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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사
‘군바리’ 스토리 작가 이현석 인터뷰
일본 진출, ‘잘 그린 그림’보다 ‘만화’가 필요하다
 
일본 고단샤의 <영매거진>에서 이유정 씨와 함께 <군바리> 연재를 시작한 스토리 작가 이현석 씨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현석 씨는 그 동안 <계간 만화>, <영챔프> 등 매체에서 일본 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폭넓은 인지도를 확보했지만, 지난 2000년부터 김병철 작가와 함께 <떴다! 킬러>를 21권까지 선보인 경력을 가진 실력파 스토리 작가이기도 하다. 한편 일본 현지에서 한국 작가들의 어드바이저로서 일본 만화 편집부와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현재 스퀘어 에닉스에서 한국 담당 전문 편집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군바리>의 탄생과 작품 분위기에 대해 미리 엿들어 보며, 한국적인 소재가 일본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편집자로서 최근 한국 작가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지난 11월 2일 청강국제만화세미나에 참여한 당시의 이현석 씨.일본에서 기획자로 활동하던 중 이번 <군바리> 연재를 통해 다시 스토리 작가로 복귀하게 되었군요. 이유정 작가와 <군바리>를 연재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인지요?
그 동안 일본에서 이유정 씨의 어드바이저로 활동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유정 씨는 지난 여름 <영매거진> 지면을 통해 3부작 ‘크레이지 러브스토리’를 선보인 이후 일본 편집진과 차기작을 준비해왔죠. 그런데 새로운 작품의 소재와 방향 등에 대해서, 트러블까지는 아니지만, 의견차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함께 고민하던 중 제가 군대 얘기를 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이유정 씨에게 제안을 했고 이유정 씨가 초안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스토리를 진행할 생각은 없었고, 감수 정도만 맡을 생각이었죠. 그런데 스퀘어 에닉스에서 일하면서 한국 작가들이 일본에서 활동할 경우 여러 가지 부수적인 전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격주 연재가 한계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누군가 일본에 거주하면서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이렇게 스토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기획자로 활동하다가 다시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시게 되니 느낌이 어떤가요?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단지 작가로서 작품을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작품 제작 시스템으로부터 한발 물러선 입장에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렇게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편집진이 원하는 바를 내가 먼저 캐치할 수 있어 도움도 되고, 익숙한 용어나 표현상의 관례나 현지의 노하우도 수월하게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또 작품 진행에 있어 절차상의 타이밍(번역 일정, 원고 마감일정 등)을 알 수 있어서 수월합니다.

스퀘어 에닉스 쪽에서 기획자로 활동하시면서 고단샤 쪽에서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는 것, 즉 서로 다른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하등 문제가 없습니다. 처음에 스퀘어 에닉스와 계약할 당시 다른 출판사에서 작품을 만든다는 걸 허용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었습니다. 다만 스퀘어 에닉스의 일을 다른 곳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등 몇 가지 엄수조항이 있긴 하죠. 개인적으로 출판사별 편집 업무 스타일을 비교할 수도 있어서 큰 도움이 됩니다.
<군바리>는 한국 이야기, 우리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신암행어사>의 경우 또한 우리 전통 소재를 차용했습니다. 한국인 작가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필요한 것일까요?
확실히 이곳에서는 최근 한국 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단순히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군바리>를 예로 들자면, 일본의 경우 현재 징병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시기적인 문제도 적절하게 맞아야겠죠. 결국 한국적인 것의 문제가 아니라 완성도의 문제입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작가 중 <군바리>와 마찬가지로 징병제를 소재로 다뤘던 작품이 있습니다.([호텔 코코넛], <코믹번치>) 그러나 결국 5회 만에 연재가 중단됐었죠. <신암행어사>의 성공도 소재의 문제가 아닌 완성도가 문제였습니다.
일본 인터넷 쪽에 올라오는 긍정적인 반응 중에서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3부작 <크레이지 러브>는 일본 작가들도 만들 수 있는 만화이지만 이번 <군바리>는 실제 한국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만화라는 거죠.

<군바리>의 내용과 작품 분위기는 어떤가요?
장르상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겁게 나가지는 않을 겁니다. 일본 만화들은 어떤 잡지에 연재되는가에 따라 내용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군바리>가 <모닝>지에 실렸다면 사회적 내용이라든가 군대 이데올로기 등 현실에 대한 심각한 내용을 다루었겠지만, 블루컬러를 대상으로 하는 <영매거진>에서 연재되기 때문에 만국공통으로 겪을 수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충돌과 갈등 등을 보여 줄 것입니다. 특히 <영매거진>의 경우 남녀 간의 이야기 등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 주는 게 암묵적인 룰이라 이런 부분도 다루게 될 것입니다.

준비는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작품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은 있는지요?
군대만화는 제가 오래 전부터 가장 만들고 싶었던 장르입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전 자료나 지식 등을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성공은 쉽게 장담할 수 없습니다. 첫 회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만, 장기적으로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징병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인분 사건 등)과 환상적인 시각(체력과 정신력 향상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한국의 군대 이야기를 전달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보병으로 아주 흔한 군대생활을 했고, 현역 복무 시절 강릉 잠수함 침투 작전에도 참여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실제로 한국 군대가 어떤지 일본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지면이 생겨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일본 내에서 자위대 혹은 경찰 등이나 징병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이 볼 것으로 생각됩니다. 때문에 신문 서평이나 정보지 그리고 문학지 등에 서평을 실을 수 있도록 제안할 계획입니다.

“장기 연재로 가게 될지, 어떻게 될지 내년 1월이면 결판이 날 것이다”, 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에 앞서 현지 편집부의 기대는 어떠한가요?
일본 주간지의 경우, 편집부는 작품 제작 이외의 지원은 가능한 모두 해 주지만, 기본적으로 작품에 관한 모든 걸 작가에게 일임하는 방식입니다. 작가와 편집부가 상호 영향을 받긴 하지만, 방향을 제시할 정도의 여유는 없는 거죠. 결국 작가가 모든 걸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편집부는 인기가 있으면 장기 연재로 밀어주고, 아니면 자를 뿐입니다. <군바리>도 마찬가집니다. 인기 없으면 퇴출되겠죠. 다만 소재의 특수성과 이유정 씨의 높은 퀄리티의 작화에 대해 기대는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일본 만화계에 한국 작가들 많이 진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최근의 특별한 흐름 같은 것은 따로 없는지요?
작가 진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스토리 작가의 진출이 계속 실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작가에 대한 일본 편집자들의 평가를 보면 작화나 디테일한 부분에 힘을 쏟는 반면 전체적인 컨트롤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의 입장이 강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거죠. 이유정 씨의 경우 작화 자체가 한국 작가들이 지향하는 마니아 취향의 그림이라든가, 디테일이 많이 들어간 잘 그린 만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정 씨의 작화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만화를 위한 만화’이기 때문이죠. 일본에서는 만화를 요구하지 그림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또 한 가지는 그림 작가나 스토리 작가나 국내에서 활동할 당시 간섭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일본의 편집부에서는 당연히 얘기할 수 있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편집부에서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만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 정도라 합니다.
덧붙이자면 <군바리>는 한국 작가의 일본 진출에 있어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00만 단위로 팔리는 주간지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기 때문에 성공사례가 만들어진다면 주류잡지들이 한국 작가에게 더욱 눈독을 들이게 되겠죠. 만약 실패한다면… 그런 경우는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김영진 기자 innakim@ComicBang.com

2005-11-25 17: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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