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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사
변기현, <짜장면> <로또 블루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
최근 벨기에 카나출판사를 통해 유럽에 <짜장면>을 선보인 변기현 작가. 얼마 전에는 출판사로부터 초청을 받아 앙굴렘에도 다녀왔다. <로또 블루스>에 이어 아직 국내에서 선보이지 않은 신작도 유럽진출에 대한 구두계약을 마쳐놓은 상태다. 만화저널 ON은 변 작가의 작업실에 들러 근황을 들어보았다.
 
유럽으로 간 <자장면>
 
우선 <짜장면>의 유럽진출을 축하한다. 수출 과정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부탁한다
2005년 3월 말에 최규석 작가와 함께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이하 동아LG) 주최로 벨기에 만화축제에 갔는데, 거기서 출판사 관계자들이 <짜장면>을 들고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그 때 계약이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 이전에 국내에서 동아LG 페스티벌 때 벨기에 만화에 대한 전시회가 열렸고, 당시 벨기에 출판관계자들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앙굴렘에서 우리나라가 2003년에 주빈국으로 참여한 것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국제전시회를 통한 지속적인 해외교류의 힘이 조금씩 발휘되는 증거인 것도 같다. 카나출판사는 어떤 회사인가
벨기에에 본사가 있다. ‘다르고 출판사’라는 큰 모회사가 있고, 그 아래 4개의 자회사가 있는데, 그 중 하나다. 물론, 나머지 3개도 모두 만화관련 출판을 하고 있어서, 벨기에 내 만화분야에서 가장 큰 브랜드파워를 지니고 있다고 들었다.
 
<짜장면>과 이번에 함께 수출된 변병준 작가의 <달려라 봉구야> 외에도 국내 다른 작품들이 차례로 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변병준 작가의 <미정>, 최규석 작가의 <습지생태보고서> 그리고 <로또 블루스> 등이 차례로 계약이 되었다. 또, 석정현 작가의 <귀신>이나 내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작품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 출판되지 않았지만 이미 구두계약이 이루어진 상태다.
 
카나출판사 측이 우리 만화에 대해 이처럼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은 망가 스타일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작품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신기해하고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반잡지 연재작들의 경우는 일본만화의 느낌이 나는데 반해, 앞서 이야기한 작품들의 경우 다른 색깔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프랑스의 만화전문출판사인 카스터만 출판사가 카나출판사와 라이벌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 사이에 국내 작품에 대한 경쟁심리도 약간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번역된 책은 어떤가
뭣보다 종이질이 진짜 좋다. 좋은 종이라서 그런지 국내책보다 많이 두껍다.(하하) 인쇄상태도 좋고, 원고의 포맷상태도 그대로 가져갔다. 일테면, 컷 내부에 삽입된 효과음 같은 경우 애써서 불어로 번역해 수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아래 불어를 덧붙여 놓는 식으로 책을 만든 것이다. 결국 원고 자체에는 훼손이 거의 없다.
 
앙굴렘, 그야말로 ‘만화축제’
 
이제 앙굴렘 얘기를 해보자. 우선 개인적인 감상은 어떠했는가
도시 자체가 너무 예쁘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마을인데, 그 마을이 1년 내내 축제를 준비하며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 역시 그들과 어우러져 이틀간 사인회를 했다. 덕분에 뫼비우스도 보고 좋은 경험이었다.
 
축제의 전반적인 느낌이 어떠했는가
사인회가 열렸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와 사뭇 다른 점이랄 수 있는 것은 사인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프랑스권에서도 잘 팔리는 만화는 망가다. 그곳 어린이들도 <나루토>라면 미쳐있다.(웃음) 하지만, <짜장면> 같은 만화를 보는 성인독자층이 탄탄하다는 점은 또 다르다. <나루토>를 즐기던 이들이 성장해서는 다른 형태의 만화를 계속 보고 즐긴다는 사실이다.
 
페스티벌을 국내 시카프와 비교해 본다면 어떻게 다른가
시카프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게임회사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더욱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앙굴렘은 그야말로 만화다. 출판사와 작가들의 교류가 계속 있고, 축제기간 내내 작가들의 사인회가 줄을 잇는다. 가는 곳곳마다 책을 판매하고 사인회가 열리고 있다. 연령층도 어린이들부터 나이 드신 어른들까지 모두 어우러져 있어서 정말 ‘축제’다운 분위기다.
 
신작 <고양이 Z>
 
새로운 작품은 준비 중인가
<고양이 Z>(가제)가 사실 <로또블루스>가 나오기 전부터 기획이 되고 있었는데 출판일정과 겹쳐지면서 다소 미뤄졌다. <로또블루스>가 나온 이후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어떤 내용인가
기본 토대는 놀이동산에서 고양이 Z라는 오래된 캐릭터 인형으로 아르바이트하는 이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부분은 놀이동산에서 일어나는 어린이 구타사건과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도피성향을 지닌 주인공과 또 다른 인물인 여대생이 맞물려 환상적인 경험을 하는 사건, 이 두 가지 사건이 크게 얽히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연재계획은 없는 것인가
기획부터 길찾기 출판사랑 함께 해왔던 작품이기에 일단은 길찾기를 통한 단행본이 목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연재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필요할 것이다. 작업형태가 인터넷 연재 포맷은 아니지만 웹상에서 보여주는 방법을 고려해보고 있다.
 
전체 볼륨과 진행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전체 4백 페이지다. 따라서 단행본 2권 분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덟 파트로 나눠서 한 가지 이야기가 대략 50 페이지정도로 진행된다. 현재 한 챕터가 끝났다. 아마 올 일 년은 여기에 묶여 있을 것 같다.
 
석정현 최규석 그리고 삼단변신
 
대학 졸업 후 석정현, 최규석 작가 등과 ‘삼단변신’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서 함께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에서 전시회를 하면 각 학년에 눈에 띄는 이가 있기 마련인데, 1년 선후배 사이인 나와 최규석 선배가 그최규석 작가랬다. 졸업 작품도 함께 준비하면서 친하게 되었다. 석정현 작가는 졸업전시회 때 알게 되어, 서울로 올라오면서 작업실을 알아보다가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아니, 사실 석정현 작가는 우리 두 사람의 꼬드김에 넘어왔다는 것이 더욱 맞을 듯하다.(하하)
 
석정현 작가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세 사람 중에 가장 두려운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변기현 작가라는 대답이 나왔다
석정현 작가그건 규석 선배가 이상한 분위기를 심어줘서 그런 것 같다. 부끄럽다. 이 이야기는 넘어갔으면 한다.
 
함께 작업실을 쓰면서, 본인이 경험했던 두 사람의 모습은 어떠한가
최규석 선배의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지적이라는 사실이다. 삶 자체도 도덕적이며 이성적이다. 작품 하나를 해도 자신의 생각이 명확하다. 어떤 경우는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명확할 때가 있지만, 그것이 대단한 힘을 지닌다. 석정현 형은 무엇보다 그림을 너무 잘 그린다. 한 번 몰입하면 밤새는 줄 모르고 작업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그림 하나가 완성되어 있다. 같이 살았는데도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모른다. 같이 작업실을 쓸 때 그림 좀 배우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기엔 격차가 너무 컸다고 느낀다.
 
이제 거의 끝자락이다. 마지막으로 우문하나 할까 한다. 만화가란 무엇일까
........조그만 더 좁혀 달라.
 
누구는 작가라 부르고, 누구는 만화가라고 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애매한 질문이다. 그저 내 경우를 비춰본다면 ‘만화가’라 불리는 게 좋다. 둘 사이 개념이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만화가라는 이름 속에 더 힘이 들어간다.
 
유럽 땅에는 박지성이 있다. 이영표도 있고, 설기현도 있고 안정환도 있다. 하지만 그 곳에서 ‘한국’은 축구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화’도 있다. 거기에 변기현이 있다. 조만간 ‘우리 만화’의 진가를 보여주는 변 작가의 모습을 그려본다.
 

김성훈 기자 ksh@ComicBang.com

2006-02-14 19: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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