 편집 하청 개념을 제안하는 바이다. 이는 스포츠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선수 임대와 유사한 개념으로, 한국(의 편집부)은 현재 대규모로 조성되어 있는 잠재적 작가 예비군들 중에서 기본적인 소질을 가진 작가 예비군 인력을 길러내는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사실 한국 작가 예비군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이 인력을 일본의 출판사에 소개하여 일정한 편집 지도하에 대중성 높은 만화 상품을 생산하게 하는 개념이다.
먼저 일본의 출판사에는 훈련되고 의욕이 넘치는 작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메리트를 충분히 설명한 뒤(최근 일본은 작가와 편집자의 의욕 저하와 피로 축적으로 인해 만화 불황론이 번지고 있다), 한국작가에 대한 공동투자를 제안하고, 일정한 수익을 창출할 시 적절한 비율의 이윤을 가져가는 제작형식을 만든다(수익배분 방식은 실제 계약 진행자의 능력에 달려 있는 만큼 면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위의 편집 하청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1) 언어 문제로 인한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2) 좌철 인쇄와 우철 인쇄의 차이로 인한 만화 문법의 차이 3) 효과음 표현상에서의 수정문제 4) 번역 작업 등에 의한 시간 손실의 발생 등을 생각할 수 있다.
1)의 경우 작가를 파견하는 한국 출판사가 일본의 잡지사에 고정 근무하는 관리, 연락 인원을 파견함으로서 해결될 수 있다. 2)의 경우 한국 작가들이 일본 측의 문법에 익숙해져 가고 있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실재로 이미 일본에 진출한 한국 작가들의 경우도 잘 적응하고 있다. 단, 이 만화들이 제3국으로 수출될 경우, 오히려 작가 자신의 메리트를 상실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것이다. 3)의 경우 한국에서 발행되는 일본 만화 번역본을 생각해 볼 때 간단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4)의 경우 현재 일본에 진출한 한국 만화 작가들의 경우를 관찰할 때, 주간 잡지가 아닌 월간, 혹은 격주간지에 연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이러한 편집 하청 시스템은 잡지 체제의 위기를 한시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만일 한국이 현재 만화잡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일본 만화에 대해 경쟁력 있는 만화 상품을 생산하고자 한다면, 과도한 일본 만화 종수 경쟁의 근절, 신문 만화나 인터넷 만화 등을 통한 독자 시스템 구축, 각 만화 잡지사의 근원적인 체질 개선과 유통구조 개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의 비교를 통해 한국 만화잡지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인력 구조면에서의 기존 일본 시스템 오독과 이로 인한 설계 실패로 정리하고, 대안으로서 일본 편집 체제에 대한 편집 하청 체제를 제안하여 보았다. 물론 한국 잡지만화의 위기는 이렇게 단순히 정리될 수는 없는 복잡한 문제가 존재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위와 같은 문제가 가장 근원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잡지만화의 위기는 이제 대단히 위험한 단계에 도달해 있으며, 과감한 결단이 없으면 그나마 희미하게 남아 있는 가능성도 놓칠지 모른다.
대여점 논의 같은 주변부 문제에 대한 토론이 아닌, 한국 만화계가 지난 10여 년의 기간 동안 길러놓은 귀중한 작가 자원을 보호하고, 이들이 장래를 설계할 수 있는 근원적인 대책을 내어놓는 방향으로 논의를 집중해야 함을 다시 주장해 보며, 이는 현재 한국의 만화 이미지를 정의하고 있는 시스템 전체를 객관적인 눈으로 철저히 관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2005-11-18 12: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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