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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만화기사
프랑스에서 찾아온 동심의 시선, ‘ZEP’

어른과 아이를 하나로 만든 책상 서랍 속의 스케치

 

글 | 이수진 (시각예술 기호학 박사 jinaparis@hanmail.net)

 
1967년 스위스 제네바 태생. 본명 필립 샤퓌. 2004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 젭이 창작한 <띠떼프> 시리즈는 93년 첫 앨범 출간 이후 2,500만 부 이상 판매됨. 15여개 언어로 번역. 띠떼프는 만화책뿐만 아니라 TV용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비디오 게임, 성교육용 책자의 삽화, 파리 지하철 광고 캐릭터, 장애인 협회 홍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
 
3월 19일부터 27일까지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한 도서전을 위해 만화가 젭이 초청되었다. 그의 단행본 <띠떼프>는 비엔비 출판사를 통해 이미 7권까지 한국에서 번역되었고, <계간 만화>지면을 통해서도 몇 번 소개한 적이 있어 그리 생소하기만 한 작가는 아니리라 짐작된다. 프랑스에서는 대단한 베스트셀러작가이자 스타 반열에 오른 만화가라 행여 거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흔쾌히 인터뷰 제의를 받아들였고 대담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작품은 작가의 내면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젭이 띠떼프의 그 익살스러움과 순진함을 간직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한국에서의 며칠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프랑스 도서전과 관련된 대사관측의 초청으로 한국에 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생각 혹은 동기로 초청에 응하셨는지요?
저를 초청한 나라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겠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제 작품이 번역되어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사실 프랑스 작가라서 초대한다는 식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제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는 나라를 방문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발행된 제 책을 볼 기회도 있고 말이죠.
 
세종문화회관에서 하신 사인회나 한국을 방문한 며칠 동안 느끼신 한국 만화에 대한 소감이 있다면 말해 주십시오.
5일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라서 쉽게 말하기는 뭐하지만, 2003년 앙굴렘 페스티벌에서 보았던 한국 만화 전시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단행본들은 대부분 일본 망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인을 부탁하자 책에 손수 그림을 그려 주고 있다. 세 명의 기자가 각각 사인을 부탁했음에도 너무나 손쉽게 그려나가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 보았을 때 프랑스 역시 일본 망가의 영향력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던데요.
프랑스에서는 사실  아주 오랫동안 벨기에나 프랑스 문화권의 작품만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미국 코믹스와 일본 망가가 소개되면서, 그전까지 만화를 보지 않았던 독자층을 끌어들이게 되었는데, 이것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많은 작가들이 일본 망가가 시장을 점령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었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 생각에 좋은 자극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프랑스 이외의 문화권의 만화를 접하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측면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이유에서 작가님이 심사위원장이었던 올해 앙굴렘 페스티벌에서 일본 작가 지로 다니구치가 우수그림상을 수상하게 되었을까요?
어떤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프랑스 작가들만이 우수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타문화권의 작가들을 초청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우수한 작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작가님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띠떼프> 시리즈의 성공 비결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띠떼프>가 처음 출간된 1990년대 초반, 프랑스 만화는 성인을 위한 만화와 아동용 만화로 완전히 구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띠떼프>는 이 두 경계를 넘나드는 특성이 있죠. 어린이를 위한 만화이긴 하지만 성인들이 관심 갖는 분야에 대한, 가령 성이라든가, 사회적 불평등, 실업, 전쟁 등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래도 진솔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은 독자를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띠떼프>는 비교적 많은 부분,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프랑스에서조차 어린이를 위한 만화에서 노골적으로 성을 다루고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 드린 것처럼, 어린이들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 주자는 시각에서 볼 때, 성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입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세상에 태어났는지, 왜 어른들은 뽀뽀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스스로 행위를 하는데 대한 관심보다는 그런 것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지요. 그렇다고 딱히 성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여러 가지 문제와 마찬가지로 띠떼프는 그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죠. 그런데 어른들이 현실을 외면한 채 묻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띠떼프를 통해 부모님과 아이들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천만다행이죠.
 
어린이들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 주자는 시각에서 볼 때, 성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입니다.같은 맥락에서 <띠떼프 성교육안내서>를 작업하시게 되었나요?
그렇습니다. 기존에 볼 수 있는 심각한 성교육서가 아닌 재미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선에서 지도를 하고 계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 실제로 아이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질문들을 골라 그것에 대한 답을 실었습니다.
10년 넘게 <띠떼프> 시리즈를 해오셨는데요, 앞으로도 할 이야기가 남으셨는지요?
네. (진짜, 아직도요? 웃음) 사실 제가 어렸을 때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아이였습니다. 이야기거리가 생길 때마다 일기 형식으로 적어두곤 했었지요. 그 이야기들을 모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는데, 지금도 책상 서랍을 열어 보면 작품으로 완성되지 않은 스케치들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뭐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요즘 한국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OSMU(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산업적 전략에 대해 여쭤 보려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프랑스의 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띠떼프>는 캐릭터 산업이나 애니메이션에 사용되는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죠. 프랑스어권 만화의 고전이라고 보는 <아스테릭스>, <땡땡>, <뤽키뤼크> 등을 제외하고는 보기 드문 경우입니다. 사실 작가들이 원한다고 해도 상업적인 이익을 고려해 선뜻 나서는 회사가 많지 않습니다. <띠떼프>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그 완성도나 사용 범위를 일일이 감수하는 실정입니다. 이 분야 관리를 위해 변호사도 두었지요. 출판사나 캐릭터 회사 측은 다양한 분야에서 <띠떼프>를 이용해 돈을 벌려 하지만, 전 작품에 도움이 되는 분야만 허락하고 있거든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제 캐릭터가 만화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상품을 팔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처음 <띠떼프>가 지금처럼 인기가 없었을 때에는(프랑스에서는 1996년경부터 대중적 성공을 얻었다.\) 제가 손수 엽서나 달력을 그려 상품화하기를 부탁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현재는 매일 라이선스 요청이 있지만, 그래도 1년에 평균 10건 정도만 동의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띠떼프>와 관련된 물건을 소장하면서 캐릭터를 더 아끼게 되는 범위로 한정하려는 뜻에서죠. 범람하는 캐릭터 상품화는 결국 작품 속 캐릭터를 죽이는 결과를 낳는 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친절하게도 약속된 30분을 훨씬 넘겨 1시간 정도 성심성의껏 답변해준 작가 젭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05-12-21 1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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