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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으로 만화 읽기 2

만화기호학의 주요 기본개념과 분석

 
 글 | 이수진(시각예술 기호학 박사 jinaparis@hanmail.net)
 
강풀의 순정만화이 글에 설명될 만화기호학 기본 용어와 개념들은 <계간만화> 여름호에서 이미 소개된 다음의 책들을 중심으로 한다. 참고서적이 주로 프랑스 학자들에 의해 집필된 경우라 프랑스어에서 차용한 용어를 쓰기도 할 것이고, 개념 설명을 위한 예는 프랑스 베데에서 빌릴 것임을 미리 알린다.
『코뮤니까시옹』24호 ≪만화와 이를 둘러싼 담화≫ (세이으 출판사, 1976)
기 고티에, ≪이미지와 의미에 관한 20가지 조언≫ (에딜리그 출판사, 1982)
영상기호학 잡지 『시네막시옹』특별호 ≪영화와 만화≫ (텔레라마 출판사, 1990)
브누아 피터스, ≪칸, 플랑쉬, 이야기 : 만화 어떻게 읽을 것인가? ≫(카스터만 출판사, 1991)
피에르 프레노-드뤼엘르, ≪이미지의 표현력≫ (PUF출판사, 1993)
브누아 피터스, 프랑수아 슈이텐 공저 ≪이미지, 모험을 떠나다≫ (오트르망 출판사,1996)
티에리 그로엔스틴, ≪만화의 시스템≫(PUF출판사,1996)
장-마리 플로쉬, ≪티벳에 간 탱탱 읽기≫(PUF출판사, 1997)
기호학의 관점에서 만화를 읽는다면 작품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감정 혹은 주관적인 느낌에 의존하지 않아야 하고, 만화가의 사적인 이야기나 작업 방식 등에만 관심을 보여서는 안되고, 줄거리, 소재, 등장인물만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지도 말아야 한다. 기호학으로 만화를 읽는다는 것은 첫째 그래픽 기호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찰 방법을 말하고, 둘째 읽는 이의 논리가 나름대로 잘 정리되어 있는 해석을 말하며, 세째 만화 작품을 하나의 의미 구조로 보고 구성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찾아내는 분석 이론을 말한다. 그렇다면 언급된 정의처럼 만화기호학적인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
 
1. 만화의 표현 수단
 
기 드릴르(Guy Delisle)의 ≪알베르 그리고 다른 사람들≫중 ‘크리스토프’편의 일부. 라소시아시옹 (L’association) 출판사, 흑백, 83쪽, 220X290mm, 소프트커버, 2001.5월 출간 만화를 다른 시각예술과 구별하는 기준, 만화의 정의 혹은 특성을 묻는다면 기호학의 답은 항상 그 대상이 사용하는 표현 수단에서부터 출발한다. 표현수단(matieres de l’expression) 개념은 ≪언어론 서론≫ 에서 처음으로 옘슬레브가 정의한 ‘다양한 종류의 언어들을 구별하게 해주는 감각적 혹은 기술적 특성’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인간의 말은 발성된 소리와 음성의 조합이라는 표현 수단을 사용하고, 몸짓언어 제스처는 신체적 움직임과 표정으로 구성되며, 그림언어는 일정한 논리에 의해 사용된 색과 선, 영화언어는 동영상, (모든 종류의) 자막, 대사, 배경소리, 음악을 표현 수단으로 한다.
만화 언어는 연속된 글과 그림의 결합이다. 여기서 글이라 함은 의사소통을 위해 인간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말을 지면에 옮긴 것을 의미하고, 그림은 선, 점, 색 등 그래픽 기호들로 그려진 고정이미지를 지칭한다. 고정이미지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영화, TV프로그램, 영상 광고, 뮤직 비디오 등처럼 움직이는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만화라기 보다는 만화영화(애니메이션)로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래픽 기호들로 그려진 이미지임을 밝혀두는 것은 사진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이고, 연속된 고정이미지임을 말하는 것은 일러스트레이션(삽화)이나 회화와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그림이라 칭하는 영역에는 회화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물음표, 느낌표, 말줄임표같은 문장부호도 속할 수 있고, 글 영역에는 문자가 의미하는 내용은 물론 글씨체, 글씨 굵기, 글씨 크기, 글씨가 들어간 위치 등 그래픽 차원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는 만화가 항상 글과 그림 양쪽을 모두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화들을 생각하면 이 주장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미스터o≫의 일부분, 루이스 트롱다임(Lewis Trondheim) 글그림, 델꾸르 (Delcourt) 출판사, 컬러, 32쪽, 227X 298mm, 하드커버, 2002.10월 출간고정이미지들만을 연속 배열하더라도 독자는 칸과 칸 사이에 성립된 일련의 질서를 따라 그림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종류의 만화를 ‘무성만화’라고 할 수 있을지, 배우들의 말을 자막으로 대신했던 시절 영화를 무성영화라고 부르는 것처럼... 하여간 글에 의존하지 않고 이미지만으로도 얼마든지 만화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글과 그림의 결합이 만화 언어의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반면 그림없는 만화란 상상하기 힘들다. ‘만화漫畵’는 한자어원으로 볼 때 그림이 물처럼 끝없이 퍼진다는 뜻에서 비롯된 용어로서 그 이름에서부터 벌써 그림의 중요성이 암시되었다. 글만 있는 작품은 소설이나 수필같은 문학 장르가 될 것이고, 글이 중심이고 그림은 부차적 요소인 경우는 삽화를 곁들인 소설 혹은 그림 동화가 될 것이다. 따라서 만화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표현수단은 그림. 그러나 모든 글이 문학이 될 수 없듯 모든 그림이 만화가 될 수는 없다. 선, 점, 색 등 그래픽 기호로 그려진 고정이미지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배열되어 있을 때, 인쇄된 지면 공간을 칸 나누기해서 이미지들이 연속될 때, 그렇게 연속된 이미지들이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우리는 이를 만화라 한다. 프랑스어권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만화를 명칭하는 베데BD, 방드 데시네(Bande Dessinee)의 줄임말은 연속된 그림의 띠로 번역될 수 있는데 이 이름 역시 우리의 ‘만화’가 그러하듯이 만화 장르의 특성을 함축하고 있다.
기호학의 시각에서 가장 흥미로운 만화는 지면에 인쇄된 줄거리가 있는 그림, 이야기 전달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형식의 작품이다. 만화기호학이 서사형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나 원래 기호학이 언어학방법론과 문학작품 분석에서 비롯되어 타예술영역으로 확장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하면 이 관심은 자연스럽게 수긍이 간다. 이야기 전개에 중점을 두면, 적은 등장 인물, 동일한 시공간, 단순한 줄거리보다는(이는 그림으로만 된 무성만화의 일반적 특성이 될 수도 있다.) 좀 더 짜임새있는 사건을 기대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다양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가 복잡한, 그러면서 장소와 시간이 다채롭게 변하는,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흥미롭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그림으로만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미지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형태로 재현한다면 언어는 이를 설명하고 해석한다. 말과 글은 이미지만으로 야기될 수 있는 모호함을 해소하여 그 의미를 좀 더 명확히 해준다. 서사형식의 장편 만화작품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다름아닌 등장인물의 대화와 지문이다. 따라서 결국 서사형식 만화의 언어는 글과 그림의 결합이 필수요소가 될 것이다.
꼬마 드라큘라 시리즈 2권 ≪꼬마 드라큘라 쿵후를 하다≫, 스파르(Sfar) 글그림, 델꾸르 출판사, 컬러, 230X320mm, 하드커버, 2000.4월 출간. 종이 흰색 바탕을 그대로 살린 후 손으로 비뚤비뚤 그린 듯한 곡선으로 칸 나눈 방식이 재미있다. 어린이  독자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야기함과 동시에 보여주는 표현 방식은 만화만 갖는 독자적인 특성은 아니지만 어떻게 글과 그림을 결합시키는가는 만화만이 누리는 특권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글 역시 그래픽 차원에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그림의 역할을 한다.(자세한 설명은 이 글 마지막 부분, 강풀의 ‘순정만화’ 예를 보자.) 가령 그림은 손으로 그려지고 글은 컴퓨터 작업되었을 경우, 이 둘 간의 차이점이 두드러져 글을 읽을 때의 호흡과 그림을 볼 때의 호흡이 달라 질 수 있다. 혹은 그림 어디에 글을 넣는지, 글을 말풍선 안에 넣는지, 지문을 사용하는지, 그림 양과 크기에 비해 글을 얼마만큼 쓰는지 등의 세부사항에 따라 흥미를 끌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다.

2. 만화 구성 체계의 단위들 

기호학으로 만화 읽기는 만화 구성의 최소 기본 단위 ‘칸’에서부터 시작한다. 작가(혹은 출판사)가 미리 정한 단행본 크기의 지면을 한 넓은 공간(플랑쉬 planche, 도판)으로 보았을 때 이를 (어떤 방식으로건 간에) 나누는 작은 크기의 공간을 칸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한 칸은 선과 선 둘레의 흰부분으로 좌우 상하에 위치하는 다른 칸들과 분명히 구분되어 진다. 만화책 한 권은 한 칸 한 칸을 모아 한 플랑쉬를 만들고, 플랑쉬 2개를 모아 책 양면을 만들고, 이 양면들을 모아 책을 만드는 순서로 보면 된다. 아니면 다르게 생각해서... 단행본이란 양쪽 지면 여러장의 묶음이라 보고, 양면을 각 플랑쉬들로 구성하고, 플랑쉬는 여러개의 칸으로 구성하면 된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결국 칸은 만화의 시작이며 만화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되었던 그림과 글의 결합이 바로 한 칸 속에 담기는 것이고 이 칸들을 배열하는 것이 그림과 글의 결합을 연속해서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사형식의 장편 만화에서 한 칸만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기란 작품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세부 사항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한 칸의 특성을 살펴보되 다른 칸들과의 관계, 플랑쉬 안에서의 위치 혹은 역할 등 전체속에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칸의 개별적인 면을 관찰하려면 첫째 그 모양을 보고, 둘째 그 크기를 보고, 세째 그 위치를 보는 것이 좋다. 흔히 칸에 이용되는 모양은 직사각형 혹은 정사각형이지만 그림의 독창성이 강조되는 경우 칸을 나누면서 선을 긋지 않는 경우도 있고, 곡선(위의 작품 참조)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삼각형(아래 작품 참조)을 비롯하여 색다른 모양을 도입하기도 한다. 
 
 ‘뮤즈들의 홍등가’시리즈 1권 ≪물랭루즈에서≫ 10쪽, 그라디미르 스무자 (Gradimir Smudja) 글그림, 델꾸르 출판사, 컬러, 48쪽, 240X 320mm, 하드커버, 2004.1월 출간. 칸의 크기는 한 칸을 다른 공간과 구분하는 액자(영어로는 프레임frame, 프랑스어로는 까드르cadre)모양으로 정해진다. 크기역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아주 규칙적인 모양새를 갖기도 하고(그림1,2참조), 그림 화면에 보여지는 각도와 시점에 비례해 크기가 줄어들거나 늘어나기도 한다(그림3,4참조). 사실 만화의 한 칸은 고무줄처럼 유연한 것이라 모양이나 크기나 작가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고 이 가능성이 한 만화 작품의 독창성과 작품성을 보장해 줄 수도 있다. 칸을 관찰하면서 세번째로 주의해야할 사항은 왼쪽, 오른쪽, 중앙, 아래, 위 혹은 지면의 모서리 중 시선을 끌어당기는 칸을 어느 부분에 놓을 것인지를 비롯한 칸의 위치 배분이다.
책을 펼쳤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양면이 어떻게 구성되며 각 칸들은 어떤 원리로 배치되었는가는 곧 독서방식과 연관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연속된 칸들을 따라 독자의 시선이 움직이고 이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 실례로 강풀의 ≪순정만화1≫ 첫번째 이야기 ‘엘리베이터에서’ 10,11쪽 양면을 살펴보기로 하자. (칸 없는 만화를 그린 강풀 작가의 의도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분석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선을 그어 칸을 나누게 됨을 용서해주시길.... 또한 모든 설명은 단행본에 해당됨을 미리 알린다.)
<순정만화1> 10,11쪽
만화를 읽을 때 누구든 책장을 넘기는 순간 선행적 독서라 부를 수 있는 훑어보기를 먼저 한다고 한다. 책 양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전체적인 느낌으로 왼쪽 상단부터 오른쪽 하단까지 빠르게 혹은 한 눈에 대충보는 것이다. 그런 후 글과 그림을 천천히 읽는 진짜 독서가 이루어진다.
10쪽 상단, 앞 9쪽 그림과 같이 두 주인공이 같이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있는 모습첫번째로 주의깊게 보는 것은 남자주인공이 독자에게 건네는 말. ‘가끔은 드라마나 만화에서 흔히 나오듯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덜컹≫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앞쪽 플랑쉬에서 특별히 읽을 거리가 그림 이외에 남자주인공의 말뿐이 없음을 생각할 때, 훑어보기 다음, 그림 오른쪽에 배치된 글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이어서 그림왼쪽 위 ‘어.... ?’와 그림전체 그리고 글과 그림 중간아래의 덜컹 !, 이 세부분은 거의 동시적으로 읽힐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때 마침 덜컹하면서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남자 주인공의 반응은 ‘어.... ?’. 같은 페이지 하단의 말은 바로 이 ‘어... ?’로 시작된다. ‘어... ? 이, 이런... 엘리베이터가....’ 주인공의 생각처럼 엘리베이터가 멈춘 것이다. 어리둥절해진 남자주인공의 표정이 특히 이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이 칸에서 인물 주변의 선 표시들은 갑작스러운 멈춤때문에 파생된 진동을 전달하고, 덜컹 ! 진하고 굵은 글씨체는 소리의 크기를 의미한다. 청각으로 실제 표현할 수 없는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화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 글자 크기와 모양 변화,  느낌표나 물음표, 말줄임표 등 그래픽 기호들을 도입한다. 따라서 이렇게 사용된 문자를 문자가 아닌 소리로 들어야 만화의 재미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선이 선이 아닌 움직임으로 느끼는 능동적 독서가 필요할 것이다.

남자주인공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관리실의 안내방송이 들리고(10쪽 하단), 이어서 오른쪽 플랑쉬로 넘어가면...
11쪽 상단역시 남자 주인공의 말이 우선. ‘아... 학생이 놀라지 않게 뭔가 말을 건네야...’ 하는 순간, 독자에게 건네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말 줄임표 사용의 의미) 여학생이 입을 연다. 말풍선 안의 말 ‘아이 씨발 조땐네’ 와 학생의 표정을 보게 되는데, 여기서 말풍선은 그림 외부에 배치된 남자주인공의 독백과 달리 인물들이 실제 듣게 되는 소리가 있는 말을 의미한다. 놀라있을 여학생에게 건넬 말을 찾고 있던 남자주인공의 놀란 표정. 벌개진 이마와 볼, 둥그래진 눈, 게다가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놀란 표시 노란색 그림 기호까지... 효과는 다음 그림 남자주인공의 표정 변화로까지 이어진다.
11쪽 중간과 하단특별히 글이 없는 이 칸에서는 그림전체와 동시에 ‘......’을 읽게 된다. 남자주인공의 얼굴이 푸르게 변하고 땀 한 구슬이 이마에서 뚝. 남자 주인공은 너무 놀라 그만 독자에게 하던 말조차 잃었다.
플랑쉬의 마지막 칸, 독자에게 뿐만아니라(‘......’의 의미) 여학생에게까지 할 말을 잃은 주인공의 상황을 강조한 빈 말풍선과 그 바로 옆의 차렷이라는 문자, 그리고 차렷 자세를 눈여겨보자. 사실 앞 칸들에서는 팔자로 벌어져 있는 남자주인공의 발모양이나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손모양,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여학생의 자세가 거의 그대로이다. 단지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만으로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반면, 마지막 그림에서는 두 주인공 모두 자세가 확연히 바뀐다. 이 갑작스럽고도 유일한 변화가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이야기 끝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독자를 미소짓게 하는 장치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된 사항을 볼 때 ≪순정만화1≫의 처음 ‘엘리베이터에서’ 는 글자를 비롯하여 문장 기호, 선, 그림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 말풍선, 인물 그림에까지 각각 기능과 의미를 두고 있다. 흔히 우리가 하는 것처럼 줄거리를 알기 위해 그림과 글을 따라 빨리빨리 시선을 옮기는 방식대신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한 작가의 노력을 한 번 즈음 되짚어 볼 때, 좀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화가 되지 않을까 ? 이는 결국 기호학으로 만화를 읽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번호에 다 설명하지 못한 만화 기호학의 주요 기본 개념과 용어, 만화 구성 체계의 단위들, 특히 칸과 칸사이, 말풍선, 지문, 구조 등에 관해 <계간만화>겨울호에서 계속 이야기하려 한다.
2005-11-23 14: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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