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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사
만화가vs정부기관 정책 책임자 포장마차 대담
“지금은 만화계라는 디스켓을 포맷하는 시기
장기적 정책으로 기회의 땅 다져 나가야”
 
글│김기홍 (객원기자 firefox9@nownuri.net)  사진│JAY’S STUDIO
 
 
대담 참석자  방중혁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본부장)
                     이현세 (만화가) 
                     최영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산업기획본부장)
사회              이재식 (본지 발행인)
일시              12월 7일 19:30~22:00
장소              ‘노는 아이’(청담동 포장마차)
 
만화지원 정책을 논하는 중차대한 자리에 술이라니. 그것도 만화를 지원하는 기관의 대표격인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본부장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산업기획본부장, 한국 만화가의 대표격인 화백을 포장마차에 불러다놓고 말이다. 
사실은 그래서 술이다. 약점 잡히지 않으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형식논리와 서면자료로 무장한 인터뷰는 지당하신 말씀의 향연에 그칠 수도 있다. 취중진담이라고 했고, 외모는 거울로 보고 마음속은 술로 본다고 했다. 실무자보다는 상징성이 있는 인물들을 술자리에 초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듣고자 했다. 지원정책의 세부사항보다는 전반적인 철학을 듣고 싶었다.
술도 핑계가 있어야 마신다는 옛 말이 있다. ‘만화 지원정책 토론’이 오늘의 핑계다. 핑계일 뿐이지만, 그 핑계가 핑계로 그치면 그 또한 무의미한 술자리다. 자, 무슨 의미 있는 얘기가 나올까?
 
12월 7일 저녁 6시 33분 청담동
꽤 쌀쌀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이었다. 약속시간은 7시였지만, 필자는 미리 도착해 주변경관을 스케치했다. 학동사거리와 청담동사거리 사이 방주병원 건물 옆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대형 포장마차가 약속장소였다. 포장마차라고 부르기엔 민망하리 만큼 거대한 술집이었다. 그래서일까, 포장마차 대신 ‘텐트 바(Tent Bar)’라는 국적불명의 신조어를 커다랗게 써 붙여놓았다.
한쪽에는 ‘자동차 점검 주기표’가 붙어 있다. 직원 몇 명이 대형 프로젝트 TV를 설치하고 플래카드를 붙이는 등 영업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대낮에 자동차 정비를 하다가 초저녁부터는 술집으로 변신을 하는 업소인 모양이다. 낮에 직장 다니고 밤에는 술집에 출근하는 ‘투 잡(two job)’ 여성 얘기는 들은 적 있지만 ‘투 잡’ 업소라니. 하지만 비아냥거릴 게 아니다. 압구정동 근처라는 위치도 그렇고, 마흔 개 가량의 테이블도 규모가 만만치 않은 게 꽤 돈 되는 아이디어 사업 같다.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벌겋게 달궈지기 시작하는 대형 온풍기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애니메이션센터의 방중혁 본부장을 필두로 ‘멤버’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인사가 오가고 주문이 들어가고, 닭발, 닭똥집, 꽁장어, 홍합이 차례로 도착한다.
 
좌로부터 최영호, 이현세, 방중혁 순

“반갑습니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말 가기 전에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좋네.”
“그러게.”
이현세 화백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최영호 본부장은 꽤 친해서, 말을 놓는 사이다.
“옛날 포장마차 다니던 생각난다. 닭발에 노란 단무지. 거기 소주 좀 따지?”
이제 첫 잔을 들어도 충분할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국은 여름같이 먹고 술은 겨울같이 마시라고 했다. 역시 찬 소주가 제격.
‘거국적인’ 첫 잔을 들고, 쾌감어린 신음 “크으!”를 내뱉은 일동은 자연스럽게 얘기를 시작했다. 역시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은 이현세 화백. 만화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팍팍해달라는 노골적인 애교로 분위기를 띄운다.
 
시대의 화두 - 원소스 멀티유스 그리고 해외시장 진출
이현세
보니까, 미국시장과 중국시장이 지금 노마크 찬스예요. 기획부터 그쪽과 연계시켜 진행하면 우리나라보다는 파이 자체를 크게 볼 수도 있고. 다만, 외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일을 진행할 만한 기업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에 콘텐츠진흥원에서 그 역할을 해 주면 크게 도움이 될 거 같은데.
최영호 만화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이 다 같아요.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음악, 영화 다 마찬가지로 외국 기업이나 자본이 우리를 믿고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죠. 그 부분을 진흥원이 책임져 달라고 다들 그러는데, 그걸 무슨 방법으로 책임을 져요?
이현세 진흥원하고 이현세하고 책임지면 되지?
최영호 둘이?
이현세 불상사 생기면 내 재산 다 가져가면 되잖아? (일동 웃음) 아무튼 뭔가를 해야 돼요. 만화 콘텐츠를 제작할 때 게임 같은 여타 매체와 미국, 중국이라는 시장을 미리 잘 고려하면 다 엮을 방법이 있어요.
최영호 그렇죠. ‘신 암행어사’ 애니메이션에 대해 일본 사람들은 그걸 통해서 만화가 더 팔리기를 원하고 있더라구요. 그게 목적이라는 거죠. 애니메이션은 홍보고,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부분은 만화, 캐릭터라는 거지.
방중혁 시너지를 줘서 애니메이션, 만화 할 것 없이 다 잘 벌면 좋을 텐데 말이죠.
이현세 중국 얘기 계속하자면, 우리가 일본보다 유리한 점이 있어요. 남경대학살에 대한 아픈 기억을 중국 공산당이 못 잊고 있어요. 파트너를 가급적이면 일본보다 한국에서 잡으려고 하고 있다는 거죠. 당에서 출판허가를 다 해 주는데, 예를 들어 ‘드래곤 볼’ 출판 때 그런 일이 있었죠. ‘서유기’ 원작이 자기들 건데 일본에서 리메이크해서 이용하는 걸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시빗거리가 됐어요. 저작권 인정을 못 받았죠. 그건 자기들 마음대로거든. 기획부터 다양한 매체를 엮어서 만화콘텐츠를 제작하고, 그 중 제대로 된 한두 개가 성공해 주면 길은 열리니까. 애초에 중국작가를 끼워서 다국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고.
최영호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요. 과거에는 작품 하나하나를 얘기했는데, 이제 국제교류도 전체 산업의 측면에서 보는 시기니까.
방중혁 중국시장이 떠오르긴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문제죠. 현재의 가능성이나 미래전망에 관한 엄밀한 시장조사가 아직 미흡해요.
이현세 또 있어요. 지금 대본소만화부터 이것저것 중국에 막 갖고 들어가고 있거든요. 들어가는 작가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잘못하면 한국 만화가 일본 만화의 아류라는 인식이 박혀버릴 수도 있으니까,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써야 돼요. 우리 만화에 메이저와 마이너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지원과 연관해 자연스럽게 나온 첫 번째 화두가 원소스멀티유스와 해외진출 모색이었다. 이는 양대 지원기관이 간판에 내다 걸고 해 온 작업이기도 하다. 만화계 내수 위축의 반작용이기도 하지만, 이제 여력이 있으면 수출도 하는 식이 아니라 문화산업 전반의 필수요건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거의 모든 여타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중국 시장’ 이야기가 중요한 이슈가 되어 가고 있다. 대화 진행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의 주된 관심이 만화계에 대한 지원정책 자체이기 때문이다.
 
만화계 지금 - 적자생존의 논리를 인정하라
이재식
지원정책과 관련해서, 만화계 현실진단에 대한 말씀을 잠깐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만화 내의 현황은 좌절의 시대가 아니라 기회의 땅이라는 겁니다. 이건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에요. 나이 든 사람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에요. 재래시장을 어떻게든 살리자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괴롭고 힘든 것은 나같이 나이 든 사람들이 힘든 거지, 새로운 세대를 위해서는 기회의 땅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죠.”이현세 내가 볼 때, 만화계가 어렵다고 그러는데, 기성 작가들이 어려운 거지 지금 만화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상황은 아니에요. 지금은 만화계라는 디스켓을 포맷하는 시기라고 보면 돼요. 전체를 갈아엎는데 따른 진통인 거죠. 포맷이 필요한 건 만화계의 시스템 자체가 지금의 한국사회와 맞지 않아서 배척당했기 때문이에요. 고루한 대본소 만화나 잡지, 이런 시스템으로 실험을 해서 실패로 판명난 상황이잖아요. 그 실패 속에 있던 사람들이 제거되고 있는 거죠. 적자생존의 냉혹한 원칙에 의해 자연 도태되고 있어요. 반대로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리된 제도적 장치가 제공되지는 않지만 마치 광야처럼 희망의 땅이 돼버렸죠. 희망은 우리 민족의 기질에서도 찾고 싶은데, 호기심이 강하고 역동적인데다 무언가를 실현시키는 능력이 강해요. 인터넷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 시작한 거지만 우리가 제일 발 빠르게 받아들이잖아요.
이재식 한참 일하는 30대 작가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이현세 어렵죠. 그들은 원고료를 받지 않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요. 특히 80년대 입문한 작가들은 가장 호경기 때 들어 왔어요. 그림만 그리면 돈이 되던 시절이었죠. 그 친구들은 돈이 안 되는 그림을 하염없이 그린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그에 비해, 지금 젊은 아이들은 달라요. 돈도 안 되는 그림을 계속 그려요. 아르바이트 해서 먹고 살면서, 그날그날 떠오르는 내용들을 만화로 그려서 인터넷에 올리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성공한 파페포포니 감성만화니 하는 것들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해서 올린 게 아니잖아요?
최영호 그게 원소스멀티유스죠. 인터넷 보급으로 우리나라엔 그런 저변이 많이 확대되어 있어요. 그걸 살려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인적, 물적 자원의 낭비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창작자로서 자기의 삶을 꾸려나가는 다음 세대가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창조력이죠.
이현세 거기다가 돈 좀 투자하라니까!
최영호 팍팍 투자할 거야! (웃음)
이현세 결론을 내리자면, 만화 내의 현황은 좌절의 시대가 아니라 기회의 땅이라는 겁니다. 이건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에요. 나이 든 사람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에요. 순리를 말하는 거지. 모든 것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잖아요. 지원도 마찬가지로, 대본 만화 같은 고루한 시스템이 만화 발전의 발목을 끊임없이 잡았는데, 재래시장을 어떻게든 살리자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괴롭고 힘든 것은 나같이 나이 든 사람들이 힘든 거지, 새로운 세대를 위해서는 기회의 땅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죠.
방중혁 지금이 새로운 기회의 시기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어려움을 겪을 때 경쟁력을 갖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법이죠.
최영호 어렵사리 수출을 시작하면서 만화계에도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고 생각해요. 만화 하면 옛날 우리 만화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미 세계화가 되어 있더라구요. 매체 자체가 접근성이 아주 강해요. 다른 문화산업과 비교해 봐도 비관적인 상황만은 아니에요. 특히, 일 년에 천억씩 깨져나가는 음악 시장에 비할 때 만화시장은 오히려 성장을 하고 있어요.
 
막 소주 한잔을 쭉 털어 넣는 이현세 화백은 만화계에서 알아주는 입담이다. 그의 특징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두루뭉수리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도 핵심주제에 근접하는 말을 가감 없는 한 단어로 던져놓았다. 그것은 ‘적자생존’이다. 살벌하지만, 자본주의적 경쟁구도에서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술은 괼 때 걸러야 하고 종기는 곪았을 때 짜야 한다고 했다. 모든 일에 시기가 있다는 소리다. 곧 전면에 부상할 새로운 세대를 위해 자연도태 기반의 ‘포맷’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싫든 좋든 말이다.
 
정책 평가 -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회’의 평등 고려
이재식
지원 사업과 관련해서, 지금까지의 지원정책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최영호 저는 실행을 하는 사람인데, 내가 해놓고 내가 평가하는 게 좀 그러네요. 먼 훗날, 만화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을 때 평가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만화 지원 시작한 게 얼마 되지도 않았고, 내가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데 지금 평가를 한다는 것은 무리 아닌가요?
방중혁 지원정책 평가는 단기적인 성과의 해석보다 근본목적에 비추어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원이나 정책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잘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죠.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만화계의 독이 되는 종류의 지원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요.
이현세 어차피 모든 건 시장원칙에 맡겨야 하는 거지만, 정부가 탄력을 주기 위해 지원을 한다면 잘 해야 되잖아요. 후퇴가 아니라 미래지향이 돼야만 해요. 무엇을 어떻게 추진했을 때 파이를 가장 크게 키울 수 있고 역동적으로 만화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겠죠. 사실, 예전보다 만화가 좋아진 부분도 있어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사라졌어요. 그런데 시장이 왜 힘드냐. 새로운 걸 못 찾은 거죠. 옛날부터 내려온 세습적인 안이한 생각들 때문에 기존의 것을 벗어던지고 다른 것을 못 찾는 거에요. 이걸 계속 잡고 가려고 하니까 새로운 것을 찾을 수가 없는 거죠. 과감할 필요가 있어요. 지원을 할 때도 마찬가지. 국가정책도 리스크를 무릎 쓰려고 하지 않으면 계속 답보하고 안전한 데로 가야 하는데, 대부분 부가가치가 없어요. 모두에게 좋은 정책, 만인에게 다 칭찬받는 일이라는 건 세상에 있을 수가 없잖아요. 끝없는 불만을 단기적으로 잠재우는 식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원이라야 한다는 거죠.
“직접적인 지원, 단기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지원도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원정책은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우선순위가 있고 작가들에 대한 지원으로 옮겨가는 장기적인 안목의 단계설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실행의 기본원칙은 당연히 시장원리입니다.”방중혁 직접적인 지원, 단기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지원도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만화산업의 인프라나 주변 여건을 봤을 때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의 정확한 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건, 환경, 인프라도 채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을 해서 전체적인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거죠. 내 생각에 지원정책은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우선순위가 있고 작가들에 대한 지원으로 옮겨가는 장기적인 안목의 단계설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실행의 기본원칙은 당연히 시장원리입니다. 지원단체가 시장원리를 무시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죠.
이현세 누구에게나 뛰어놀 마당이 가장 중요해요. 그 마당이 줄어든 게 우리의 문제죠. 창작과 경쟁이 그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말이죠. 지원이란 건 놀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당은 두 가지 조건이 있어요.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만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고, 기존에 나왔던 대본소, 잡지 이런 시장이 아니라, 공공적인 기관에서 밀어줄 수 있을 만큼 인정해도 되는 공신력 있는 매체를 갖는 것이죠.
이재식 마당을 강조하셨는데, 작가들은 만화에 관한한 작가에 대한 직접 지원을 바라는 게 사실입니다. 그게 어려운지요?
방중혁 그건 정책의 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으로는 한정된 자원의 문제죠. 지원기관으로서는 가용한 자원 내에서 어떻게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어요. 총체적 효율의 문제로 접근해야지, 작가에게 직접 지원하는 게 옳다거나 잘못됐다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곤란하죠.  
최영호 우리 지원기관은 어차피 산업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시장의 논리대로 갑니다. 우리 임의대로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전체 흐름으로 파악한다는 거죠.
이현세 마당을 만든다는 것은 기회의 평등을 준다는 거지만, 재능이나 노력의 높고 낮음을 다 떠나서 발표의 평등을 준다는 개념은 아니에요. 자본주의, 민주주의 자체가 기회의 평등이지 유한한 재화를 똑같이 찢어서 갖자는 말은 아니잖아요? 이 바닥은 더하죠. 예를 들어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 계속 발표 지면을 달라고 말한다면 그건 잘못 된 거죠. 우리 자유업은 월급 받는 사람들하고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표시 안 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전부 자기가 다 책임져야 되죠.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작가는 작가일 수밖에 없죠.
최영호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현세 씨가 이런 위치에 올라서기까지의 생활은 뼈저린 거였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게 옳다고 봅니다. 노력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 그 와중에 숨겨져 있던 사람을 발굴해 주는 일을 통해 다양화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원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성질 급한 사람더러 ‘밀밭에 가서 술 찾는다’고 한다. 지원은 밀밭인데 술을 내 놓으라고 해서야 곤란하지 않겠는가. 또, 병 하나에 두 가지 술은 못 담근다고 했다. 지원해줄 술독은 하나인데 여러 술을 담그려다 마시지 못할 이상한 액체로 발효될지도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와중에 ‘거국적인 원샷’은 계속 되었다.
 
이재식 지원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센터에서는 용역을 통해 연구사업도 진행했지 않습니까? 결과는 어땠습니까?
방중혁 우리가 전혀 모르던 특별한 사실을 발견한 것은 없어요. 창구가 누가 될 것인가, 어떻게 효과를 극대화 할 것인가, 정책 방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실무 차원에서 논의되어왔던 것들의 확인이었습니다. 다만, 어떻게 시정을 해서 나가자고 할 만한 만화계 쪽의 주체가 없는 거죠. 적은 인풋으로 많은 아웃풋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방향을 정리하고 실행할 만한 주체가 나와야 합니다.
“내수시장이 넓어져야 만화가들의 활동 여지도 넓어질 겁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만화를 좋아하게 만들 거냐의 문제도 있고. 작가 개개인에 대한 지원보다는 얼마만큼 우리의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만화 내수활성화가 핵심입니다.”최영호 제조업과 같은 분야는 효율성에 대한 엄밀한 진단이 가능하지만, 만화계의 경우, 제 생각에 지금은 일단 투자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식 내년 지원의 방향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짚어주시죠.
최영호 내수시장 활성화입니다. 시장이 넓어져야 만화가들의 활동 여지도 넓어질 겁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만화를 좋아하게 만들 거냐의 문제도 있고.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지금 고민 중에 있습니다. 두 번째, 만화는 드라마, 게임, 영화 등으로 확장돼 나가고 있죠. 그런 과정 속에서 만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견지에서 만화를 지원할 생각입니다. 이현세 씨가 얘기했듯이, 중국에 들어갈 때도 기획 상품이 함께 들어가면 서로 시너지를 내 만화 판매부수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작가 개개인에 대한 지원보다는 얼마만큼 우리의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만화 내수 활성화가 핵심입니다.

어깨동무 사발동무 술 한잔이 반잔일세. 술술 넘어간다고 술인 것을. 농이 나오면 즐거워서, 심각한 얘기가 나오면 착잡해서 빈병은 쌓여만 갔다. 그러다가 술이 확 깨는 얘기가 나와 주게 된다.
 
‘만화진흥위원회’에 대해 - 시스템 교체보다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우선
만화가로서 그리고 정부 기관의 정책 담당자로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포장마차라는 특수한 분위기 속에서 만난 탓일까, 세 사람은 만화 그리고 문화산업정책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재식
마지막으로 최근에 조금씩 진행되는 논의 중에 만화진흥위원회 건이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는지 이런 조직을 통해 만화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듣고 싶습니다.
최영호 정확하게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 일인지 잘 이해가 안 돼요. 그것부터 짚어봐야죠.
방중혁 기본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기존 지원기관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하는 것이죠. 불신을 하니까 민간 주도로 하겠다는 건데, 그런 거라면 이제까지 민간 차원에서 논의도 많이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 않습니까? 또, 이 정도 지원으로는 안 되니까 더 늘이자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관과 이해당사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야기한 방향성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스템으로는 안 되고 민간 위원회가 돼야만 제대로 갈 수 있다는 선택의 문제가 해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운영방법의 문제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죠. 지금의 시스템으로 극복하지 못할 문제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현세 그게, 관을 상대로 하는데 서류작업도 그렇고,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작가들이 많잖아요. 접근성을 높이고 좀 더 과감하게 판단해 달라는 요구 같은데.
최영호
인정할 만한 부분이죠. 그러나 위원회와 관련하여 과연 그런 제안이나 접근성의 기술적 측면과 관련된 문제 때문인가, 작가와 만화계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문제인가를 정확하게 따져봐야 해요. 그러고 나서 얘기를 해야죠.
방중혁 센터의 경우, 경영학적으로 고객, 즉 업계의 요구에 맞춰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을 하게 됩니다. 그게 얼마만큼 충실하게 반영이 되었나의 문제이지 조직이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식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원정책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선책을 찾기 위한 대화와 노력이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내년에는 만화발전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지원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만화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구휼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원은 약육강식 기반의 시장경제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강자를 키워내기 위한 투자다. 문화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지원의 명분은 결국 그런 함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자! 막잔 들고 일어나시죠!”
“건배!”
벌겋게 달궈진 얼굴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웃음을 그려본다. ‘희망’이라는 두 글자에 취할 날을 기다리며 말이다.
2005-11-21 14: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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