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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만화기사
만화산업의 가치사슬과 OSMU
미디어 믹스의 한복판에서
만화를 바라보다
 
글 | 임학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정책개발팀장 hsyim@kocca.or.kr)
사진 | JAY’S STUDIO
 
작가의 상상력은 1차적으로 만화 작품으로 표현되지만, 그 상상력은 얼마든지 인접 장르의 콘텐츠로 파생될 수 있는 힘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의 창작환경은 책상 위에 머물러 있지만, 그는 주변의 모든 콘텐츠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동시에 새로운 영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2004 SICAF 대학관 중에서.
 
최근 문화콘텐츠산업의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는 융합(Convergence)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과 영화, 애니메이션과 광고, 만화와 라이선싱, 예술과 기술 및 문화콘텐츠 등 상이한 영역간의 소통과 융합현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이 문화콘텐츠의 형식과 유통매체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흔히 문화콘텐츠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알려진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는 이러한 융합현상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만화산업에도 새로운 가치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만화산업은 문화콘텐츠산업의 한 장르이면서 동시에 문화콘텐츠산업의 기초가 되는 원작산업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OSMU의 유형을 문화콘텐츠 융합현상 관점에서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문화콘텐츠 ‘형식’의 융합현상이 나타나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의 소스로 전환되고 있다. 소설에서 출발하여 영화, 게임, 캐릭터산업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발전한 <해리포터> 시리즈나 게임에서 출발하여 애니메이션, 광고, 캐릭터산업으로 발전한 <포켓몬스터> 등이 이러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만화책의 스토리와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게임, 광고, 드라마, 영화 등에 활용되면서 로열티 수입을 작가와 출판사 등 저작권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둘째는 디지털컨버전스가 진전되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모바일, 디지털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윈도우와 플랫폼을 타고 유통되면서 멀티유즈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만화콘텐츠도 인쇄매체인 책 형태뿐 아니라, 전자출판, 디지털만화, 모바일만화 등 다양한 형태로 기획, 유통되고 있다. 셋째는 문화콘텐츠 사업체나 인적자원 등 구체적인 조직과 자원의 융합현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베텔스만, 비방디,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월트 디즈니, 바이어컴, 소니 등 세계 문화산업 기업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통신, 방송, 문화콘텐츠 영역간의 융합을 통해 수평적, 수직적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한 장르에서 종사하던 인력들이 다른 연관 장르에서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하나의 문화콘텐츠를 기획할 때부터 소위 원소스 멀티유즈를 고려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작산업으로서의 만화의 특성
문화콘텐츠산업의 총체적인 가치사슬 체계에서 만화가 원작산업으로 활용될 수 있는 데에는 만화의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째, 만화는 문화콘텐츠의 창작원천인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만화스토리는 만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서 작가의 상상력과 조사·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만화가가 직접 스토리도 작성하고, 연출과 그림 등 창작과정 전반에 관여하지만, 스토리만을 전문으로 작성하는 작가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시놉시스, 콘티, 데생(러프스케치), 팬터치, 배경, 톤작업(먹칠), 화이트(수정) 등 작화(作畵)작업은 이러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출판만화산업은 소설책과 같이 저작자인 만화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면서 문화콘텐츠의 창작요소인 상상력의 보고를 만들어낸다. 특히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영화, OSMU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체적인 환경 조성에 대한 열의가 필요하다. 소비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콘텐츠들이 소비자의 감성과 세계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방송드라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이야기이기 때문에, 출판만화는 이러한 산업들의 창작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문화콘텐츠 형식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고 표현하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원작 만화의 이야기구조가 변화될 수 있지만, 이야기 내용의 정체성은 유지될 수 있다. 특히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꿈의 사회 Dream Society(1999)’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앞으로 소비자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있는 스타일과 이야기, 경험과 감성을 산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중요성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만화는 이야기뿐 아니라 그림과 연출로 표현되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와 쉽게 연계될 수 있다. 만화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동물 및 기타 캐릭터는 디자인을 갖춘 시각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캐릭터 상품으로 개발하기가 용이하다. 만화를 통해 노출된 캐릭터는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이미 스토리와 디자인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화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만화의 시각이미지는 애니메이션산업, 게임산업, 광고산업 등과의 연계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다. 최근에 만화의 캐릭터가 게임의 캐릭터로 활용되는 것도 이러한 만화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만화의 인지도를 활용하여 다른 문화콘텐츠를 개발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1990년대 말 이래 우리나라 만화산업은 대여중심의 시장구조, 전근대적 유통구조, 인터넷만화 유료체계 취약, 전문 인력의 부족, 잡지시장의 장기침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만화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대도시를 대상으로 2003년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 동안 유료로 만화책을 대여하거나 구입하여 읽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전체의 32%로 나타났으며, 인터넷을 통해 만화를 본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25.4%로 나타났다. 특히 10대에서 유료 독서 경험이 있는 비율이 74.6%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30세 미만에서는 58.2%로 나타났다. 그리고 10대와 20대의 인터넷만화 이용률은 40.8%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보통신 환경에서 만화는 이전에 비해 보다 쉽게 네티즌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마시마로>나 <마린블루스> 사례에서와 같이 인터넷에서 인지도를 형성하는 만화는 캐릭터라이선싱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만화 OSMU의 기대효과 
만화의 OSMU 현상은 과거에는 <아기공룡 둘리>, <머털도사와 또매형> 등과 같이 일부 히트만화를 중심으로 캐릭터산업과 애니메이션산업으로 확장되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만화원작을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2003년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심의를 받은 게임 중,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이면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영화, 드라마 등의 타 분야의 콘텐츠를 소재로 얻어 개발된 경우만화가 가진 상품으로서의 잠재가치는 무한하다. 다만 우리가 아직까지 제대로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발달한 피규어 산업은 아직까지 국내 만화산업이 개척해내지 못한 분야이며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는 97건으로 전체 등급심의 게임 중 11.6%에 해당한다. 이러한 소스 콘텐츠를 분야별로 나누어 보면, 애니메이션 원작(33%)이 가장 높고, TV 드라마 18%, 만화 15%의 순으로 나타났다. 만화에서 소재를 얻어 제작된 게임은 ‘바람의 나라’, ‘리니지’, ‘라그나로크’, ‘열혈강호’, ‘천랑열전’, ‘용비불패’ 등이 있으며, 인터넷 만화로 시작한 <마린블루스>의 경우 모바일게임도 출시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창세기전’,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 스토리’, ‘포트리스’ 등의 게임이 만화로 정식 출간되었으며, 게임캐릭터를 소재로 한 학습만화들이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만화의 OSMU가 활발하게 일어나면 만화산업계와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에 걸쳐 어떠한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첫째는 침체된 만화산업계에 새로운 가치창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화시장 규모는 2002년 현재 6,033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1990년대 말 이래 만화산업 자체가 장기적인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 한국 만화가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만화 Manhwa’ 브랜드가 점차 형성되어 수출기반을 다져가고 있지만, 국내시장은 잠재수요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만화의 OSMU 현상은 만화산업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는 문화콘텐츠산업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문화콘텐츠산업 전체의 수익구조를 건전하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산업은 고위험(high risk), 고수익(high return)산업으로 위험에 도전하는 산업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기획 및 개발, 자금조달, 소비자의 소비, 멀티유즈에 따른 윈도우효과, 해외진출 등 다양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에, 성공하는데 장애요소가 많다. 때문에 만화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미 검증된 만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경우는 이러한 리스크가 한층 감소하는 셈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는 다양한 장르의 출판만화가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로 연계되면서 문화산업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만화 OSMU 환경 조성해야
앞으로 만화산업의 가치사슬구조는 만화가 고유한 문화콘텐츠 장르로서의 정체성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창작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나라 만화산업계는 이러한 만화산업의 변화된 가치사슬 구조를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많았다. 여기에는 만화의 OSMU 기획 전문 인력의 부재, 장기적인 만화시장 침체, 대여중심의 시장구조, 저작권 기반의 계약 및 유통체계 미흡, 만화이야기의 구성은 만화와 기타 여타의 장르가 큰 차이점을 가지지 않는다. 시놉시스와 콘티 작업을 통한 구성 그리고 연출로 이어지는 과정은 만화와 영화, TV 드라마 등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와 다른 문화콘텐츠 분야간의 소통구조 취약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만화의 OSMU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만화가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창작소재로 활용되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저작권 기반의 라이선싱사업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저작권은 문화콘텐츠산업에 수익을 제공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1983년 만화 잡지 <보물섬>에서 출발한 <아기공룡 둘리>가 지난 20년 동안 라이선싱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어온 데에는 무엇보다 둘리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관리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만화산업계를 비롯한 문화콘텐츠 업계의 종사자들은 저작권 보호 및 관리, 이용허락에 따른 사용료기준 및 표준계약 등에 대한 사업모델을 충분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만화산업과 문화콘텐츠산업 간의 상호 교류와 학습 환경을 조성하여 만화의 OSMU 기획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2002)이 만화산업분야 전문가 1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화원작의 멀티유즈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연계사업 기획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28.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는 전문인력 양성이 21.6%로 나타났다. 사실, 그 동안에는 만화산업계와 다른 문화콘텐츠산업 간의 교류와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만화가, 만화출판사 종사자, 캐릭터 라이선싱업자, 게임개발자, 애니메이션업계 종사자 등이 서로의 산업을 이해하고, 상품화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포럼, 공동작업, 교육프로그램, 기존의 만화 및 문화콘텐츠 관련 전시회의 활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문화콘텐츠의 창조적 융합을 위한 기획 전문 인력이 양성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만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험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만화캐릭터를 게임개발이나 캐릭터 라이선싱사업으로 활용하는 경우에 만화캐릭터가 게임이용자나 캐릭터상품 소비자의 감성과 세계관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쳐야 한다. 원작인 만화 자체가 소비자의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만큼 다른 문화콘텐츠로의 확장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화산업의 OSMU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원작인 만화자체가 이야기와 디자인 측면에서 우수해야 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담아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2005-11-22 09: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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