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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만화기사
2004 우리 만화 정책 이슈 진단
유통구조 혁신, 대여권 법제화, 해외수출
국내 문제 해결 어려움 속 해외수출 급성장
 
사진┃JAY’S STUDIO
 
 
만화에 정책이 개입한 것은 너무나 급작스러웠다. 지난 날 규제 위주의 심의가 만화정책의 전부였다. 심의에 상처받은 만화인들은 탄압의 나날로 기억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정부에서 지원정책을 들고 나왔다. 5개년 발전 계획이 수립되고, 해외수출을 권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성과도 적지 않았다. 마침 업계가 불황의 나락에서 허덕이는 때라 지원에 등을 기대고 얼마간의 갈증도 해소했다.
앞서 정부의 만화정책의 철학, 방향에 대한 진단에 이어 이 자리에서는 정책 이슈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마침 지난 2003년부터 본격화된 만화산업발전 5개년 계획이 벌써 반환점이 가까워 오는 순간이다. 정책적으로 무게가 실리고 핵심 이슈가 된 유통구조 개선, 대여권 법제화, 해외수출 등으로 나누어 현황을 간략하게 진단해 봤다. 부문별로 아직 더 지켜봐야 하고 평가가 이른 감도 있다. 하지만 지원정책 역시 효율적으로 작동되어야 할 제한된 자원임을 염두에 두고 올해 진행된 일을 중점에 두고 점검을 했다. <편집자>
 
만화 유통구조 혁신
부실한 준비로 인한 좌절, 이어지는 뒷수습
 
글┃김기홍 (객원기자 firefox9@nownuri.net)
 
문화관광부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2004년은 만화유통 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이 완료되는 해다. 그러나 사업은 중단되었고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미래를 예측해 보자.
 
유통관리시스템의 기대효과에 대해 출판사의 81.3%가 ‘적절한 제작물량 예측’을, 유통사의 41.7%가 ‘재고 최소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발단 2003년 5월 28일. 문화관광부는 ‘만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이하 ‘진흥계획’)’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선행되었던 ‘만화산업 중장기 발전 연구(이하 ‘발전연구’)’에 입각한 것으로, 다양한 문제제기와 해결방식, 비전과 목표, 예산이 망라된 종합계획이었다. 여기에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국고 10억 원과 민자 10억 원을 합쳐 20억 원 예산 규모의 유통관리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하는 ‘만화유통구조 개선’ 사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발전연구’의 일환으로 2002년 10월 중순 행해진 만화산업실태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정부는 만화전문출판사 32개와 만화전문유통사 10개를 대상으로 유통관리시스템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유통관리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출판사의 87.5%, 유통사의 60%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호의적인 결과가 나왔고, 유통관리시스템의 기대효과에 대해 출판사의 81.3%가 ‘적절한 제작물량 예측’을, 유통사의 41.7%가 ‘재고 최소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만화계 스스로도 유통에 문제가 있으며 개선해야 한다는 시각이었고, 정부가 개선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진흥계획’이 해결과제로 지목한 것은 고비용 저효율의 유통구조다. 전근대적이고 중첩적인 유통망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통손실이 출판, 유통업체 평균 매출액의 20%~30%이며, 기존 유통망의 한계에 따른 반품 등으로 대량재고가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니 물류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해결하자는 이야기였다. 
 
전개 정부예산을 수령하고 민자를 유치해 사업을 진행하는 주축은 만화출판사협회(회장 정욱)였다. 협회는 2003년 4월 18일 솔루션 개발업체인 인포뱅크 주식회사(대표 박태형)와 조인식을 갖고 유통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7월에 출판사와 총판을 상대로 한 사업설명회를 갖고, 10월에 관리운영을 담당하는 주체로 만화정보(주)를 설립, C&N 대표로서 신간만화 DB를 오랫동안 구축해온 김일수 씨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정부예산 4억 1천만 원이 솔루션 개발비용으로 집행되었고, 어려움이 있었으나 10월까지 2차에 걸쳐 출판사와 총판에 지분을 주고 4억 2천만 원의 민자를 유치해 사업을 진행했다.

파국 총판을 중심으로 한 업계 반응은 시큰둥했다. 시스템 보급은 지지부진했고, 감사원까지 나서서 출판업계가 진행하는 출판유통현대화사업과 중복사업으로서 국고낭비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해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도 사업에 의문을 가지게 되어 2004년 집행분 4억 2천만 원을 보류했고, 당연히 출판사와 총판도 2004년분 추가 출자를 보류했다. 결국 적자누적으로 회사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결말 타계책을 찾기 위해 문광부는 만화발전 5개년 계획 수립 당시 대여권 문제와 관련해 자문을 구한 바 있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이희두 교수에게 ‘만화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업무 공정 재설계) 및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전산화 시스템 제공) 수립사업 연구(이하 BPR)’를 의뢰해 2004년 7월 공청회를 가졌다.
만화정보(주)는 결국 김일수 사장이 물러나고, 대원과 서울문화사 영업부장인 김구회, 서동준 씨가 공동대표로 취임해 ‘만화정보 2기’가 출범하게 되었다. 만화출판사들이 계속 만화정보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분석1  만화정보(주) 1기는 어째서 실패했나
사업타당성 검토가 선행되지 않았고, 진행도 미숙한데다 입체적인 불신까지 샀기 때문이다. 만화정보(주)는 큰 맥락에서 ‘물류·유통전산화 이후 만화계 내의 자생적인 유통전문회사 설립 유도’라고 못박고 있는 ‘진흥계획’의 일환으로 설립된 것이다. 이는 10억 원 이하의 국고 지원 이후 추가지원 없이도 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주식회사를 만들었지만, ‘무얼 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 팔아야 할 제품은 시스템과 그에 수반된 관리 서비스, 만화관련 DB였다. 문제는 영업활동을 할 구체적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시스템 가입자들에게 월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인데, 특히 총판들은 설치비 백여 만 원과 가입비 50만 원, 월 사용료 이십만 원을 내고 무슨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에 기존 영업용 프로그램과의 연동을 고려하지 않아, 업무증가를 초래했으며, 속도 등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생존 모색을 위한 비싼 사용료 징수가 먹혀들 리 없었다. 또, 만화정보(주)의 직원들은 대부분 만화관련 DB 업데이트가 주된 업무였다. 결과적으로 회사를 먹여 살릴 만한 수익모델이 되지는 못했다. 모두 사업자가 책임질 문제고 결국 그렇게 되었지만, 정부도 문제다. 정밀한 설계 없이 ‘어차피 할 거 일단 땅부터 까자’ 식의 진행이 낳은 비극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임 사장은 여기저기서 좋지 못한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만화에 대한 그의 순수한 애정을 아는 많은 만화인들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분석2  만화정보(주) 2기의 전망
우선 정부는 계획했던 5억 원 가량의 예산을 곧 집행할 의사가 있어 보인다. 이희두 교수에게 경제학적 컨설팅을 의뢰했던 것도 큰 틀에서는 예산집행의 타당성 확보를 위한 작업이었다. 양대 회사의 영업부장을 공동대표로 기용한 카드도 그럴 듯하다. 마당발이고, 총판 관계자들과 오랜 동업자 관계여서 불신을 무마하거나 사업 설명을 하는데 대단히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는 4명의 직원 체제로서, 전술한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보급률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월 사용료를 10만 원만 징수하는 대신 100여 개 업체까지 가입사를 늘이고, ‘유통시스템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게 직원들 월급 줄 수 있는 정도로만 안정화시킨 이후 수익창출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구상도 당장은 합리적으로 들린다.
다음과 같은 어두운 전망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 사업을 접는다 만다는 얘기가 나온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사업 자체의 정당성 문제라기보다 정부에서 5억을 받아올 수 있느냐였다. 현재 가입비 100만 원을 내면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스캐너 2대를 지원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해 준다. 정부의 자금이 있어 가능한 이야기다. 지원금 집행이 끝나기 전까지 100여 개 업체가 모여 자생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이 회사는 접어야 한다. 유통시스템 ISP 사업이 물류정보에 대한 P2P식 정보공유를 전재로 하는 특성상 회원사의 정보노출 경계의 벽에 부딪혀 좌초할 우려도 있다. 물류정보를 엮어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하자는 기획의도가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통 관리시스템 사업은 하드웨어 지원 사업으로 전락하고, 만화정보(주)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황이 된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신뢰와 책임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의 구조에서 정부에서 준다는 돈을 집행하는 일까지는 어렵지 않다. 그 뒤를 받쳐 주는 구조가 문제다. 2005년 하반기나 2006년쯤에 사업을 슬쩍 접어도 목을 내놓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없다. 실체로서 남은 것이 딸랑 만화정보(주)인데 ‘(주)’의 특성상 손익분기를 넘는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직장을 폐쇄해야 한다. 대표가 메이저 출판사 영업부장들이다. 어떻게든 만화정보(주)를 살려서 먹고 살려고 아등바등 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자금 지원을 계속 해 주면 모를까, 말릴 명분도 없다. 한마디로, 이 사업이 실패해도 당장 크게 아쉬울 것이 없는 구조다. 만화정보의 폐쇄는 사실상 사업의 실패를 의미한다. ‘진흥계획’의 유통부문은 흐지부지 되는 셈이고, 정부와 만화계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은근슬쩍 묻고 지나가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자꾸 이런 그림에 무게를 싣게 된다. 필자의 우매함에서 나온 기우이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빈다.
 
 
대여권 법제화
결정 번복, 집행 오류 끝에 표류

글┃김영진 기자 (innakim@Qcomic.com)
 
법 제도 개선과 관련된 사항은 크게 저작권과 심의 관련 문제로 나뉘는데, 그 중 올 한 해 가장 많은 논의를 거쳤던 사항은 대여권과 관련된 저작권 부분이다. 현재 만화를 포함한 일반도서의 대여권 문제가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의 저작권과를 중심으로 국회 상정을 준비하고 있으나, 만화계는 아직까지 내부적 합의는커녕 논의가 중단된 채 표류하고 있다.
 
입장차이 고수 속에 합의 도출 미진
올해 2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만화 저작권 보호를 위한 세미나’를 통해 대여권과 관련된 만화계의 단합된 의견이 모아지는 듯했다. 이것은 지난해 가을부터 만화가들이 주체가 되어 시작된 ‘한국만화살리기운동’이 관련 업계들의 참여와 함께 확대되면서 얻어진 것이며, ‘판매전용작품 발행을 통한 시차제 적용’을 대여권과 관련된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작가의 의견에 따라 작품을 대여점에 공급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며, 작가가 대여를 허락한 작품도 발매 후 일정 기간 동안은 판매만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민간 자율 합의를 통해 시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문광부의 주도로 시작된 대여권 관련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만화 출판 단체 측이 의견을 번복했다. 이유는 판매전용작품을 출간할 경우 출판사 측이 그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판매율을 예측하고 책의 발행부수를 결정한다. 그리고 판매 고려 대상에는 대여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신간들이 판매 전용 기간 동안 서점에 비치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한두 달이며, 다시 창고로 반송이 되어야 한다. 반품된 신간들은 대여점 판매가 가능한 시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 기간이 너덧 달 정도 걸릴 수 있다. 문제는 나날이 발간되는 신간들이 종수가 한두 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나 6개월 분량의 신간을 창고에 보관해야 하는 출판사로서는 이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여권은 오랜 기간 동안 만화계의 주요 논쟁거리로 다루어졌지만, 정작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며 해결책을 도출하려는 시도는 일반도서 업계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여권에 대한 만화계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한, 만화계의 특수성은 반영될 수 없다. 이에 문광부는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등의 만화가 단체와 한국만화출판협회,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각종 연관 단체들을 불러 다시 한 번 의견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6월부터 총 세 차례의 논의를 가졌다. 논의의 중점은 다시 ‘판매전용작품의 발행을 통한 시차제 적용’에 맞춰졌으며, 판매전용작품에 대한 시장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시행해 보자는 내용이 제안되었다. 저작물의 대여를 반대하는 작가 중 10명(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를 통해 접수를 받은 20명의 지원자 중 출판사의 협의를 거쳐 10명의 작가 선발), 만화 전문 출판사 7개(서울문화사,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등 3대 메이저 출판사 포함), 그리고 대여업소 300개가 참여해, 일정 기간 동안 실제로 판매전용작품을 출간, 판매한 후, 그 작품들이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뮬레이션 작업은 시작되지 못했다. 대여점의 경우 논의에 참여했던 대표자의 주도로 300개의 업소가 일일이 서명을 하고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작가의 경우, 20명은 고사하고 단 7명만이 참여했으며, 실제로 그 7명 중 단 두 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작가는 대여점용 단행본을 발행해 본 적이 없어 테스트에는 부적합한 작가들이었다. 출판사는 한국만화출판협회측의 담당자를 통해 참여 유도를 제안했으나 실제로 참여 의사를 표시한 출판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후 더 이상의 논의는 열리지 않은 상태이며, 만화계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각각의 의견을 고수한 상태에서 문광부 저작권과에서 12월 중순에 발표할 저작권 개정 관련 초안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도서 대여권 개정과 만화계의 입장
대여권은 만화계만의 문제가 아닌, 출판계 전체의 문제다. 그런데 일반도서 출판계에서 바라보는 대여권에 대한 시각과 만화계의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다. 일반도서와 비교했을 때 발행 종수와 발행주기 그리고 유통구조에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발표된 공청회 연구 자료집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대여권 도입으로 인하여 한국만화산업이 금방 사설대여 중심 시장에서 판매 중심 시장으로 전환된다거나, 시장활성화로 직접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환상은 금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여 시장이 만화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현재 상황에서 대여권 도입을 통한 판매 시장의 활성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여권과 관련하여 문화관광부에서 의뢰를 받은 손경훈 변호사는 ‘작가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는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대여권은 12월 초안 발표 이후 계속적인 논의를 거쳐 합의안이 만들어질 예정이며, 법안 상정을 통해 채택되고 실제로 법안이 효력을 가지는 것은 2009년 이후로 예상된다. 그러나 만화계가 지금의 상황에서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출판계 전체의 의견에 따라 대여권 개정이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만화계의 특수성은 반영되지 못해 상당한 불이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화 해외수출
600만 달러 수출성과 계속 될 수 있을까

글┃김성훈 기자 (ksh@Qcomic.com)
 
2003년 5월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연구 발표한 <만화산업 중장기 발전전략 연구>에 따르면, 한국 만화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은 크게 3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1단계는 2003년에서 2004년에 걸쳐 동남아와 유럽, 미국 중심의 권역별 세부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국제교류를 확대시키며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2단계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한국 만화시장에서 수출비중을 확대시킴과 동시에 해외저작권관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진행된다고 밝힌다. 이같은 발전단계에 관하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콘텐츠진흥원의 만화산업팀 박성식 과장은 “문서화된 내용보다 실제 업무는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2005년의 경우 신규작품을 해외로 진출시키기보다는 이미 진출해 있는 작품들 가운데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한 시장 강화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고 밝혔다.
 
프랑스에 수출된 <오디션>지원,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
이같은 노력에 의해서인지 2004년 한 해 한국 만화가 해외로 진출하여 약 600만 달러의 성과(계약)를 이루어내었다. 지난 2001년 60여 만 달러로 집계된 수출액과 비교해 본다면 불과 4년 만에 10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루어내었으니 과히 괄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상당히 뒷받침 된 결과로 평가된다. 문화관광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올 한 해 만화산업과 관련하여 전체 20억 원 가까운 지원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 가운데 약 5, 6억 원 정도가 우리 만화의 해외수출과 관련한 부분에 투입이 되었다. 이같은 정부지원은 크게 해외전시부분, 로드쇼, 마케팅 지원 등에 나누어 사용되었으며, 특히 마케팅 지원에 있어서는 작품번역과 개별 작품 홍보비 등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같은 수출호조 속에 업계의 목소리가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일단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각 전시회에 나가서 알리는 작업이 여전히 중요한 실정이다.  물론 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전시회의 부스를 마련해 주는 등의 배려는 해 주고 있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수출을 한다고 혹은 계약서를 마련한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이후 진행될 과정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서울문화사에서 국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가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결국 거시적인 차원의 투자가 아닌 2004년 한 해 동안 유럽 및 미국권 만화시장에 국내만화를 다수 수출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그림은 미국에 수출된 작품  <커플>.단기적인 목표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대원씨아이 국제부 김남호 부장의 견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출판에 대한 지원 자체의 규모가 적은 상태이다 보니 그 영향이라는 것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 가령, 해외 나가서 마케팅을 실시하려고 해도 마케팅 비용은 고사하고 해외출장비 자체를 책정하기 힘든 것이 업계 출판사들의 사정이다. 전시회나 행사장에 가야 할 이들이 실제 업무를 담당할 출판 실무자들이라고 보았을 때, 이들에 대한 지원은 필수적이다.”
 
제대로 ‘manhwa’가 뿌리내리기 위해
공공연하게 “이제 팔 수 있는 웬만한 작품들은 다 팔았다.”라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만화가 해외시장에서 물량공세로 얻고 있는 수치보다 탄탄한 내실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망가(manga)가 아닌 만화(mnahwa)라는 우리 고유의 브랜드로 진출했다고는 하지만, 지속적인 ‘진출’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나가있는 상황에 대하여 박성식 과장은 “이제 타이틀을 더욱 늘려 물량공세를 펼치기보다는 이미 진출해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적극 공략하는 현지 프로모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다.
문제는 올해, 내년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세계시장에서 활개 치고 있을 우리 만화를 보는 것이다.
 
고개 드는 ‘만화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 설립 논의
민간 중심의 전문 조직으로 정책 규모·효율성 극대화 기대
 
만화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지원 중심의 만화 정책의 성과가 하나둘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만화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중심으로 시행되는 현 지원체제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 위원 중심의 단체를 꾸려 만화산업의 지원 및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다.
이 논의는 2001년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으나, 실질적으로 여러 단체들이 모여 목소리를 낸 것은 2003년부터. 지난해 11월 19일에 열렸던 SICAF(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회의 결과보고 자리를 통해, 당시 SICAF 조직위에 참여한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5개 단체(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우리만화연대,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는 만화, 애니메이션문화의 발전과 산업 진흥을 위한 만화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가칭)를 추진할 것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지원과 관련한 예산 수립 및 정책 실행에 실무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진흥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논의는 지난 11월 3일, 만화의 날 기념 토론회에서 창작물과 저작권을 주제로 발표되었던 발제문이다. 발제를 담당했던 우리만화연대 김종범 사무국장은 저작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체계적인 지원조직의 설립을 제시했으며, 구체적으로 ‘문화산업진흥위원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지난 11월 9일, 만화애니메이션학회장으로 선출된 최돈일 교수는 학회장 선거 당시 ‘만화애니메이션전문위원회’ 법안 구성에 학회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어 위원회의 설립과 관련해 많은 기대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 단체의 주장을 살펴보면, 지난해 11월에 발표했던 만화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의 설립 계획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화 콘텐츠를 총괄하는 문화산업총괄위원회라는 단체의 설립을 통한 만화애니메이션전문위원회 설립이라는 더욱 구체화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만화애니메이션전문위원회는 하부에 애니메이션 제작소와 만화전문 지원센터인 ‘만화발전소’를 설치, 사안에 따라 공동/개별 계획을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박성식 과장은 만화의 날 기념 토론회 당시 “법안으로 처리될 문제인 만큼 향후 진행상황을 주목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2005-11-21 12: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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